◀◀좋아요 누르고 민중의소리를 페이스북으로 구독하세요

한진중공업, '수주제로' 이면의 '이상한' 지배구조

조남호 회장 한국중공업홀딩스 지분 49.3% 보유

구도희 기자 dohee@vop.co.kr

입력 2011-07-07 17:15:35 l 수정 2011-07-08 22:58:54

한진중공업

한진중공업



한진중공업 부산 영도조선소가 6척의 선박 수주에 성공했다. 3년 만의 수주이자 '6.27 노사 합의' 후 열흘 만이었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6일 선주사 측의 말을 인용, "높은 건조원가와 파업으로 인해 발주를 꺼려왔는데 노사간 원만히 합의타결 되었다는 것을 확인한 점이 발주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은 지난달 27일 노사가 파업과 직장폐쇄를 풀고 합의문을 발표한 지 열흘만에 수주 소식이 발표된 것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그동안 한진중공업은 지난 2년간 120여 차례 각국 선주사와 접촉했지만 가격 경쟁력 등의 이유로 선박 수주를 하지 못했다고 '변명'해왔다. 그러나 '노사 합의'가 나자 3년 동안 단 한건도 올리지 못했다던 선박 수주 소식이 6척이나 이어졌다. 노동자들이 미심쩍다는 반응을 보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도 사측은 '수주 제로'를 납득할 수 있도록 선주사와의 접촉 자료라도 달라는 노동자들의 요구를 계속 거절해왔다.

반면 지난 2007년 12월 완공된 필리핀에 위치한 한진중공업의 수빅조선소는 2011년 기준으로 20척의 선박을 인도한 것은 물론 향후 3년치 수주잔량마저 확보한 상태다. 2008년 12월부터 단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한 부산 영도조선소와 대조적인 상황이다.

심지어 수빅조선소는 2009년부터 영도조선소 수주 물량 중 일부를 넘겨받아 현지 생산물량을 늘렸고, 지난해 상반기 수주한 21척도 모두 가져가면서 한진중공업의 '주력 조선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에 불안함을 느낀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이대로 가다가는 영도조선소가 폐쇄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마저 돌았다.

청문회 불참한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한진중공업 경영상 해고 및 노사관계 관련문제 해결을 위한 청문회로 진행될 예정이던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이 출석을 거부해 청문회가 무산됐다.



1% 지분으로 한진중공업 지배하는 조남호 회장

실제로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은 영도조선소를 폐쇄한다고 해서 크게 손해볼 일이 없다. 조 회장은 한진중공업 회장이자 모회사인 한국중공업홀딩스의 회장을 겸임하고 있으며 한중중공업에는 1%의 지분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2007년 8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됐다. 이후 신설된 한진중공업은 기존 한진중공업이 해오던 조선 및 건설사업을 그대로 운영했고, 지주회사인 한국중공업홀딩스가 자회사인 한진중공업을 지배하게 됐다.

조 회장은 지주회사이자 자회사의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현재 조 회장과 그의 일가가 보유한 한국중공업홀딩스의 지분은 무려 49.3%다. 반면 조 회장의 한진중공업 지분은 1%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주회사인 한국중공업홀딩스가 한진중공업의 지분을 36.54%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조 회장이 한진중공업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조 회장이 막대한 지분을 바탕으로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한 어떤 자회사가 돈을 버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영도조선소가 수주를 못해 이익을 못얻더라도 수빅조선소에서 선박을 많이 수주해 흑자를 내면 될 뿐이다. 또한 지주회사로 전환한 이상 수빅조선소에 물량을 몰아주더라도 사측이 경영상의 전략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면 사실상 제재할 근거는 없다.

한진중공업은 수빅조선소에 진력하는 이유로 '영도조선소 노동자들의 고임금으로 인한 경쟁력 저하'를 꼽는다. 수빅조선소 노동자들의 임금은 영도조선소 노동자들의 1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진중공업의 주장에 따르면 18만t급 벌크선의 경우 수빅조선소는 5,500만달러면 건조가 가능하지만 영도조선소는 높은 인건비로 인해 건조에 7,000만달러 정도가 든다.

이처럼 '수주 실적 제로'와 고임금을 이유로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12월 영도조선소 생산직 노동자들에 대한 '정리해고'에 돌입했다. 한진중공업은 당시 "2년째 신규수주가 중단되고 내년 5월이면 일감이 모두 소진되는 긴박한 상황"이라며 "협소한 부지와 고비용 구조 등 경쟁력 상실 요인을 방치한다면 더 이상 수주가 불가능해 조직 슬림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현재 남은 영도조선소 정규직원은 1400여명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수빅조선소에는 협력업체 직원 포함 2만여명이 근무 중이다. 사측이 밝힌 정리해고 인원은 400명. 2000년대 초반부터 이어진 정리해고의 '결정판'과도 같은 통보였다.

하지만 한진중공업의 이같은 조치에 영도조선소 노동자들은 그간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거센 투쟁을 계속해왔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은 노동자들을 살리겠다고 영도조선소 내 크레인 위로 올라가 183일째 고공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부산지역 국회의원들을 포함해 정치인, 시민사회단체들도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한진중공업에 대한 비난의 여론은 점점 커져만 갔다.

결국 한진중공업은 그 동안의 협의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달 27일 노조와 합의했다. 노조의 파업 철회를 조건으로 하는 '반쪽짜리' 합의에 그치고 말았지만 노동자들은 사측으로부터 "경영 정상화에 노력"하겠다는 답변을 이끌어냈다. 이는 조선소 폐쇄까지 염두에 뒀지만 노동자들의 투쟁과 여론의 압박에 일정 정도 양보를 할 수 밖에 없었던 탓으로 분석된다.

이후 열흘만에 한진중공업은 6척의 선박 수주 소식을 발표했다.

한진중공업은 수주 소식을 발표하며 "전세계 영업망을 통해 전방위 수주활동을 전개 중이어서 (영도조선소에) 수주소식이 잇따를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진숙 지도위원은 수주 소식을 접하고는 자신의 트위터(@JINSUK_85)에 "오늘 신문 기사에 한진중 영도조선소가 6척이나 수주에 성공했다는 기사가 떴다"면서 "이제 남은 것은 정리해고를 철회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밝혔다.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