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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1위, 1등 공신은 전지현?

[네이버를 말한다-독점적 사업자⑤] 네이버의 마케팅

김동현 기자 abc@vop.co.kr

입력 2011-07-26 15:37:14 l 수정 2011-07-27 14:16:38

'네이버를 말한다' 시리즈는 한국 인터넷에서 압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네이버의 현황과 영향, 장단점을 분석하는 기사입니다. 총 6개의 테마로 구성된 시리즈의 첫번째 테마인 '독점적 사업자'를 마칩니다. '독점적 사업자' 테마는 네이버의 현재 위치와 역사, 독점적 지위에 있음으로 해서 발생하는 영향을 다뤘습니다. 2부는 네이버의 수익모델입니다. 많은 기대바랍니다./편집자주


‘국민 포털’ 네이버의 서비스는 무궁무진하다. 네이버를 대표하는 지식검색부터 지도, 교통, 동영상, 거리뷰, SNS 등 최신 등장한 서비스까지 거의 모든 서비스가 네이버에 가면 ‘있다.’ 메일과 블로그, 카페는 물론 한국 사람들이 인터넷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들이 네이버에 있는 셈이다.

한국 검색 트래픽의 70%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 사이트 전체 트래픽의 2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공룡 사이트 네이버. 그들은 어떻게 ‘1위’에 올라섰고 ‘1위’를 유지하고 있을까.

‘네이버에 물어봐’ 지식검색의 파격적 등장

네이버를 대표하는 서비스로 ‘지식검색’이 꼽힌다. ‘청담동 맛집’을 찾을 때도 ‘이대 앞 괜찮은 미용실’을 찾을 때도 많은 사람들이 네이버에 ‘질문’을 올리거나 비슷한 질문에 대한 대답을 보면서 정보를 얻는다. 한국 사람들 대부분이 일주일에 한 번 이상 들어가는 이 사이트에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질문들이 존재하고 질문마다 답변이 있다. 한국이라는 4천만명의 커뮤니티의 질문답변 게시판인 셈이다.

지식검색은 네이버를 업계 1위로 올려놓은 1등공신으로 꼽힌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한국의 검색분야는 ‘야후’와 ‘엠파스’ ‘알타비스타’ 등의 사이트가 각축을 벌이고 있었다. 네이버는 오픈 이후 상당기간 사람들이 기억하는 검색사이트는 아니었다. 네이버를 사람들 뇌리에 각인시킨 것은 ‘지식검색’이었다.

네이버 초기화면

1999년 11월 네이버의 메인화면(위)과 2003년 3월 메인화면(아래). 2003년 3월 메인화면에 '지식까지 찾아주는 네이버'라는 문구가 눈에 띤다.



이윤지가 등장해 ‘네이버에 물어봐’라고 말하면서 지식검색은 본격적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뒤이어 봉태규와 한가인으로 광고모델은 업그레이드 됐다. ‘검색창에 산타클로스만 쳐봐’라는 카피와 함께 유명 연예인을 기용한 TV광고가 송출되면서 사람들은 ‘검색’으로 찾을 수 없는 정보를 물어보고 답하며 ‘인터넷의 강력한 힘’을 경험하게 됐다. 네이버의 검색점유율은 급격히 상승했다. 2003년 본격적인 지식검색 TV광고를 내보낸 네이버는 이듬해 업계 1위로 올라선다.

네이버를 대표하는 ‘지식검색’은 사실 네이버가 먼저 시작한 서비스가 아니다. 한국에서 ‘질문답변’을 통해 지식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주인공은 한겨레신문사다.

한겨레는 2000년 ‘디비딕’이라는 이름으로 지식을 묻고 답하는 사이트를 개장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 인터넷은 지금처럼 보편적 서비스가 아니었다. 학생들과 지식인, 사무직노동자들이 주로 사용했고 한겨레는 이 계층에서 열독률이 매우 높은 신문이었다. 한겨레의 ‘묻고 답하는 지식 커뮤니티 디비딕’이라는 인터넷 전략은 들어맞았다. 문제는 ‘유료화’였다. 한겨레가 2002년 9월 서비스를 유료로 바꾸면서 이용자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네이버는 이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었다. 네이버가 지식검색 즉 ‘지식인’ 서비스를 선보인 것은 공교롭게도 2002년 10월이었다. 네이버는 서비스 도입 당시 디비딕에서 활동하던 유명 답변가들을 영입했다. TV광고와 결합한 지식인 서비스는 대중들에게 알려지면서 급격한 이용자 확대를 가져왔다. 남의 아이디어를 가져와 서비스를 만들고 TV광고를 통해 대중들에게 확산시켜 성공한 네이버의 첫 사례다. 네이버는 이후 이런 패턴으로 시기마다 주요서비스의 강자로 떠올랐다.

블로그 도입, 카페 베끼기...전지현을 ‘다음’ 공략의 선봉에 세우다

2000년대 초반 한국 포털사이트의 강자는 ‘다음’이었다. 한국 이메일 서비스의 대명사 ‘한메일’을 필두로 커뮤니티 서비스 ‘카페’를 통해 이용자, 트래픽에서 다른 포털에 비해 압도적 수준이었다.

‘지식검색’으로 포털체제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 네이버는 2004년 블로그 서비스와 함께 ‘다음’의 대표 서비스 ‘카페’를 그대로 도입해 다음과의 승부에 나섰다. 네이버의 ‘카페’ 도입은 각종 논란을 낳았다. 일단 ‘카페’라는 명칭을 쓸 수 있느냐가 논란이 됐다. 법정대결까지 갔지만 결국 네이버의 승리. 더욱 큰 논란은 네이버 카페 서비스의 소스코드와 다음 카페의 소스코드가 동일하다는 논란이 벌어졌다. 특히 소스에 담긴 ‘주석’까지 똑같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네이버가 다음의 소스를 ‘베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네이버는 이 때부터 공격적 마케팅에 나섰다. 당시 최고의 CF모델이었던 전지현을 대표 CF모델로 기용한 것. 광고 멘트는 ‘상상도 못했지? 새 카페가 생길 줄. 나는 네이버 카페로 간다’였다. 전지현은 특유의 발랄한 표정으로 손가락으로 권총 모양을 만들어 카페 모양의 이미지를 쏴버린다. 광고는 연이어 나왔다. ‘그 카페에 네이버 블로그 있어요? 없어요?’ ‘잊어버려 깨끗이. 다음에 잘하겠다는 말 믿지 말랬잖아’ 등의 카피로 무장한 광고는 한 동안 ‘다음 카페 유저’를 타깃으로 삼았다.

전지현은 네이버 ‘지식검색’ 광고의 결정판 ‘중국집, 격투기, 동물병원’ 광고 모델을 통해 지식검색을 완전히 자리 잡게 만들었다. 당시 포털사이트들은 지식검색에 대항하는 여러 서비스를 내놓았지만 이미 네이버는 2004년 1월 지식DB 1천만을 넘기면서 ‘정보의 양’에서 압도적인 상황인데다 전지현 광고로 마케팅에서도 경쟁 포털사이트를 압도했다.

전지현

2004년 네이버의 광고모델로 기용된 배우 전지현. 네이버 모자를 쓰고 있는 전지현은 상당기간 네이버의 간판 이미지가 됐다.



전지현 기용은 대성공이었다. 전지현이 광고에 등장한 시기는 2004년 2월. 웹사이트 분석업체 랭키닷컴에 따르면 네이버는 1월 말 하루 평균 30만명 대의 방문자를 기록했다가 2월 중순 일일 방문자수가 89만명으로 올라가는 파격적 성장을 보여줬다. 2월 말 네이버는 주간 한국 사이트 중 시간당 방문자수 점유율 8.57%를 차지하면서 8.52%를 기록한 다음을 밀어내고 1위에 등극한다.

네이버는 공식 홈페이지 ‘네이버스토리’를 통해 “카페와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여성 모델인 전지현을 캐스팅했다”면서 “전지현의 도발적인 멘트와 매력적인 연기는 네티즌들을 열광시켰고 네이버 카페와 블로그는 단기간에 성공을 거두게 됐다”고 밝히고 있다. 네이버는 “아직도 네이버모자를 쓴 전지현의 발랄한 모습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다”면서 당시 광고효과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네이버의 서비스 ‘따라잡기’...인기 서비스는 일단 만들고 보자?

‘벤치마킹’과 ‘마케팅’으로 승부를 걸어온 네이버는 1위 독주 체제를 형성시킨 후부터 신규 서비스 ‘따라잡기’에 놀라운 실력을 보여줬다.

2000년대 중반 동영상 서비스가 급속도로 확산되자 네이버는 자체의 블로그와 카페에서 사용하기 편한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했다. 2010년대로 접어들면서 SNS가 한국을 강타하자 네이버는 ‘미투데이’ 마케팅에 주력하며 SNS 시장에 뛰어들었다.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카카오톡’이 인터넷과 모바일을 강타하자 네이버는 곧바로 ‘네이버톡’을 출시했고 조만간 ‘라인’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카카오톡’은 네이버 즉 NHN의 현 이사회 의장 이해진씨와 함께 NHN을 설립한 김범수씨가 만들어낸 서비스다. 김씨는 이해진 NHN 이사회 의장과 서울대 동기로 삼성SDS에 함께 입사하고 이후 NHN을 설립했다가 7년 반 만에 내부갈등으로 NHN을 떠났다. 네이버는 ‘어제의 동지’가 각고의 노력 끝에 만들어 낸 서비스가 인기를 끌자 순식간에 똑같은 서비스를 내세워 ‘오늘의 적’으로 나선 셈이다.

네이버가 업계 1위에 올라선 지 8년째를 맞이하고 있지만 여태껏 네이버는 한국 인터넷의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되는 서비스를 ‘자체적으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갈수록 외부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사들이거나’ 유행하는 서비스를 ‘따라잡고’ 있다. 때문에 네이버가 어떤 서비스를 내놓을 것인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반면 각종 디자인부터 TV광고까지 마케팅 능력은 한국 인터넷산업 중 최고 수준을 놓치지 않고 있다. 네이버가 1위 오른 힘의 원천은 ‘기술력’이나 ‘창의력’이라기보다 세련되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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