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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접민주주의는 올바른가

한국민주주의의 새로운 시험대가 된 '오세훈발' 주민투표

손우정 전문기자

입력 2011-08-12 00:36:38 l 수정 2011-08-12 00:41:47

질문 하나. 우리나라에서 대통령 직선제를 처음 도입한 대통령은 누구일까? 정답은 한국전쟁 와중에 기존의 간선제를 직선제로 바꾼 이승만이다.

1948년 제정된 제헌헌법에서는 대통령과 부통령을 국회에서 무기명투표로 선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1950년 5.30 선거에서 야당이 압승하자 재선이 어렵다고 판단한 이승만은 한국전쟁 와중인 1951년 11월 30일 대통령직선제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물론 국회는 이를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시켰다(찬성 19표, 반대 143표, 기권 1표).

그러자 1952년 7월, 이승만 정권은 경찰과 군을 동원해 국회를 포위하고 국회의원들을 강제로 연행하고 동원해 이틀 동안 감금시킨 뒤, 기립표결을 강제해 직선제 개헌안을 통과시켰다. 이른바 ‘부산정치파동’이다.

질문 둘.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국민투표제도를 도입한 사람은 누굴까? 정답은 역시 이승만이다. 이승만은 자신의 3선연임을 위해 1954년에도 개헌을 밀어붙여 그 유명한 ‘사사오입’이라는 유행어를 만들어 냈다. 이 개헌안에는 국가의 주권제약이나 영토의 변경을 가져올 국가안위에 관한 사항을 국민투표로 결정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시행되지는 않았다.

군부가 추진한 국민투표

그렇다면 처음으로 국민투표를 실시한 사람은 누굴까? 정답은 박정희다. 박정희와 5·16 쿠데타 세력은 군정 기간 동안 ‘반공법’을 제정하고 진보인사를 처형하는 공포정치를 펼친데 이어, 1961년 6월 10일 국가재건최고회의 직속으로 ‘중앙정보부’를 발족시켜 강권통치에 착수했다.

쿠데타 세력은 이를 민의에 기반한 행동으로 포장하기 위해 직접민주주의제도를 적극 활용했다. 박정희 쿠데타 세력은 국민투표법을 제정하고 개헌 국민투표를 추진했는데, 투표가 진행되기 불과 12일 전인 1962년 12월 5일에 경비계엄을 해제했고, 투표 직전에야 개헌안을 확정했다. 새로운 헌법의 내용이 무엇인지, 그리고 다른 이들은 개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 투표 사안에 대한 대중적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박정희가 자신의 연임을 위해 1969년 소위 ‘3선 개헌안’을 통과시킬 때도 국민투표가 사용됐다. 군부는 투표 통과를 위해 역술인과 무당, 사이비 신흥종교 집단까지 동원해 찬성표를 조직해 결국 65.1%의 찬성으로 가결, 확정되었다.

유신헌법을 통과시킬 때도 마찬가지였다. 학생시위가 계속되고 각종 사회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박정희 정권은 1972년 10월 17일 국회를 해산하고 비상계엄령을 선포했으며, 10월 27일 비상 국무회의에서 영구집권을 보장하는 7차 개헌안인 ‘유신헌법 개정안’을 의결하기에 이른다. 비상계엄이 해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투표가 진행되었고 11월 21일 유신헌법이 통과되었다.

오세훈 발 주민투표의 위법성

우리 헌정사에는 이처럼 권력을 독점한 권력자가 자신을 반대하는 대의구조를 우회하기 위해, 또는 자신의 권력유지의 걸림돌이 되는 형식적 장애물(임기제한)을 폐지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활용해 왔다.

앞의 사례에서 보듯이 모든 투표, 모든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반드시 민주적인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동의한다면 지금 진행중에 있는 오세훈 발 주민투표 역시 과연 민주적 정당성이 있는지, 이것이 과거처럼 권력자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이용되고 있지는 않은지 판단해볼 일이다.

우선, 현재 진행 중인 주민투표는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 주민투표법 제7조(주민투표의 대상)에 따르면 재판중인 사항이나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또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 예산에 관한 사항 등은 주민투표에 부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무상급식에 관한 서울시 의회의 조례를 반대하며 대법원에 조례무효확인청구소송을 제기해 놓고 있다(재판중인 사항). 또한, 무상급식은 기본적으로 서울시의 사무가 아니라 서울시교육청의 사무이며(다른 자치단체의 권한 또는 사무), 무상급식을 정책으로도 볼 수 있지만, 현재 복지포플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이하 복추본)와 서울시가 제기하고 있는 것은 예산과 관련 깊다(예산에 관한 사항).

투표문구의 왜곡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 그리고 복추본에서는 이번 투표를 ‘단계적 무상급식’과 ‘전면적 무상급식’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으로 홍보 중이다. 그러나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가 전면 무상급식이라며 반대하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안과 서울시의회안은 2011년은 초등학생, 2012년은 중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단계적 무상급식 안이다.

반면, 오 시장과 복추본이 단계적 무상급식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안은 소득수준 50%를 기준으로 제한적인 무상급식을 적용하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다. 단계적과는 거리가 있는 선별급식안인 것이다. 주민들이 무상급식에 대한 올바른 정책적 방향을 선택하도록 하려 했다면, ‘보편적 무상급식’과 ‘선별적 무상급식’ 안 중 하나를 선택하게 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복추본은 이를 단계적 무상급식과 전면적 무상급식으로 포장함으로써, 대중에게 의도적인 혼란을 조성하고 있다. 실제 복추본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여러 의견 중에는 보편적 무상급식을 찬성하지만, 예산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옳다는 논리가 드물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매우 정치적이며 전형적인 신임투표

이번 주민투표는 우리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신임투표적 성격도 강하게 드러난다. 흔히 국민투표는 레퍼렌덤(referendum)과 플레비시트(plebiscite)로 구분하는데, 레퍼렌덤이 헌법이 정한 특정 정책, 예를 들어 개헌과 같은 것을 결정하는 국민투표라면, 플래비시트는 정치적 중요 사건을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신임투표라고도 불리는 플레비시트는 그동안 권력자들이 자신의 입지 강화와 정통성 확보를 위해 추진되는 경향이 컸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박정희 군부세력이 자신의 부족한 민주적 정통성을 보완하기 위해 국민투표를 동원한 사례는 모두 플레비시트에 해당된다.

오세훈 시장은 한나라당의 전폭적 지지를 요청하며 “주민투표에서 승리하면 총선, 대선 국면에서 훨씬 유리한 지형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 바 있으며, 지난 11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주민투표 직전 투표 결과에 따라 ‘시장직 진퇴’ 등 자신의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주민투표가 매우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추진되고 있으며, 전형적인 신임투표, 플레비시트라는 것을 말해준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이런 식의 신임투표를 ‘위헌’이라 보고 있다. 지난 2004년 헌재의 ‘탄핵결정문’에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한 신임투표에 대해 “국민투표제도를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정치적 도구로 남용해서는 안된다는 헌법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는 위헌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오세훈 발 주민투표, 직접민주주의의 중요한 시험대

국민투표, 혹은 주민투표는 모두가 직접 참여하는 직접민주주의가 ‘규모의 딜레마’로 인해 불가능한 조건에서,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반(半)직접민주주의 제도 중 하나다.

그러나 이런 반(半)직접민주주의제도는 결정을 위한 충분한 정보제공과 서로의 의사를 소통함으로써 자기 오류를 수정할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다면 권력과 금력의 들러리로 전락하기 쉽다. 주민투표가 일상화된 미국 등에서도 주민들이 어떤 의제를 더 선호하느냐와 상관없이 돈을 더 많이 쓴 운동본부가 승리한 사례가 훨씬 더 많았다.

지난 8월 1일부터 본격화된 무상급식을 둘러싼 오세훈 발 주민투표 역시 우리에게 ‘모든 직접민주주의는 올바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해방 직후 건준과 인민위원회를 통한 직접정치에서 반공독재체제로, 6월항쟁을 통한 자유민주주의로, 2002년, 2004년, 2008년 촛불항쟁을 통해 다시 반(半)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요구로 변화되어온 한국 민주주의의 궤적은 또 한 차례의 도약을 위한 시험대에 올라 있는 것이다.

이제 성숙한 민주시민은 단순히 반(半)직접제적 요구만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이 올바른 투표인지, 어떤 것이 민주주의를 질 좋게 만드는 최선의 방법인지를 모색해야할 때가 왔다. 적지 않은 이들이 투표 보이콧이 향후 민주주의 발전에 부정적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걱정하고 있지만, 우리 민주주의가 넘어서야할 또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어쨌든 이번 주민투표가 한국 민주주의에 안겨주는 화두는 형식과 절차를 넘어서는 어떤 지점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어떤 투표가 민주적 투표인지, 잘못된 투표에 대해서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오늘 민주주의의 현실은 우리에게 그 답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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