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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 "합의서 잉크도 마르기 전에 분열 꿈꾸나"

현석훈 기자 radio@vop.co.kr

입력 2011-08-30 11:10:21 l 수정 2011-08-30 19:05:00

민주노동당 장원섭 사무총장

민주노동당 장원섭 사무총장


모든 협상에는 약간의 ‘뒷담화’가 있기 마련이다. 테이블 위에서 오고 갔던 이야기들이 모두 진심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닐 수 있고, 압박과 설득에는 다소 무리한 논리가 사용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뒷담화’들은 합의문에 서명하는 순간 사라진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이런 이야기들이 흘러나온다. 흥미롭긴 하지만 단지 흥미로울 뿐이다.

실제 협상가들은 그래서 입을 잘 열지 않는다. 모든 것은 합의문에 담겨 있다는 게 보통 이들의 ‘공식’ 발언이다. 그래서 기자에게 갑자기 걸려온 전화는 다소 낯설었다. 민주노동당의 협상 책임자였던 장원섭 사무총장이 인터뷰를 자청한 것이다.

“갑자기 할 이야기가 생겨난 겁니까?”
“이야기를 안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협상에 대한 평가 때문이지요? 이를테면 민주노동당이 ‘백기투항’을 했다 류의 이야기들?”
“그렇습니다,”

8월 29일 진보신당의 정종권 전 부대표는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8.28 민노/진보 양당의 합의문은 사실상 민노당 당권파의 백기투항이고 진보신당의 기조가 대부분 관철된 합의안”이라고 평가했다. 정 전 부대표는 28일 있었던 민주노동당의 당대회에 대해서도 “민노당 당권파의 패배이고, 민노당 내 비판세력의 승리”라고 평가하면서 국민참여당의 진보 통합당 합류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정 전 부대표가 협상단의 일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언행이었다. 장 사무총장이 할 이야기가 무엇일지는 짐작가능했다.

30일 아침 일찍 국회에서 만난 장 사무총장은 “당 대회에서 (의결정족수인) 2/3를 넘길 수 있게 도와달라고 하던 진보신당 협상단이 우리(민주노동당)당 대회가 끝나자마자 ‘백기투항’ 어쩌고 하는 것은 민주노동당을 모욕하는 행위”라고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참여당 합류 문제는 상층끼리 앉아서 처리할 문제 아니다”

민주노동당 장원섭 사무총장

민주노동당 장원섭 사무총장

장 사무총장은 “진보신당의 협상 책임자였던 김형탁, 정종권 등 수임기구 위원들이 최근 말과 글을 통해 진보정당을 하자는 동지들에 모욕을 주고 있다”며, “진보운동가로서 최소한의 품격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백기투항’이라는 말은 전쟁터에서 적들에게나 사용하는 말”이라며 “계속 이런식으로 나오면 심각한 국면이 올 수 있다. 당사자들은 이러한 발언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장 사무총장은 협상이 교착에 빠질 때마다 민주노동당이 쟁점 사항을 ‘수용’했다면서 “마무리 단계에서도 이정희 대표의 결단으로 참여당 문제를 결론지으며 협상을 마무리 짓게 됐다”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의 호의와 인내를 모욕하지 말라”는 것이다.

또 장 사무총장은 문제는 진보신당 지도부의 ‘지도력 부재’였으며, 참여당의 합류 문제가 핵심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진보신당 지도부는 참여당 문제가 불거지기 전이었던 6월 말 당대회에서도 의결 정족수인 2/3의 찬성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장 사무총장은 “진보신당의 조직진로에 대한 당내 이견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2/3를 넘기 위해 도와달라는 게 (진보신당) 협상단들의 일관된 태도”였다고 지적했다. “꼼수로 하지말고 정정당당하게 하라”고도 했다.

‘참여당의 합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장 사무총장은 강하게 반박했다.

그는 “참여당 문제와 관련해서는 ‘진지한 논의’를 하기로 했다”고 전제한 후 “진지하게 논의하자고 해 놓고 '비토권' 운운하는 것은 말이 안 맞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협상과정에서 “‘진지한 논의’의 방법으로 진성당원제에 입각한 직접민주주의 방식이 있다”면서 “이를 합의서에 넣으려고 했으나 진보신당 상황을 고려해 빼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사무총장은 “양당 수임기관이 깔끔하게 합의한다면 문제가 없다. 그렇지 않으면 상층이 앉아서 합의할 문제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광범위한 여론조사나 전체 당원의 의사를 확인해서 결정하는 것이 맞다는 것이다.

장 사무총장은 진보신당의 협상단의 글과 말을 지목하면서 “본인들은 다 관철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배려해주고 양보해준 상대에 대해 감사하다, 고맙다고 하는 게 순서지 돌아서서 등 뒤에서 돌을 던지느냐”며 화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합의서 잉크도 마르기 전에 분열을 꿈꿔서는 안된다”는 게 그의 공개 경고였다.

아래는 인터뷰 전문이다.

- 양당이 통합 결정을 내렸다. 진보신당 일각에서 민주노동당이 '백기투항'했다는 말이 나온다.

5·31 합의 이후 6,7,8월 3개월간에 걸친 양당간 협상이 끝나고 민주노동당 당 대회가 끝났다. 당대회 직후 나온 진보신당 협상책임자였던 김형탁, 정종권 등 수임기구 위원들의 말과 글을 보면서 몇 마디하고 싶다. 이들은 함께 힘을 모아 진보정당을 건설하자는 동지들에 모욕을 주고 있다. 진보운동가로서 최소한의 품격과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켜줬으면 좋겠다. 본인들 당 대회에서 3분의2 가결 때문에 걱정이 된다면 사실을 왜곡하지 말고 협상 상대에 대한 최소한의 도의를 지켜 달라. 진보운동가라고 한다면 꼼수부리지 말고 당당하게 임했으면 좋겠다.

신념의 차이는 존중할 수 있다. 그러나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동지들 등 뒤에서 돌을 던지는 비겁한 행동이다. 3분의2로 통과될 수 있게 도와달라고 계속 하더니 당 대회 끝났다고 '백기투항' 운운하는 것은 민주노동당의 통 큰 양보와 당원들의 인내·아량을 굉장히 모욕하는 것이다. '백기투항'이라는 말은 전쟁터에서 적들에게나 쓰는 말이다. 민주노동당은 진보정치의 단결과 단합을 실현하기 위해 협상과정에서 교착 때마다 양보하고 아량을 베풀며 인내해 왔다.

그런데도 합의서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벌써부터 분열을 꿈꾸는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 진보신당 조승수 대표는 참여당 문제와 관련 '비토권'이 있다고 주장하는데

'비토권'은 본인들의 전매특허가 아니다. 당원수가 3배 이상 차이가 남에도 불구하고, 진성당원제의 원리에 맞지 않는 동수(同數)의 대의기구를 합의해 준 이유는 합의정신을 살려 당을 운영하자는 것이지 진보신당에 '비토권'을 준 것이 아니다. 그야말로 합의내용에 대한 악의적인 해석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 진보신당이 대의기구 3분의2 조항으로 줄기차게 요구했던 것은 총·대선 관련 방침이었다. 그러나 최종합의문에서 빠졌다. 이것은 선거의 특성상 빠른 결정과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조항이 있으면 사실상 대응하기도 어렵고, 또 (3분의2) 조항이 없다 하더라도 합의해서 잘 운영하자는 의미다.

이렇게 해석해야지, 만약 우리가 본인들이 우려하는 야권연대와 독자후보 전술 등이 3분의2 의결에서 빠졌다고 주장한다면 어떻게 할 텐가. 한 가지 사례를 말씀드리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합의의 정신이다. 지금처럼 주장하는 것은 합의정신과 합의서에 대한 악의적인 왜곡이다.

합의문 글씨보다 중요한 것은 동지들에 대한 신의와 예의다. 사람이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 우리는 바보가 아니다. 통증도 못 느끼는 신경마비환자라 착각하지 마라. 분당 이후 지금까지 ‘종북’으로 몰려 고생했으나 협상 과정에서 사과 한마디 요구하지 않았다. 이런 식으로 나오면 심각한 국면이 올 수 있다.

- 최근 합의에 이르게 된 과정을 간단히 설명해 달라

협상과정의 흐름을 설명한다면 처음 5·31합의 직후 진보신당이 주장했던 비례후보와 관련된 논의를 그대로 수용해 협상의 물꼬를 텄다. 그리고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질 때 마다 쟁점사항 대부분을 수용했다. 그것은 합의정신을 살려서 당을 운영하자는 것이었고, 진성당원제 원리에도 맞지 않았지만 교착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쟁점사항을 수용한 것이다.

마무리 단계에서 이정희 대표의 결단으로 참여당 문제를 결론지으며 협상을 마무리 짓게 됐다. 그런데 지난 과정에 대한 우리의 인내와 호의를 '백기투항' 운운하면서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 당사자들은 사과해야 한다. 본인들이 협상장에서 했던 말과 다르지 않나.

(진보신당의) 당내 조직진로에 대한 이견과 본인들의 지도력 부재를 참여당 문제와 바꿔치기 하지 말라는 것이다. 참여당 문제가 아니더라도 (6월) 전당대회에서 3분의2가 안됐던 문제 아닌가. 조직진로에 대해서 당내 토론을 해야지 이런 식으로 문제를 호도해서는 안 된다.

정종권 전 부대표가 글 써놓은 것 보니까 기가 막히던데... 강령 전문 얘기도 하겠다. 전문에 대한 이견이 있었기 때문에 강령 전문을 삭제한 것이다. 서로 불만이 있는 합의였으나 5·31 합의서로 모든 것을 대처한 것이다. 누구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삭제된 것처럼 당원들에게 모욕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 참여당 문제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참여당 문제와 관련해서는 진지한 논의를 하기로 합의했다. 진지하게 논의하자 해놓고 '비토권' 운운하는 것은 애초 교섭이나 협상과정에서 했던 것에도 맞지 않다. 진지한 논의를 하기로 했는데 '비토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맞는 것 아닌가.

진보신당의 의견을 통 크게 수용하면서 진지한 논의의 방법으로 진성당원제에 입각한 직접민주주의 방식을 택하자고 했다. 이를 합의서에 포함시키려 했으나 진보신당 내 상황을 고려해 합의문에 넣지 않은 것이다.

민주노동당 전당대회 결정도 그렇게 해석해야 한다. 양당 수임기관이 깔끔하게 합의한다면 참여당과 함께 가는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상층에서 합의할 문제가 아니라 광범위한 여론조사나 전체 당원 의사를 확인해서 하자는 것이 전당대회에서 당원들이 내린 결정이다. 당권파에게 패배를 안겼다는 표현은 황당한 아전인수식 해석이고 당원들에 대한 모욕이다. 향후 당 운영에서 여론조사나 투표를 통해 참여당 문제를 결정하면 되지 않겠나. 이건 매우 자연스럽고 또 실무적으로 어렵지도 않다. 이런 것을 논의해야 하는 것이지 민주노동당 당원들의 전당대회 결정을 '당권파 패배' 운운하는 것은 황당한 주장이다.

합의문에 대한 '해석투쟁'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협상장에서 쭉 해왔던 발언과 다르다면 문제가 있다. 전당대회가 끝났다고 상대의 뒤통수를 치는 것에 대해 인간적으로 슬프다. 통합정당을 함께 할 생각이라면 사과해야 한다. 합의가 끝났다고 해서 면을 바꿔 계속 모욕을 주는데 무슨 진정성이 있겠나.

- 조승수 대표는 참여당의 합류는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참여당 문제는 진보신당 내부의 상황을 고려해 여러 가지를 유연하게 대응하고 입장결정을 유보하고 배려해 준 것이다. 진지하게 논의를 거치자 했기 때문에 통 크게 수용한 것이다. 이제 와서 '비토권' 운운하는가. 이것은 거의 사기에 가깝다.

우리가 생각하는 진지한 논의의 방식은 진성당원제에 의거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당명을 정하기 위해서는 여론조사와 당원을 포함하는 새통추 추진위원 전원의 투표를 어차피 해야 한다. 그래서 수임기관 사이의 완벽한 합의가 아니라면 여론조사와 투표를 진행할 때 참여당 문제에 대한 여론조사와 투표를 함께 진행하는 것은 매우 좋은 방안이다. 더 좋은 방안이 있다면 같이 찾아보자는 것이 진지한 논의의 내용이다.

- 민주노총 김영훈 위원장이 '진보신당에 비토권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굳이 그런 식으로 말한다면 (새통추 논의를 할 때) '양당 합의를 거쳐 새통추에서 의결한다'는 조항을 왜 삭제하자고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양당합의를 거쳐야 한다는 조항은 쉽게 수용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논쟁이 교착상태에 있었기 때문에 진보신당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었다.

그러나 마지막 합의를 할때 그 조항을 조승수 대표가 삭제하자고 해서 뺀 것이다. 진보신당 의견과 무관하게 새통추에서 의결하면 되나? 물론 그런 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 진지한 논의를 해가자는 것이다.

입장과 신념의 차이는 존중할 수 있다. 지금 몇몇 사람들이 하고 있는 것을 보면 거창한 원칙 이전에 통합진보정당을 만들자고 머리를 맞대었던 협상 당사자에 대한 최소한 도의나 인간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이러면서 통합진보정당을 함께 하자고 하는가.

앞날을 생각해 봤을 때 소통합이 옳은지 5·31 정신대로 모든 세력을 다 모아 대통합으로 가는 것이 옳은지 판단해야 한다. 본인들이 그동안 당내 사정이 복잡하다고 해서 많은 양보가 있었던 것이다. 당당하게 논의하면 된다.

5·31 합의에서도 사회당이 빠졌고, 새통추 합의에서는 시민회의가 빠졌다. 걸핏하면 만장일치를 주장하는데 이것이 만장일치인가? 본인들에게 '비토권'이 있다고 하는 것은 상대방의 인내와 호의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노동자 민중을 위한 통합진보정당을 구성하는데 민중과 당원들 의사가 무엇인지 물어보고 결과에 따르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한 좋은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하자는 것이다. '비토권'이라는 말이 쉽게 쓸 수 있는 말인가? 진보운동에서 어느 누구에게 '비토권'이 있나? 진보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아니다.

아무리 (당대회의) 3분의2가 급하다고 해도 꼼수로, 악의적으로 하지 말았으면 한다. 정정당당하게 하는 것이 모두의 발전을 위해 좋다. 통합진보정당을 잘 해보자는 것에서 민주노동당은 상대방에 대해 여러 배려와 호의를 베풀어 왔다. 이런 식으로 되갚지 마라,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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