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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은 생태지평 연구원

이승은 생태지평연구소 DMZ보전연구팀 연구원.



“안녕하세요. 생태지평 이승은입니다.”
전화기 너머 들려오는 목소리가 씩씩하다. 듣는 이의 기분까지 좋아진다.

이승은 생태지평연구소 DMZ보전연구팀 연구원은 풋풋한 20대, 이제 2년차 활동가다. 작년 1월부터 생태지평에서 일하기 시작해 올해부터는 DMZ보전연구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연구원은 어렸을 때부터 ‘환경운동가’가 꿈이었다고 한다. 중학교 때 책을 읽다가 한 장의 사진에 ‘아, 이거다’ 하고 눈이 번쩍 뜨인 것.

“모피를 위해 아기 하프물범을 잡으러 오는 범선을 한 활동가가 온몸으로 막고 있는 사진이었어요. 원래 자연을 좋아했지만 앞으로 뭘 해야겠다는 것과는 연결시키지 못하다가 그 순간 꽂힌 거지요.”

고등학교 때는 ‘나홀로 투쟁’도 해봤다. 길거리에 ‘모피코트 특별세일’, ‘모피 대 판매전’ 등의 포스터가 붙어있으면 참지 못하고 다 뜯어내 가방에 넣어 집에 왔다고 한다. 그랬더니 어머니가 “그러다 큰일 난다. 붙인 사람들이 보면 어쩌려고 하냐. 무슨 일이든 지혜롭게 해야한다”고 충고했다.

그래서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기 위해 환경단체를 무작정 찾아갔다. 환경운동연합을 찾아간 ‘고딩’ 이승은은 1년 동안 청소년 모임에서 신나게 활동했다.

대학에 들어간 후엔 ‘학생운동’을 했다는 그는 사회로 나올 때쯤 다시 환경운동을 떠올렸다. 어쩌면 ‘다시’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원래 꿈이 환경운동가였고, 학생운동을 하면서도 ‘나중에 환경운동을 할 때 밑거름이 될 거다’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해서 찾아간 곳이 생태지평이다.

‘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에 반해버리다

생태지평, 이름만 들어서는 생소하다. 무엇을 하는 곳일까.

“생태지평을 저는 환경운동 연구소라고 소개해요. 지금까지 환경운동 단체가 많이 있었고 그들 각자의 역할이 있어요. 그런데 환경운동에서 약했던 부분이 ‘연구’였어요. 환경운동 하는 사람들이 연구를 통해 자기 논리를 확실하게 가져야 싸움에도 이길 수 있거든요. ‘핵은 죽음이다’, ‘갯벌은 소중하다’는 언명으로 싸움에 이길 수 없는 때가 왔어요. 더 깊은 운동을 위해 만들어진 환경운동 연구소가 생태지평입니다.”

그렇다면 이승은 연구원은 생태지평의 어떤 매력에 빠져 이곳에 오게 된 걸까.

“제가 이곳에 온 가장 큰 이유는 ‘현장과 이론이 만나는 연구소’라는 기치에 완전히 반했기 때문이에요. 어떤 곳은 현장만 중시하고, 어떤 곳은 이론만 파고, 그런 게 아니라 현장을 지키면서 그 안에서 실현 가능한 이론을 모색한다는 점에 끌렸거든요.”

현재 생태지평에는 갯벌해양, DMZ, 환경보건, 4대강의 네 갈래 팀이 나뉘어져 있는데 이들 각자가 자신의 ‘현장’을 갖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장과 이론의 만남’의 의미다.

“예를 들어 갯벌해양 팀은 전남 무안갯벌에서 주민사업을 하고요, DMZ팀의 경우 강원도 인제 쪽에 선배가 파견돼 지역사업을 하고 계시고요. 환경보건 팀의 경우 전북 진안에 아토피 특성화학교가 있어서 그곳에 가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생활관리도 해주고 합니다.”

이처럼 생태지평이 현장을 중시하게 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이 연구원은 “새만금 싸움의 실패를 통해 배우게 됐어요. 당시 전국적으로 80% 이상이 반대했는데 오히려 주민들이 찬성을 했거든요. ‘아무리 환경적으로 옳고 지켜야 하더라도 그건 주민의 힘으로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거지요”라고 말했다.

그녀가 일하고 있는 DMZ팀은 무슨 일을 할까?

“DMZ라는 게 범위가 넓잖아요? 동에서 서까지 다 있으니까요. 사람들이 ‘4대강 다 파헤치고 나면 다음은 DMZ다’ 하거든요. 지금은 잘 보존돼있지만 변화 가능성이 많은 곳이지요. 그래서 모니터링 하는 사업을 꾸준히 하고 있어요. 그런데 속상한 게 야금야금 개발이 들어가고 있어요. 지자체 별로 조금씩 개발하려는 움직임들이 있어서 이를 모니터링하고 있지요.”

이처럼 분야별 활동을 진행하면서 현안이 발생하면 현안대응도 하게 된다. 하지만 활동가 숫자가 충분치 못하다 보니 발빠른 현안 대응은 아직 아쉬움으로 남아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났을 때나 고엽제 문제가 생겼을 때 등 현안이 빨리 빨리 돌아가잖아요? 그런데 이에 대해 조사를 하려면 저희 연구원 전원이 투입돼야 해요. 예를 들어 구제역 문제라면 매립 현황이나 침출수 문제 등 전국을 다 조사해봐야 하니까요. 현안에 대응하고 대책에 대한 보고서를 내고 하기에는 아직 역량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자신의 영역에서 일하면서도 늘 현장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이승은 생태지평 연구원

이승은 생태지평연구소 DMZ보전연구팀 연구원. (천미리 산양 탐사)



“돼지가 햄이 되려고 태어난 건 아니잖아요”

그는 민주노동당 부설 새세상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진보여성웹진에 필자로도 참여하고 있다. 여성과 환경, 환경과 여성의 접점을 어떻게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아직도 고민이에요. 단순히 에코 페미니즘이다, 라고 하기에 설명할 수 없는 부분도 많은 것 같고. 그래서 일단 이론적인 부분보다는 여성 환경운동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얘기를 많이 들려주려고 하고 있어요. 그 자체로 여성주의와 생태가 만나는 부분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얼마 전에는 ‘채식을 시작한 지 10년 만에 우유와 이별했다’는 내용의 글을 썼다.

“10년 동안 우유와 이별하지 못했던 까닭은 너무 간단했습니다. 건강한 뼈와는 거리가 상당히 먼 커피와 우유의 만남, 카페라떼를 너무나 좋아했기 때문입니다......우유 하나 안 먹겠다고 다짐했을 뿐인데 생활은 더욱 재미있어지고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선택의 폭이 좁아진 것처럼 보이겠지만 이제 커피숍에 가면 매일 먹던 카페라떼를 안 먹고 여러 가지 허브티를 먹어 봅니다.”

꽤 어려워 보이는 자신의 실천을 소박하게 풀어놓은 이 글을 보면 문득 ‘나쁜 습관과 이별하기’에 동참하고 싶어진다.

“모피반대운동을 시작하고 고2 때부터 채식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제가 채식을 한다고 하면, 사람들이랑 얘기하면서 걸리는 부분이 늘 있어요. 뭔가를 취할 수는 있지만, 취하는 걸 ‘포기’하는 것은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오히려 취하지 않음으로써 얻는 자유로움이 더 많아요.

물론 사람들이랑 모임하고 뭔가 먹으러 가면 여전히 어려운 점이 많지요. 그래도 채식을 포기할 수 없는 건 내가 뭔가를 지켰다는 데 대한 스스로의 만족감 때문이랄까요. 채식 1년차나 10년차나 힘들긴 똑같아요. 10년 했다고 초인이 되고 그런 건 절대 아니랍니다.

채식을 왜 하냐고 물으면 이유가 하도 많아서 딱 설명이 안 돼요. 가장 간단하게는 살생을 하지 않으려는 게 크고요. 더 강하게 와닿았던 부분은 어떤 동물이든 하나하나가 온전한 삶을 갖고 있다는 거예요. 돼지가 햄이 되려고, 닭이 치킨이 되려고 태어난 건 아니잖아요. 각자가 가진 생명의 가치가 마음에 와닿았어요.”

이렇게 나쁜 습관과 이별하려는 작은 실천은 ‘감수성’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어 그는 지난 8.15대회에 갔다가 사람들이 너도 나도 비를 피해 우비를 입더니, 또 집회가 끝나니까 우비를 죄다 버리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조금의 ‘감수성’이 말이다.

끝으로 물어보았다. 2년차 활동가 이승은은 앞으로 어떤 꿈을 꾸고 있을까.

“예전부터 생각해오던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건 있어요. 왜 사람들이 다 각자의 분야에서 일하잖아요? 기자는 기자의 일을, 연예인은 연예인의 일을 하고. 저는 어떤 한 분야의 전문가라기보다 두루두루 할 수 있는, 다른 분야도 보면서 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갖고 재미있어하고,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을 때 잘 공감해줄 수 있고.

환경운동을 해도 다양한 길이 있잖아요? 더 전문적인 연구를 위해 박사학위를 딸 수도 있고, 지역 현장에 내려갈 수도 있고, 정책적으로 국회에 갈 수도 있고, 교육자가 될 수도 있고...... 그런 데서 제약 없이 어느 공간이든 즐겁게 일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생태지평 이승은 연구원

'민통선 지역 자전거평화누리길 조성사업으로 생태계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는 목소리를 전달하는 실천에 나선 이승은 연구원.



<정지영 기자 jjy@vop.co.kr>
저작권자© 한국의 대표 진보언론 민중의소리
  • 기사입력 : 2011-08-31 14:53:06
  • 최종업데이트 : 2011-09-01 00:5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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