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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원탁회의는 법인화 저지 '끝까지 싸우자'고 했다"

[인터뷰] '500인 서울대인 원탁회의' 박선아 준비위원장

최지현 기자 cjh@vop.co.kr

입력 2011-09-25 11:35:51 l 수정 2011-09-25 12:49:13

서울대 원탁회의

20일 오후 6시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법인화문제 해결과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500인 서울대인 원탁회의'가 열렸다.



올해 서울대는 유난히 시끌벅적하다. 법인화법 발효를 앞두고 서울대 학생들이 격렬히 반대하며 나섰기 때문.

지난 5월30일 서울대 총학생회는 비상학생총회를 성사시킨 후 곧바로 총장실을 비롯해 학교본부를 한 달여간 점거했다. 지난 22일에는 한 법대생이 정문 구조물에 올라 고공농성을 하던 중 사흘 만에 탈진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그리고 오는 28일 서울대 총학생회는 동맹휴업을 하겠다고 선포한 상태이다.

하지만 2학기에 접어들면서 학생들이 다시 얼마나 '행동전'에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격렬한 싸움에도 불구하고 학교와 정부의 입장이 단호했기 때문. 오히려 싸움을 주도했던 총학생회 임원들은 징계를 받기까지 했다.

이에 지난 20일 서울대 학생들은 '법인화문제 해결과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500인 서울대인 원탁회의'를 열어 속마음을 털어놓는 자리를 마련했다. 준비위원장 박선아(08.농경제사회학과)씨가 중심이 돼 총학생회에 제안한 원탁회의는 총학생회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산하 기구로 들어가 원탁회의를 진행했다.

행사 당일, 목표인 500인에 못 미치는 100여명이 참석했지만 학생부터 주민까지 모두 어우러져 법인화법에 대한 속마음을 털어놓는 거의 유일한 자리가 됐다.

23일 서울대 학생회관에서 만난 박선아씨는 "점거해제 이후 법인화 투쟁이 흐지부지된 느낌이 있었고, 2학기 때도 잠잠해지고 회의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의견을 듣고 싶어서 제안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박씨는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기획단을 모집해 원탁회의를 준비했다. 박씨는 "날치기된 법인화법은 재정 적자를 돌파하려고 하는 정부의 정책 중 하나일 뿐이지 교육을 생각하는 하는 계획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인화라는 것이 너무 복잡해서 잘 알기도 어렵다"면서 "그래서 무턱대로 무조건 나쁘다고 보는 사람들에게도 더 많은 토론거리들을 제시해 그 불씨가 죽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의제로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기획단은 방학 중이었던 8월부터 원탁회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원탁회의를 시작하기 전 안건을 마련하기 위해 학교 구성원을 대상으로 사전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박씨는 "알고 보니 이것이 법인화 사안에 대한 최초의 설문조사였다"며 "그동안 한 번도 이에 대해 물어보지 않은 게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박선아

'법인화문제 해결과 반값등록금 실현을 위한 500인 서울대인 원탁회의' 준비위원장 박선아(08)씨

원탁회의 참가자는 목표 인원보다 적었지만 학생·대학원생·교수·교직원, 심지어 지역 서점 아주머니까지 다양한 참가자들이 모여 열띤 토론을 했다.

박씨는 "목표에는 미달됐지만 참석한 사람들은 희망을 가지고 돌아갔다"면서 "최선을 다해 의견을 내고, 이런 자리의 필요성을 알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원탁회의의 첫번째 질문은 "가장 답답한 점이 무엇입니까?"였다. 이에 대해 38%가 "무력하다"고 답했다. 이어 "답답함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겠습니까?"라고 물었을 때 "새로운 투쟁의 구심점이 필요하다"가 9%, "학생 지도부 간 갈등해소가 필요하다"가 9%로 나왔다.

마지막으로 구체적인 해결방안에 대해서는 "학내외를 흔들어 놓을 행동"과 이를 위해 "학우들과 함께하는, 학우들의 투쟁"이 제시됐다.

박씨는 "토론 결과가 모호하지만 내용을 보면 그만큼 절실하며 실천적으로 돌파하길 원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또한 "회의 결과에서 볼 수 있듯이 참가자의 18%는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면서 지도부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박씨는 "오늘(23일) 전체학생대표자회의가 있었는데 동맹휴업의 안건을 법인화법 자체가 아니라 비민주성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며 "이는 애초 법인화법 관련 안건에서 후퇴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비상총회 당시 모인 학생들은 비민주성 때문에 가장 많이 화가 났지만, 애초 법인화로 인한 등록금 인상과 기초학문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며 "비민주성만으로 안건을 제시한다면 법인설립준비위원회에서 학생 측에 지분을 좀 주겠다고 하면 바로 타협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고 우려했다.

그는 "원탁회의에서도 5%를 제외한 나머지 참가자들은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라고 의견을 밝혔다"면서 "법인화법에 대해 사람들은 타협이 아니라 끝까지 싸워나갈 것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작은 미약하게 보일 지라도 과·반총회부터 시작해 '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불신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탁회의의 남은 과제에 대해 "이제는 원탁회의에서 나온 내용을 실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과·반에서부터 실천적인 활동을 하는 것을 토대로 모범적인 사례를 남기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보였다.

이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이용한다면 법인화법은 충분히 쉽게 엎어질 것이기 때문에 그때까지 이 불씨를 이어나가야 된다"면서 "먼저 동맹휴업이 성사될 수 있도록 과·반 총회와 같은 토론·의기투합의 장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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