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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정원, 부산 시민단체 수년간 무차별 감청 드러나

국보법 수사와 무관한 단체 회원 인터넷·전화까지 몰래 엿봐.. 피해자들 ‘몸서리’

김보성 기자 press@vop.co.kr

입력 2011-10-10 03:31:35 l 수정 2011-10-10 08:28:17

국정원, 부산 시민단체 무차별 감청 드러나

'민중의소리'가 입수한 통신제한조치 집행사실통지서에 따르면 국정원이 국가보안법 사건과 관련해 사실상 6.15부산본부 관계자의 거의 모든 통신수단을 감청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해당 사건과 관계없는 단체 및 회원의 인터넷 회선과 전화까지 몰래 감시해왔다.



국정원 부산지부가 부산지역의 시민사회단체를 대상으로 지난 2007년부터 3년 가까이 이메일, 휴대전화 및 전화감청, 대화녹음 등 무차별적으로 실시간 감청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의 사찰 대상에는 국가보안법과 무관한 시민단체 회원까지 포함됐고, 이들은 국정원이 자신의 인터넷과 전화는 물론 대화까지 몰래 엿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생활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국정원 부산지부, 시민단체 무차별 감청.. 대화 녹음도
 
지난 6일 <민중의소리>가 입수한 국정원 측의 ‘통신제한조치 집행사실통지서’ 등에 따르면 국정원 부산지부는 지난 2007년부터 2010년 10월까지 각각 6·15공동선언 남측위원회 부산본부(이하 6·15부산본부) 간부 2명 등 시민단체 관계자 5명의 이메일, 전화, 팩스, 인터넷회선 등을 지속적으로 감청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은 통신비밀보호법 9조2항의 규정에 따라 통신제한조치를 했다며 최근 ‘통신제한조치집행사실통지서’, ‘통신사실 확인자료 제공요청 집행사실 통지서’ 등을 당사자들에게 보내왔다.
 
국정원 부산지부는 지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6·15부산본부의 실무회담과 방북행사, 축전 팩스수신 등과 관련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벌여왔는데, 이번 사찰은 이와 관련된 것으로 분석된다. 통신비밀보호법 9조의2 2항에는 “공소 또는 기소중지, 내사사건에 관하여 입건하지 아니하는 처분을 한 때에는 그날부터 30일 이내에 구체적 내용을 서면으로 통지”하도록 되어 있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달 2일 도한영 6·15부산본부 사무처장과 장영심 부산민중연대 집행위원장(전 6·15부산본부 집행위원장)을 이적표현물 소지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정원은 지난해 사건을 두고 압수수색 이후 1년 3개월만에 뒷북 기소를 해 반발을 샀다. 당시 ‘지령수수’ 등을 걸며 두 사람을 마치 이남 내에서 암약한 간첩으로 이들을 몰아갔던 국정원은 ‘이적표현물 소지’로 혐의를 대폭 줄여 논란을 자초했다.
 
하지만 이번 통지서를 확인한 결과, 해당 단체와 사건 당사자에 대한 거의 모든 통신 수단에 대한 광범위한 사찰이 진행됐고, 사건과 무관한 시민단체 회원까지 포함되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정원은 도 처장과 장 집행위원장에 대해 전체 기간을 통틀어 지난 2007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인터넷 사용내역, 휴대전화 위치추적, 통화 및 수발신내역, 우편물 검열 등의 방식으로 지속적인 감시를 해왔다. 특히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사실을 전제로 사생활의 대화녹음 및 청취까지 시도됐다.
 
더욱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는 시민단체 회원의 인터넷 회선과 전화까지 장기간 감청이 이루어졌다.
 
국정원은 6·15 부산본부를 내사하면서 같은 사무실을 쓰던 우리겨레하나되기 부산운동본부(이하 부산겨레하나)의 인터넷 회선을 2009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실시간 감청 했다. 부산지역 통일단체인 통일여성회의 전화도 2009년 12월부터 2010년 5월까지 국내외 발신 추적과 통신감청을 당해야했다. 두 단체의 인터넷과 전화의 각각 소유자인 A(36)씨와 B(32) 씨는 이번 사건과 전혀 관련이 없다.

국가보안법 사건 관계없는 단체 인터넷과 전화까지 감청

국정원의 감청증거 '통신제한조치집행사실 통지서'

국정원의 감청증거 '통신제한조치집행사실 통지서'. 이 통지서에 기록된 인터넷 회선은 국정원의 6.15부산본부 관련 국가보안법 수사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단체의 소유로 확인됐다.


 
국정원으로부터 단체 활동과 자신의 사생활 등을 감시당해온 당사자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장영심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30일에 집으로 우편물이 날라왔는데 바로 국정원이 보낸 통보서였다”면서 “억지기소로 욕을 먹고 있는 국정원이 이렇게까지 장기간동안 사찰을 해왔다는 것이 충격적”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장 위원장은 “국정원은 작년 압수수색 결과 별 다른 것이 나오지 않자 뒷북기소는 물론, 혐의까지 대폭 축소시켰다”며 “그런데도 무차별적으로 장기간 도·감청을 했다는 것은 명백한 위법행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도한영 사무처장도 “2년 9개월이 넘는 이메일 사용기록까지 국정원이 파악하고 있었고, 거의 모든 통신수단을 통해 나를 감시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도 처장은 이어 “공소장에서도 압수수색과 감청에서 나온 증거물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이렇게까지 무차별적으로 인터넷 감청과 대화녹음까지 당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말했다.
 
특히 국정원의 수사와 관계없는 시민단체의 인터넷과 전화를 감청해온 것에 대해 도 처장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분개했다.
 
사건과 관계없는 시민단체의 관계자인 A씨와 B씨는 “황당하고 무섭기까지 하다”며 몸서리를 쳤다. 부산겨레하나의 A씨는 “같은 건물에서 같은 층을 쓴다는 이유로 국정원이 인터넷을 몰래 엿봐왔다는 것에 분노가 치민다”며 “지금도 또 누구를 감시하고 있을지 겁이날 정도”라고 심경을 전했다. 그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사태”라며 “국정원은 합법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시민단체까지 사찰을 벌인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일여성회의 B씨도 “갑자기 집에 오니 국정원에서 도착한 우편물이 와서 깜짝 놀랐다”면서 “황당하고 치가 떨린다”고 표현했다. 그는 “이 번호는 다른 사람이 한동안 사용하기도 했는데 그 사람의 전화통화까지 도청된 것 같다”며 “국정원이 무엇을 노리는 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공안사건 위한 권한남용.. 현 정부에 대한 과잉충성 의도”

이에 대해 민주화를위한변호사모임의 최성주 변호사는 “시민단체의 활동은 물론 사건과 관계없는 사람들까지 장기간 감청을 해온 것은 인권침해 등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최 변호사는 “우선 어떤 혐의로 무엇을 엿봤는지 감청 내용에 대한 영장 사본을 발부받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그러나 지난해 말 헌법재판소가 감청기간 무제한 연장에 대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만큼, 이렇게 오랜 기간 감청기간을 연장해온 것은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김광수 부산시민운동연대 운영위원장도 “MB 정부 들어 과거 어느 때보다 이런 도·감청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며 “특히 국가보안법 사건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시민단체 회원의 인터넷과 전화를 감청해왔다면 이것은 작은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김 운영위원장은 “이 같은 사찰은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을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참여정부 시절 국정원 개혁에 참여한 한 인사는 “공안사건을 만들기 위한 권한 남용과 불법적인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며 “국정원 지역지부가 이렇게까지 한 것은 실적주의를 넘어 특히 현 정부에 대한 과잉충성의 의도가 크다고 본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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