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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웃음이 피식피식, 행복이 뭉실뭉실 피어나는 책을 만났다. 두 여자와 두 길고양이가 농촌에서 소소한 일상을 행복으로 엮어가는 이야기, '두 여자와 두 냥이의 귀촌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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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에게 꿀물과도 같은 재미를 선사한다. 의지가 있다면 어떤 어려움과 역경에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 특히 귀농, 귀촌하면 어느 정도 재산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도시를 과감히 청산하고 떠나길 머뭇거리지 않게 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두 여자는 참으로 용감하다. 농사 한 번 지어보지 못한 두 여자가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시골로 내려간 것이다. 여기에 같이 사는 고양이는 너무도 능청맞아 사람 같고, 하루하루 좌충우돌 지나가는 일상은 너무도 박진감(?) 넘친다.
이런 걸 보고 '사는 맛', '희망을 주는 메시지'라고 해야할까.
아울러 이 책에는 도시인들이 들어보지 못한 잡초요리 레시피 등과 함께 잔잔한 글들이 실려 있어 독특한 감흥을 준다. 만화책인데, 만화책 같지 않은 느낌. 뭐랄까. 아니, 그냥 책이다.
이 만화는 인터넷 저널 일다에서 연기리에 연재된 웹툰 '권경희 임동순의 전원일기'를 한 권의 책으로 묶은 것이다. 삶의 행복과 웃음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두 번의 이사 끝에 구평마을에 정착하기까지, 두 여자와 두 냥이가 만들어가는 행복한 귀촌이야기'를 꼭 읽어보길 권한다.
독자 서평:거기 '또 다른 삶'이 있었다 - 글:이해미
서울에서 태어나 한 번도 서울을 벗어나 본 적이 없는 내 삶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바로 '소진'과 '소비'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무보다 아파트가 더 많은 환경에 둘러싸인 채 대학 입시를 목표로 삼았던 나의 어린 시절부터, 결국 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불투명한 미래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무능력자로 낙인 찍히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현재까지, 나는 뒤쳐지지 않기 위해 항상 나 자신을 '소진' 시켜야 했다.
또한 생존을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먹거리와 입을 거리의 구입, 나의 내면을 풍성하게 해 주리라 기대하는 여러 문화적 활동, 허전함, 분노, 기쁨, 축하를 표현하기 위한 쇼핑 등, 내 삶을 유지하는 가장 큰 축은 바로 '소비'이다. 나는 살기 위해 '소비'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며, 소비를 하기 위해 자신을 '소진' 시키면서 돈을 벌어야 한다.
결국 이 차가운 도시에서 나의 삶을 이어가려면 결과적으로 나를 파괴해야 한다는 무서운 '아이러니'가 발생하는 것이다.
내가 도시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끝없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소진'과 '소비'가 순환되는 도시의 삶 이외에는 다른 형태의 삶을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기 때문이다.
모든 자본주의 사회가 그렇겠지만, 특히 빠른 경제 성장과 특유의 엘리트주의가 결합하여 강력한 지배 이데올로기로 작용해 온 우리 사회에서는, 명문 대학을 졸업하여 대기업에 입사하고, 자신이 소유한 서울 중심가의 중형 아파트에서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아이를 양육하는 것만이 '정답'인 것처럼 치부되고 있다. 이외의 다른 삶의 패턴들은 성공하지 못한 삶이자, 하루 빨리 벗어 던져야 할 '추레한' 현실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크고 작은 정신적/신체적 통증에 시달리고, 우리 사회가 무언가 잘못 되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쉽게 현재의 삶을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TV를 보다가 문득 귀촌을 결심하고, 결심한 지 단 한 달 만에 '집도 땅도 없이 무작정' 서울을 떠난 두 작가의 용기는 '대단하다'라는 말 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또한, 대책 없이 '귀촌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할 정도로 도시의 삶에 상처 입고 환멸을 느꼈을 작가들에게 나를 비롯한 많은 독자들이 깊은 공감을 할 것이다.
그러나 '당신도 도시를 버리고 시골로 오겠냐'라고 한다면 선뜻 '예'라고 대답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지금의 삶을 통째로 바꿔야 한다는 결심을 하기가 어렵고, 또한 시골에서의 삶도 만만치 않은 '위협'과 '어려움'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시골생활이 다 대안적인 것은 아니다
<두 여자와 두 냥이의 귀촌일기>는 특유의 유머와 이해하기 쉬운 만화의 형태로 시골 생활이 녹록치 않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작가들이 맨 처음 정착했던 충남 서산의 "별마을"은 박정희식 근대화 패러다임과 가부장주의가 굳건하게 자리잡고 전형적인 농촌 마을이다. 마을 이장님은 다른 사람들의 의견과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채 새벽마다 '뽕짝'을 틀어 대고, 여자 둘 만 사는 작가들의 집들이에는 온통 무례한 남성들만 찾아온다. 시골에서의 집들이는 이들을 받아들일 지 말지 최종 심사를 하는 자리이고, 이 때 심사위원은 남성들만 될 수 있는 불평등한 구조였던 것이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바라보는 시선 역시 도시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마을 어른들은 제초제를 쓰지 않는 작가들을 보고 농사를 제대로 짓지 못한다고 타박하고, 고기나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는 '반려동물'은 아무 짝에도 쓸모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책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개인주의적인 도시에 비해 이웃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조금 더 나누는 따뜻함이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나에게는 차라리 무관심하되 훨씬 자유로운 도시의 삶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상업적인 이유로 작가들이 열심히 가꾼 집과 밭에서 일방적으로 쫓겨나는 것을 보면서, 현재의 '일반적인' 농촌은 도시에서 받은 상처를 치유하고 보다 나은 삶을 찾고자 하는 사람에게 대안이 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멀게 느껴졌던 '귀농'에 다가가게 해준 만화
다행히 작가들이 새로이 정착하게 된 경삼남도 합천의 작은 마을은 보다 생산적이고 조화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동체이다. 이전 마을에서는 결혼도 안 한 여자 둘이 산다는 이유만으로 불편한 관심을 받아왔건만, 이제는 본인들 스스로 인정하듯이 두 작가가 '가장 평범한 이력의 소유자'가 되어 버렸다.
또 외롭거나 쓸쓸하지 않으면서 건강한 삶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경험하기 시작한다. 땅과 소통하고, 내 몸을 직접 움직여서 얻은 음식을 먹고, 어려운 일이 있으면 두 손 걷어붙이고 도와주지만 적당한 거리와 예의를 지킬 줄 아는 이웃과 어울리며, 무엇보다도 마음에 맞는 평생의 친구와 함께 살 수 있다니, 이 정도면 정말 행복한 삶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여전히 마을에서는 농약 냄새가 나고 여름이면 벌레들과 사투를 벌여야 하지만 말이다.
지금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두 여자와 두 냥이의 귀촌일기>가 답답함을 풀어 주는 동시에 또 다른 치열한 고민들은 제시할 수 있길 바란다. 나 역시 이 책을 통해 나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던 귀촌 생활을 조금 더 이해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완전히 떠나지 않으면서 자연과 사람에게 한 발자국 더 다가갈 수 있는 또 다른 대안적 삶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 본다.
이동권 기자su@v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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