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요 누르고 민중의소리를 페이스북으로 구독하세요

[기고]"KT에는 지금 민주노조가 필요하다"

"통신주권 및 공공성 회복, 노동인권보장 위해 민주노조 있어야"

조태욱 KT노동인권센터 집행위원장

입력 2011-11-20 17:49:40 l 수정 2011-11-22 08:18:43

1995년 당시 한국통신(한통)노조의 8만원 기본급 임금인상 요구투쟁과 재벌특혜 및 해외 투기자본으로의 민영화를 반대한 '통신주권 수호투쟁'을 김영삼 정권은 소위 '국가전복세력'이라고 규정했다. 김 전 대통령은 조계사와 명동성당에서 농성 중이던 노조집행부에 대해 경찰력을 투입했다. 우리는 정권의 운명이 도덕적으로 치명타를 입으며 내리막길을 걷게 됐음을 또렷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투쟁으로 해고 및 구속됐던 노조지도부에 대해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위원회는 2007년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했고, 회사는 당시 노조위원장이던 유덕상을 2009년에 복직시켰다. 이때 한통사태로 해고됐던 노동자들은 전원 복직돼 잘 마무리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한통사태와 더불어 시작된 노동조합에 대한 권력과 자본의 총체적인 무력화 작업은 2002년 해외민영화를 거치면서 더욱 심각해졌다. KT는 해외투기자본의 半영구적인 돈줄이 됐다. 하지만 이를 아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KT의 지배구조는 이사회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2006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국적의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더더욱 많지 않다. KT는 해외 투기자본이 49%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상법상 자사주가 의결권에서 배제되기 때문에 실제 의결권은 해외자본에게 있다. 그리고 현재 이러한 사실의 심각성은 사회적으로 공론화되지 못하고 있다.

KT의 대규모 인력구조조정 및 해외민영화 과정은 철저하게 노동조합의 무력화 과정과 일치하고 있다. 1994년 6월에 세운 민주노조(5대 집행부)는 1996년 12월 선거(6대집행부)에서부터 시작해 2008년 12월에 치러진 10대 집행부 선거까지 내리 다섯 번이나 회사측이 내세운 어용노조에 패배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권력기관까지 총동원되었음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IMF이후 10여 차례 강제적인 인력 구조조정으로 3만여명이 정규직에서 해고됐다. 2000년도 명동성당 파업과 2001년 5월 본사 점거농성 투쟁을 끝으로 2002년 민영화 이후 KT에서 대중투쟁은 사라지게 된다.

대규모 인력퇴출로 생긴 KT의 영업이익은 매년 1조원을 초과했으며 그 중 평균 50% 이상은 주주들에게 배당됐다. 2009년 등장한 MB낙하산 이석채는 94.2%의 배당성향을 보이며 해외 투기자본에게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반대급부로 이사의 보수 한도는 2009년 45억에서 2010년 65억으로 44.4% 급상승했으며 상무급 이상 경영진의 보수는 2009년 181억에서 2010년 405억으로 123.7%나 폭증했다. 말하자면 해외 투기자본과 경영진의 담합구조가 확실하게 정착된 것이다.

지난 9월30일 오전 세종로 KT광화문지점에서 KT공동대책위원회는 노동자들의 죽음에 침묵하는 KT기업 규탄 및 책임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 9월30일 오전 세종로 KT광화문지점에서 KT공동대책위원회는 노동자들의 죽음에 침묵하는 KT기업 규탄 및 책임규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노동자의 죽음에 입 다무는 어용노조

이렇게 번지르르한 돈잔치 뒷편에는 KT노동자들의 연이은 죽음이 있었다. KT에서 비밀인력 퇴출프로그램(CP)이 가동된 2006년도 이후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망자수는 87명이며 자살자와 돌연사가 폭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낙하산 인사인 이석채가 KT사장으로 공식취임한 2009년 1월14일 이후 현재까지 사망한 노동자 수는 46명에 달하며, 사장으로 내정된 2008년 12월9일 이후 사망자수는 49명이나 된다. 그 중 자살자가 6명에 달한다. 2009년 말 5,992명의 노동자들이 강제명퇴 당한 이후, KT노동자들은 전환배치 등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노동강도와 스트레스를 겪고 있다. 이러한 점이 KT노동자들의 폭증하는 자살과 돌연사를 부추긴 것이다.

지난 10월6일 업무 중에 쓰러져 사망한 노동자(대전NSC 논산 운용팀 소속 전영준)에 대해 회사가 미온적으로 나오자 유족(미망인)은 장례를 미루고 20여일 간의 논산지사 앞 천막농성을 했다. 농성 끝에 사측의 공식사과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합의서를 작성한 뒤에야 유족은 10월27일 장례를 치렀다. 하지만 바로 얼마 전인 11월 19일 새벽 또 한명의 노동자(대구NSC 서안동 운용팀 소속 김요환)가 돌연사 했다. 10월3일 밤에는 잔혹한 구조조정에 맞서 KT계열사인 KTcs 전해남 노조지부장이 차량 속에서 분신자살하는 사건까지 발생했지만 원인제공자인 회사측과 합의가 되지 않아 49재가 지나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2년 12월 노조위원장 선거 당시 강성후보자였던 류방상의 당선을 막기 위해 수도권 건설국 총무과장은 본사의 지침을 받고 조합원들에게 폭탄주 등을 먹이며 회유했다. 이로 인해 총무과장은 2008년 뇌림프종에 걸려 사망했다. 충격적인 것은 올 가을 국정감사에서 그가 산재판정을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근로복지공단이라는 국가기관이 부당 노동행위를 사측 지시에 의한 업무로 인정한 것이다. 여기에는 노조선거에 어떻게 회사가 개입하여 법인카드로 비용처리를 했는지도 구체적 증빙자료로 첨부됐다.

더욱 우리를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상황이 엄혹함에도 불구하고 회사측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야 할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의 연속된 죽음에 침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점이 해외 투기자본과 경영진의 답합 구조(보이지 않는 악수)의 하위 파트너로 전락된 현재 KT노동조합의 태생적 한계다.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광범위하게 늘어만 가고 있는 예비 사망자들을 구제할 방도가 없다. PD수첩에서 KT문제가 올해에만 3번 씩이나 방영됐다. 이러한 사실은 단위사업장의 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메시지를 사회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비정상적인 이익, 돌연사, 정리해고, 낙하산...KT는 모순 덩어리

현재 KT는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모순 덩어리를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백화점이라 할 수 있다. 그 중 몇 가지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半영구적 국부유출의 문제다
99%가 내수기업인 통신업체 KT가 국민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오는 높은 통신요금(OE CD평균통신요금의 2배)으로 1조원 이상 당기순이익을 남겨 해외 투기자본에게 초과이윤을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KT의 국부유출이 해외민영화의 문제이다. 10년간 2조4천억이 월가 금고로 입금됐으며 소유구조와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계속 늘어난다는 것이다.

둘째, 정리해고와 비정규직의 문제다
영업이익을 매년 1조원 이상 거둬들이면서도 10여 차례의 정리해고(강제명퇴)로 정규직을 3만여명으로 감축했지만 전체 직원수에는 변동이 없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본체에서 운영하던 114와 100번 콜센터, 그리고 가설과 A/S을 담당하는 협력업체 비정규직들은 과거 공기업 시절 모두 정규직이 하던 업무다. KT는 정규직을 정리해고한 후 비정규직의 확대를 통해 초과이윤을 벌어들이고 있다.

셋째, 낙하산 인사가 문제다
KT는 2002년 정부소유지분을 완전 매각해 100% 민영기업이 됐음에도 MB정권의 낙하산 집합소로 전락됐다. 낙하산 인사는 특정지역을 기반으로 배타적으로 작동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KT는 독식구조로 정착됐고, 낙하산 인맥의 전횡은 인사제도의 선순환 구조를 왜곡시키며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 의사결정 구조를 파괴시키고 있다.

넷째, 폭증하는 사망자 문제다
조중동 등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에 의하면 대기업 정규직을 소위 '신이내린 직장'으로 무병장수의 특권을 누리고 있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비밀 퇴출프로그램(CP) 가동으로 멀쩡하게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현직노동자들이 수없이 죽어가고 있다. 자살자와 돌연사가 폭증하고 있는 현실은 정리해고자와 마찬가지로 남아있는 노동자들에게도 엄청난 노동강도와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 이들은 죽어가는 동시대 피해자다.

낙하산인사 반대와 구조조정 저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2008년 12월 노조위원장으로 출마했던 필자는 엄청난 지배개입 속에 패배했다. 또한 KT노조가 2009년 7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탈퇴할 시 반대 기자회견을 한 이유로 2009년 9월030일 필자는 인천에서 비연고지인 삼천포로 전보됐고, 사택을 지원해주지 않아 한겨울 삼천포지사 앞 인도에서 텐트 노숙을 헸다. 이후 노동위원회의 부당전보 판정으로 2010년 3월 인천으로 원대 복귀했으나 2010년 4월 1일자로 두 번째 해고됐다. 어쩌면 낙하산 인사와 어용노조의 합동작전 속에 예고된 운명의 길을 걷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태욱

조태욱 위원장은 2009년 당시 사측의 KT인천계양지사에서 경남 삼천포지사로의 발령에 부당인사를 주장하며 발령 철회를 촉구하며 노숙농성을 했다.



사측, 선거에 앞서 온라인 선거운동 막고 투개표소 늘리는 등 선거규정 바꿔

하지만 세월의 흐름은 누구도 막지 못한다고 벌써 3년이 흘러 조합원이 노조집행부를 새롭게 선택할 수 있는 노동조합 임원선거가 오는 11월30일 치러진다. 단결투쟁을 통한 임금과 근로조건 개선을 기본으로 하는 노동조합이 고과연봉제와 팀별 성과급제 등의 도입으로 자신의 존립 문제까지 양보한 상황에서 조합원들은 이제 동료직원들의 죽음이 언제 자신에게 닥칠지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다.

조합원들의 분노를 회사와 어용세력은 분명히 우려하고 있다. 치솟는 분노 속에 치러질 노동조합 선거가 얼마나 걱정됐으면 선거를 코앞에 두고 10월13일 선거관리규정을 개악하였겠는가? 참관인 자격을 전국범위에서 지역범위로 제한(서울 조합원이 충남 또는 강원에서 참관 할 수 없음)하는가 하면, 참관인을 지부선관위의 의결로 퇴장시킬 수 있는 규정을 도입했다. 또한 투표용지 제작을 선거인 명부에 등록된 조합원수와 동일하게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3%추가 예비투표용지 제작을 하도록 해서 참관인 없는 투개표소에서 바꿔치기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게다가 인터넷과 통신매체를 활용한 어떠한 선거운동도 불허하면서 조합원들의 눈과 귀를 막아보겠다는 의도를 명백히 드러내고 있다. 사측은 선거공영제 실시를 요구를 거부하고 기탁금 제도만을 도입해 조합원들의 출마에도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하였는지 사측은 투개표소를 더욱 잘게 쪼개고 있다. 조합원 수는 3,000여명이 감소하였음에도 3년 전 489개 투개표소를 전보다 200여곳이나 늘려 약 700곳으로 투개표소를 확대시키려고 하고 있다. KT노조를 민주화시키는데서 가장 구조적인 장애물은 통합투개표를 하지 않고 잘게 쪼개어 투개표 한다는 데에 있다. 즉 조합원이 5명 혹은 10명 정도 밖에 안 되는 곳에서 투개표를 한다는 것은 사실상 공개투표를 의미한다.

지난 3년 전 필자가 출마하였을 때 투개표소 489개 중 약 150여 군데는 참관인을 세우지 못했다. 민주노조 후보자측 참관인으로 활동을 하면 지속적인 불이익(인사고과 최하등급 또는 비연고지 발령)을 약 10년 동안 가했기 때문에 참관인으로 등록한다는 것은 조합원 입장에서는 중대한 결심을 해야 하는 문제다. 따라서 부정투개표를 감시할 참관인을 조직하는 문제가 선거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 중의 하나가 되었다. 10초의 여유 시간이면 투표함을 바꿔치기 할 수 있다는 '조합원총회 종합대책'이라는 회사측 문건이 이를 말해 주고 있다.

지난 11월4일 점심시간에 공정선거를 위해 참관인을 모집하는 내용의 사내메일을 조합원들에게 보냈다는 이유로 대방지부 조합원(이남구)을 11월14일 징계위원회에 회부한 사건은 회사가 부정투개표에 얼마나 집착하고 있는지를 말해준다.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는 과거만의 행위가 아니라 현재에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 3년전 선거에서 회사와 어용세력의 간담을 서늘하게 한 조합원의 민심이 얼마나 무서웠으면 사측은 선거 초입단계인 후보자 등록을 위한 추천서명에서부터 회사가 개입하여 후보등록 무산을 시도했다. 조합원 참여경선제를 통해 후보자로 확정된 중앙위원장 후보자(장현일)는 어렵사리 후보 등록을 하였으나 민주후보로 출정식까지 마친 11개 지방본부 중 4개의 지방본부(대구, 강원, 충북, 제주 지방본부 등)는 사측 후보자가 싹쓸이로 추천서명을 받았기 때문에 추천인 부족으로 민주후보 등록이 좌절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KT에는 민주노조가 절박하다!"

저들은 권력과 자본이 한 덩어리가 되어 민주노조를 파괴하고 있다. 수차례의 희망버스가 한진중공업에 민주노조를 세우는데 연대의 힘으로 작동했듯이 우리도 이제 단위사업장의 벽을 넘고 연대해 전략적으로 민주노조를 세우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그 시도의 정점은 11월30일 KT노조선거에 있다. 현재 'KT노조선거 시민사회 공정선거 감시단'이 결성돼 활동에 돌입하였다. 300개가 넘는 전국의 KT지사 앞에서 1인 시위와 지사장 또는 단장과의 면담 등으로 사측의 선거개입 중단을 촉구하고 KT조합원들에게는 투개표 참관을 하도록 용기와 힘을 불어넣고 있다.

통신주권과 통신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동인권보장과 더불어 더 이상 죽음의 행렬을 멈추게 하기 위해, 민주노조는 반드시 승리하여야 한다!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