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음

괜찮아, 바닥을 보여줘도 괜찮아
나도 그대에게 바닥을 보여줄게, 악수
우린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위로하고 위로 받았던가
그대의 바닥과 나의 바닥, 손바닥

괜찮아, 처음엔 다 서툴고 떨려
처음이 아니어서 능숙해도 괜찮아
그대와 나는 그렇게
서로의 바닥을 핥았던가
아, 달콤한 바닥이여, 혓바닥

괜찮아, 냄새가 나면 좀 어때
그대 바닥을 내밀어 봐,
냄새나는 바닥을 내가 닦아줄게
그대와 내가 마주앉아 씻어주던 바닥, 발바닥

그래, 우리 몸엔 세 개의 바닥이 있지
손바닥과 혓바닥과 발바닥,
이 세 바닥을 죄 보여주고 감쌀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겠지,
언젠가 바닥을 쳐도 좋을 사랑이겠지


-『현대시학』 2011년 6월호


유종순 시인의 감상노트
이 시를 읽으면 신경림 선생이 떠오른다. “못난 놈들은 얼굴만 봐도 즐겁다”라는. 바닥 인생들의 질기고 모진 인연들, 줘도 못먹는 비주류의 어눌함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간다. 그 바닥들의 사랑은 언제나 리얼하고, 단순하다. 상상은 개뿔이다.
나는 박성우를 모른다. 그러나 그가 주말부부이고, 그의 시가 하얀 백지白紙같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나뿐이 아니라 그의 시를 읽는 사람마다 그가 써내려간 백지같은 시 위에 덧칠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다. 백지 같기에 평자評者들은 그의 시들을 정갈하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시적 덕목은 정갈함이 아니라 그의 시를 읽는 이로하여금 백지 위에 덧칠을 하고 싶은 2차적 충동을 일으키게 하는 능력이다. 그것이 부럽다. 그런 능력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비교적 오랜 기간을 자신의 내면에서 삭히지 않으면 그런 울림들은 共鳴공명하지 않는다. 젊은 시인들처럼 기발하지 않으면 어떤가. 어차피 시는 내 안의 울림으로부터 시작해야 하거늘!



1971년 전북 정읍 출생. 원광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거미」당선. 2006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시집으로 『거미』, 『거뜬한 잠』, 『자두나무 정류장』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