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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베스가 말하는 '국유화가 실제로 가능하려면...'

[이젠 국유화다⑤] 베네수엘라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임승수 ('차베스, 미국과 맞짱뜨다' 저자)

입력 2012-01-25 08:55:01 l 수정 2012-01-25 09:3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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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1일, 곧 있을 대한민국 총선 날짜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필자의 생일 날짜를 얘기하려는 것도 아니다. 2002년 4월 11일 베네수엘라의 보수반동세력들은 차베스 대통령의 석유산업 국유화 및 일련의 혁명적 조치들에 반발하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 배후에 미국이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베네수엘라 석유 산업 국유화는 미국 석유자본의 이익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차베스 대통령은 당시 거의 죽을 뻔 했다. 차베스는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2002년 4월 12일 자정에 그들은 사형집행을 하기 위해 나를 해변가로 데리고 갔습니다. 그들이 받은 명령은 일출을 기해서 사형을 집행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손에 십자가를 쥐고 예수 그리스도와 체 게바라를 떠올렸습니다. 기관총으로 무장한 군인들과 용병들이 주위를 에워샀습니다. 그들 중 한 명이 등 뒤로 다가오자 뒤에서 날 쏠 거란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뒤를 돌아 그 사람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는 그 순간 마음속에서 체 게바라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이었습니다. 체는 그가 죽은 라 이게라 마을의 작은 학교에 있었습니다. 나는 내 자신에게 이렇게 중얼거렸습니다. ‘나는 체 동지처럼 죽게 될 것이다. 당당히 맞서자.’”

잘 알려져 있다시피 베네수엘라 보수반동세력의 석유 산업 국유화 저지 쿠데타는 차베스를 지지하는 혁명적 군인의 역 쿠데타와 민중들의 봉기로 인해 실패했다. 이후 복귀한 차베스는 석유 산업 국유화를 통해 마련한 재원으로 다양한 사회복지사업을 실시했고 이 사업들을 통해 베네수엘라 빈민들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있다.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유화란 ‘이런’ 것이다. 한 계급의 소유물을 다른 계급의 통제 하로 이전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진보 진영 내에는 아직도 세련된 정책 문건을 만들고 국민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법안을 만들기만 하면 국민들이 열심히 투표를 해주고, 그래서 정부에 들어가 정책을 집행하면서 세상이 바뀌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언제 한날한시라도 우리 정책이 저들의 정책보다 좋지 않았던 적이 있던가? 그 어떤 한 순간이라도 우리가 만드는 법안이 저들이 만드는 악법보다 나쁜 적이 있던가? 우리의 정책과 법안은 항상 최고였다. 한 마디로 말하겠다. 세상은 이렇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

2006년 수도 카라카스에서 선거운동을 벌이는 차베스 대통령

2006년 수도 카라카스에서 선거운동을 벌이는 차베스 대통령

순진한 사람들은 무상의료 무상교육 법안을 잘 만들면 모든 일이 잘 풀릴 것이라고 생각한다. 쿠바에서는 혁명을 성공하고 무상의료 정책을 펼치니 의사의 거의 절반이 미국으로 망명을 했다. 베네수엘라의 무상의료 프로그램인 미션 바리오 아덴트로 1단계 초기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베네수엘라의 출신 의사의 수는 수십 명 수준이었다. 배 타고 물 건너 베네수엘라로 온 수많은 쿠바 의사들이 없었다면 무상의료 정책을 추진할 수 없었을 것이다. 대한민국 의사들이라고 다를까? 과연 민간보험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재끼는 재벌 금융회사들이 무상의료 정책이 도입되는 것을 수수방관하고만 있을까? 아마도 죽는 것 빼고 모든 방법을 써서 반대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그런 까닭에 사회 공공성을 높이고 국유화를 추진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민대중의 압도적인 지지다. 베네수엘라에서 차베스 대통령이 살해당할 위험을 뚫고 석유 산업 국유화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압도적 다수 대중이 국유화를 지지했기 때문이다. 쿠바가 자국 의사 거의 절반이 미국으로 망명을 가는 상황에서도 세계적으로 칭송받는 무상의료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힘은 압도적 다수 대중의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무슨 정책 문서나 법안 작성 놀음 때문이 아닌 것이다. 그런 것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국유화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요소는 아래로부터의 투쟁이 결합돼야 한다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철강회사 SIDOR는 국유화 과정에서 공장노동자와 차베스 정부 측 간에 교감이 있었다. SIDOR는 당시 아르헨티나-이탈리아 합작기업인 테친트가 60%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는데, 차베스 정부가 아무런 명분도 없이 SIDOR를 국유화한다면 국제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차베스 정부 측은 비공개적인 루트로 SIDOR 공장노동자들에게 국유화를 강하게 요구하는 투쟁을 벌일 것을 요구했고 공장노동자들은 이에 화답해서 9,000명에 이르는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할 것을 사측에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는 등 강력한 투쟁에 나섰다. 정부는 SIDOR 사측에 수출보다 국내 내수용으로 철강을 생산하고 철강 가격을 대폭 인하할 것을 요구했다. 이런 공장노동자와 정부 측의 합동작전으로 SIDOR를 국유화 할 수 있었다.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위로부터의 지도가 결합된 좋은 사례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베네수엘라서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국유화 조치들은 국제법에 근거해 적절한 보상절차를 밟으며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무상으로 국유화하는 것이 아니라 유상으로 국유화를 진행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 및 서방 국가들이 국유화를 빌미로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재를 합리화할 수 있는 일말의 여지도 주지 않기 위한 조치이다. 물론 이런 협상 과정이 당연히 쉬울 수는 없다. 미국의 석유회사 엑손모빌은 베네수엘라의 석유 국유화 정책에 대해 막대한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으며 베네수엘라 정부는 부당한 요구에 대해서는 한 푼도 줄 수 없다고 천명하고 있다. 최근에 국제상업회의소(ICC)는 베네수엘라 정부 측의 입장에 우호적인 판결을 냈지만 엑손모빌 측은 세계은행 부설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측의 판결을 기다리겠다고 버티고 있다.

정리하자면 베네수엘라의 국유화 사례에서 우리는 몇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국유화 조치는 기득권 세력의 발작적인 저항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압도적 다수 대중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둘째, 아래로부터의 투쟁과 위로부터의 지도가 결합돼야 한다. 셋째, 국제역학관계를 고려하여 노련하고 현명하게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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