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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봉투 수사, 진도 안 나가나 못 나가나

이정미 기자

입력 2012-01-27 11:54:48 l 수정 2012-01-27 12: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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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을 긴장시켰던 한나라당의 돈 봉투 추문이 관계자들의 ‘입’에 막혀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양상이다. 돈 봉투 추문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중앙지검 공안1부는 설 연휴 이후 박희태 국회의장의 보좌진을 연일 불러 조사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검찰은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대표 후보의 회계책임자였던 함 모 씨를 불러 조사했지만, 함 씨는 공식 자금 이외에는 아는 바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내주엔 당시 재정 업무를 총괄했던 조정만 국회의장 수석비서관과 공보 업무를 맡았던 이봉건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도 소환 조사할 예정이지만, 이들이 검찰 수사에 협조할 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박 의장에 대한 조사 여부나 시기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돈을 받았다는 사람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준 것으로 지목된 인사들의 입을 열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선관위 DDoS 테러 사건처럼 ‘깃털’만 잡고 ‘몸통’은 그대로 두는 결과가 빚어질 경우 ‘수사 능력’이나 ‘수사 의지’에 대한 불신으로 번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현금이 오간 사건의 특성상 당사자들의 진술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야, 이심전심으로 이슈 죽이기?

민주당의 돈 봉투 의혹에 대한 수사도 지지부진하다. 검찰은 설 연휴 직전 지난 해 말 민주당의 중앙위가 열렸던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을 압수수색해 CC-TV 48대의 기록을 확보한 바 있다. 검찰은 압수한 녹화화면에서 의심되는 물건을 들고 가는 사람을 포착했지만 아직 용의점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는 못한 상태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민주당 측에 당시 회의장에 있던 중앙위원 명단을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민주당은 이를 거부한 상태. 민주당은 “범죄 용의가 있는 사람을 특정하지 않고 중앙위원 명단을 전부 달라고 하는 비상식적인 요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민주당이 끝까지 중앙위원 명단 제출을 거절할 경우, 검찰이 압수수색과 같은 방법으로 이를 확보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제1 야당에 대한 압수수색이 가져올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한편 여야가 모두 돈 봉투 추문에 연루된 탓에 정치권에서는 더 이상 이슈를 키우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 의장이 설 전후로 의장직 유지 의사를 시사했지만 한나라당이 이를 더 이상 압박하지 않은 것이나, KBS를 통해 중앙위원회 돈 봉투 의혹이 보도된 이후 민주당이 이 사건을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칫 돈 봉투 추문이 선관위 DDoS 테러 의혹처럼 ‘깃털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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