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음

새벽같이 밭머리에 나와 앉은
저 망구 할매 좀 보라지
벌써 한고랑 훑었는지
담배 한 대 빼물고 숨 고르는
갓 깬 애벌레같이 뽀얀 얼굴
아마도 겨울 초입에 묻어둔
마늘쪽들 때문일 것이야
한겨울 언 땅을 뚫고 솟아오른
탱탱한 마늘 싹들이
겨우내 굳어 있던 뼈마디
복사꽃으로 물오르게 했을 것이야
흙바닥을 향해 굽은 등이
세상 가득 봄빛을 끌어오는 동안
부끄러워라
짐짓 찔러보는 꽃샘추위에도
금새 샐쭉 돌아앉고 마는
저 꽃나물들의 엄살


유종순 시인의 감상노트
고증식의 시들은 군더더기 하나 없는 그야말로 시다. 주저리주저리 사설을 늘어놓지 않는다. 또 직선적이거나 큰 목소리로 강요하지도 않는다. 아주 낮은 목소리로, 때로는 웃음을 짓게 하면서 시의 맛과 시의 힘들을 보여주고 있다. 이 시에서도 어김없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생성하고 소멸하는 인간과 세상의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자칫 근엄해야 질 수 있는 생의 순환들이 너무도 생생한 리얼리티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
나도 탐욕의 회춘이 아닌, 진정한 밝고 건강한 생명의 회춘을 하고 싶다.

1959년 강원 횡성 출생. 1994년『한민족문학』 4집으로 등단. 시집으로 『환한 저녁』,『단절』, 『하루만 더』등이 있다. 현재 밀양 밀성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