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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조 재벌 총수 이건희의 생얼굴, "퇴출당한 양반이 감히..."

이건희 회장, 형.누이 반박에 '막장드라마' 독설 수준 대응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입력 2012-04-24 15:36:37 l 수정 2012-04-24 17:18:24

이건희

이병철 씨의 장남 이맹희 씨와 삼남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국내 최대 재벌이자 글로벌 기업인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형 이맹희씨, 누이 이숙희 씨와 벌이고 있는 재산분쟁 와중에서 오가는 말들이 '막장 드라마'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수조원의 재산 앞에 형.누이와 동생 사이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저급한 막말이 쏟아지고 있다.

'막말'의 발단은 지난 17일 이건희 회장에서 시작됐다. 이 회장은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고소를 하면 끝까지 (맞)고소를 하고, 대법원이 아니라 헌법재판소까지라도 갈 것"이라면서 "지금 생각 같아서는 한 푼도 내 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섭섭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고소한 사람들이 수준 이하의 자연인이니까 그렇게 섭섭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며 "지금 생각 같아서는 한 푼도 내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소송을 제기한 형과 누이를 '수준 이하의 자연인'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에 격분한 이맹희 씨는 23일 소송 대리인인 법무법인을 통해 "건희는 현재까지 형제지간에 불화만 가중시켜왔고 늘 자기 욕심만 챙겨왔다"면서 "한 푼도 안주겠다는 그런 탐욕이 이 소송을 초래한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례적으로 자신의 육성을 담은 파일까지 기자들에게 뿌린 이맹희 씨는 "삼성을 노리고 이런 소송을 하는 것은 아니라 진실을 밝혀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 목적"이라면서 "소송이 진행되면서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누이 이숙희 씨도 '수준 이하의 자연인'이라는 발언은 형과 누나인 우리를 상대로 한 막말 수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면서 "발언을 듣고 정말 분개했다"고 밝혔다.

형과 누이의 반응이 나온지 하룻만인 24일 이건희 회장은 이들을 "이맹희씨", "그양반", "이숙희씨"로 지칭하고 가정사까지 들춰내며 싸잡아 독설 수준의 원색적인 말을 쏟아냈다.

"여러분들은 이맹희 회장이 나하고 일대일로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건 큰 오산이다. 그 양반은 30년 전에 나를 군대에 고소를 하고 아버지(이병철 회장)를 형무소 넣겠다고 청와대 그 시절에 박정희 대통령한테 고발을 했던 양반이고 우리 집에서는 퇴출당한 양반이다. 자기 입으로는 장손이다 장남이다 이러지만 나를 포함해서 누구도 장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고 이 사람이 제사에 나와서 제사 지내는 꼴을 내가 못 봤다...이맹희 씨는 감히 나보고 '건희, 건희' 할 상대가 아니에요, 날 쳐다보지도 내 얼굴을 못 보던 양반이라고. 지금도 아마 그럴거다 쳐다보면."

이건희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4일 형 이맹희 씨에 대해 "나를 포함해서 누구도 장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고 그 사람이 우리집에서 제사 지내는 꼴을 내가 못 봤다"고 말했다.


이숙희 씨는 결혼 전에는 아주 애녀(아버지의 사랑받는 딸)였다. 근데 결혼하고 나서 그 시절에 금성(현재의 LG)으로 시집을 가더니 같은 전자 동업을 한다고 그 쪽 시집에서 구박을 많이 받았다. 우리 집에 와서 떼를 쓰고 이런 보통 정신 가지고 떠드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이 둘은 좀 다르지 각도가. '맹희는 완전히 내 자식 아니다' 하고 내친 자식이고, 숙희는 '이건 내 딸이 이럴 수 있느냐 니가 그렇게 삼성전자가 견제가 된다면 삼성의 주식은 한 장도 줄 수 없다' 이십 몇 년 전에 그 때 이야기를 하셨고, 내가 전에도 이야기를 했지만 그걸로 끝난거다."


지난해 매출액이 225조에 달하는 재벌 총수의 생얼굴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앞서 지난 2월부터 이병철씨의 장남 이맹희(소송가액 약 7천억원), 차녀 이숙희(소송가액 1900억원), 차남 이창희씨의 아들 이재찬씨 유족(소송가액 1050억원)은 이건희 회장을 상대로 이병철씨로부터 상속받았다고 이건희 회장이 주장했던 삼성전자, 삼성생명, 에버랜드 주식 등에 대한 반환 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 2008년 삼성 특검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전.현직 임원 486명의 차명계좌 1199개로 관리된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을 찾아냈으나 이 회장 측은 모두 아버지 이병철씨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87년 이병철 씨가 사망한 뒤 삼성생명 주식 총 624만주를 상속 받았으며, 이를 지난 1998년 299만 5200주를 주당 9천원에 매입하는 형식으로 실명 전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삼성특검과 법원, 국세청은 이를 검증하지 않고 이 회장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 또한 이맹희 씨가 법원에 낸 소장을 보면 이맹희 씨가 이건희 회장은 이병철 씨의 상속재산 분할에 대해 형 이맹희 씨 등 공동상속인들과 상속재산분할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이 언급한 이맹희씨 '퇴출'의 계기가 된 사건은 지난 1966년 일어난 삼성의 이른바 '사카린 밀수' 사건이다.

이병철 회장은 60년대 중반 비료사업에 뛰어들어 한국비료를 창립했는데,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정부보증 민간차관으로 비료공장 기계를 일본 미쓰이물산에서 수입하면서 리베이트로 100만 달러(당시 돈으로 2천억원)를 받았다. 이 자금으로 사카린의 원료이자, 요소비료 제조과정에 쓰이는 OTSA 43kg짜리 포대 2300부대를 정부의 허가 없이 밀수했다.

1966년 봄 보세창고에 있던 OTSA를 세관이 적발해 벌금을 물렸으나 9월께 박정희 정권의 공화당 국회의원이 언론에 폭로한 이 사건의 전말은 단순 밀수사건이 아니었다. 언론들은 삼성이 밀수품을 팔아 거액을 챙기고 있으며, 그 돈으로 정치자금과 비료 공장건설 자금을 마련할 심산이었다고 보도했다. 당시 밀수는 4배가 남는 장사였기 때문의 국민적 공분을 샀고, 여기에 일본 기업에서 돈을 받았다는 점에서 반일 감정마저 불러 일으켰다.

이 일로 서울지검은 이병철 회장 집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사카린 밀수에 관여했던 이 회장의 장남 이맹희 씨와 차남 고(故) 이창희 씨를 적발하고 이창희 씨를 구속했다. 결국 67년 공장이 완공된 뒤 이병철 회장은 한국비료를 국가에 헌납했고 회장직에서 일단 물러났다가 70년대 중반에야 '공식 복귀' 했다. 이 과정에서 석방된 이창희 씨가 외화 밀반출 등 아버지 이병철 회장의 부패 내용을 박정희 대통령 측에 제보했다. 아들의 '배신'을 알게 된 이병철 회장은 훗날 차남 이창희 씨는 물론 제보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장남 이맹희 씨가 1973년 부터 삼성을 경영했음에도 76년 삼남 이건희에게 삼성을 물려주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이맹희 씨는 자신의 자서전('묻어둔 이야기', 1993)에서 "사카린 밀수 자체가 박정희 정권과 삼성의 밀약이었는데 정권이 뒤통수를 쳤다"고 주장했고, 경영권 상속에서 배제된 데 대해서는 "절대 권력을 유지하고픈 아버지의 뜻에 부딪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고 주장했다.

'사카린 밀수사건'을 두고 삼성 측은 공식적으로 "일종의 정치적 타살"이라며 "한국비료 주식을 넘기라는 정권 고위층의 압력이 있었고 이 과정에 불만을 가진 일부 정치인이 뒤에서 공작하면서 사건을 과대포장했다"(삼성 60년사, 1997)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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