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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친기업 과학 이용해 삼성반도체 백혈병 정당화하려해"

강민선 수습기자

입력 2012-04-25 14:38:09 l 수정 2012-04-25 17:38:58

반올림 “친기업 반노동 과학을 비판한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과 시민과학센터는 25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과 인바이런사의 ‘삼성반도체 노출평가연구’를 하는 과정에 있었던 문제점을 알리고, 친기업·반노동적인 과학이 사회에 끼치는 위험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반올림)와 시민과학센터는 삼성과 인바이런사의 ‘삼성반도체 노출평가연구’ 과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며 친기업·반노동적인 과학이 자본의 이익을 위해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정동 전국금속노동조합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3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세계산업안전보건대회에서의 인바이런 발표와 관련해 삼성은 왜곡된 보도를 하고 있다”며 “대기업이 자기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산업보건과 과학의 이름으로 친기업적 엘리트를 앞세워 노동자들의 건강권 요구에 반대하는 연구를 생산·유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7월 14일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 삼성반도체 노동자 박지연씨의 사망을 계기로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에 걸린 노동자들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자, ‘인바이런’이라는 안전보건컨설팅 회사에 연구 용역을 줘 ‘반도체 생산라인 근무환경 재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인바이런은 ‘삼성 백혈병’ 조사방법과 관련해 “삼성전자가 넘겨준 백혈병 발병자 6명의 사례를 대상으로 삼았다”며 “6건 가운데 4건은 발암물질에 노출되지 않았고, 나머지 2건도 발암물질 노출 정도가 미미하고, 발암물질 노출과 백혈병 사이의 유의미한 관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바이런 발표 내용에 대해 반올림 등 반도체 공장 근무자들의 백혈병 발병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시민단체와 학자들은 일제히 의문을 제기했었다. 시민단체의 ‘인바이런사 최종 연구보고서 원본 열람’ 요구에 대해 삼성이 영문보고서 열람 공지, 개인정보수집이용동의서 작성 등 열람권 제약을 두자, 지난 1월 13일 반올림은 ‘열람 제한 규탄 기자회견’을 통해 투명한 원본 공개를 촉구했다. 하지만 삼성은 2011년에 발표된 인바이런사의 연구를 바탕으로 암 사례들과 작업장 노출사이의 연관성은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이어 지난 3월 21일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국제산업보건위원회(ICOH)학술대회를 통해 인바이런은 “삼성의 반도체 생산라인에 대해 과거의 작업환경을 첨단 기법을 통해 재구성해 검증한 결과, 작업자에 대한 위험인자의 누적 노출 수준이 매우 낮기에 질병을 유발할 만한 정도에 이르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연구결과를 설명했다. 다음 날 삼성은 ‘ICOH에서 검증받은 셈’이라는 골자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하지만 삼성의 보도자료에 대해 지난 4월 16일 ICOH측은 모든 저작물과 문서에서 ICOH의 이름이나 ICOH에 대한 모든 언급을 즉시 삭제해 것을 삼성전자에 요청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바이런사의 노출평가연구과정에 대해 “인바이런사는 정상조업과 정비작업 시간 외의 작업내용과 조업내용 변화는 고려하지 않았고, 반도체 전체 라인이 아닌 문제가 된 세 라인(기흥 5라인·온양 1라인·화성 12라인)의 작업에 대하여만 조사하는 등 일부만 파악했다”며 “인바이런사의 조사는 현재 시점에서 삼성이 제공한 제한된 자료를 바탕으로 일부 공정에 대해서만 과거 노출 상황을 추정하는 작업만을 수행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실제 인바이런사는 과거 한국에서 수행됐던 작업환경측정이 어떠한 환경 조건 하에서 어떤 내용을 측정한 것인지를 전혀 파악하지 못해, 불검출이 실제 불검출이 아니라 단지 측정당시 허용기준 이하를 표시한다는 점을 감안하지 못했다”며 “그 결과 삼성반도체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노출수준이 동일하였다는 이상한 결론에 도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종영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삼성 백혈병’에 의해 불거진 친기업 과학에 대해 쓴소리를 내뱉었다.

김 교수는 “고용과학은 기업과 연계해 노동자들의 건강 이상을 과학을 빌미로 부정하며, 이런 기업-정부-과학기술의 암묵적 동맹은 과학기술의 공공성을 약화시키고 특정 기업과 세력을 위해 기여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백혈병’ 사태를 넘어 한국의 여러 사회문제에서 과학기술의 공공성이 성취되어야 하며, 이에 과학자·전문가들은 집단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더불어 “이번 삼성백혈병 사태에서 드러났듯이 과학만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정책적·제도적 안전장치들이 사회갈등을 해소하는데 근본적으로 필요하다”며 “삼성백혈병 사태가 궁극적으로 노동자와 시민의 안전과 인권이 한 단계 더 성숙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10일 삼성전자 반도체 조립 공장 등에서 5년 5개월 근무한 여성 노동자 김 모씨에 대해 '혈소판감소증 및 재생불량성빈혈'을 산재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재생불량성빈혈'로 처음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사례다.

김 씨에 대한 산재 인정은 산업안전보건공단 역학조사와 근로복지공단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된 것으로,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이나 재생불량성빈혈 등으로 산재를 신청한 노동자는 총 22명이다. 그동안 18명에 대해 판정이 내려졌지만, 아무도 산재인정은 받지 못했다. 이들 중 10명은 산재판정에 대한 재심을 요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나머지 3명은 현재 공단의 산재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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