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자본 감독권한 부실... 한미FTA에선 권한 강화해도 '무용지물'

정혜규 기자 jhk@vop.co.kr
입력 2012-04-25 17:14:23l수정 2012-04-25 19:53:10
지하철 9호선 파동을 계기로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를 감독하는 권한이 강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한미FTA로 인해 미국기업 등이 직간접적으로 투자한 경우 감독권한이 강화되더라도 무력화될 수 있어 ‘민영화를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민간투자법.. 자본 감독 권한 '부실'... 민간투자법 개정 필요

지각 94년 민간투자를 촉진해 사회기반시설을 확충.도모한다는 명문으로 민자유치촉진법이 제정된 이후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 투자는 꾸준히 늘어왔다. IMF 이후 정부와 국회는 민자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촉구하기 위해 '사회기반 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민간투자법)으로 개정하고 민자유치를 확대했다.

98년 사회간접시설과 관련 민간투자액은 5000여억원에 불과했지만 2004년 1조7000억원, 2005년 2조7000억원, 2006년 4조4000억원, 2007년 6조9000억원 등으로 크게 늘어났다. 국공유 재산의 무상임대, 손실분 지원 등 각종 혜택에다 학교, 복지, 보건의료 등 투자 영역마저 늘어나면서 '사회기반 시설'에 대한 투자는 고수익을 보장하는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반면 국가나 지자체가 민간 투자사업에 대해 관리감독할 수 있는 권한은 부실한 상황이다. 민간투자법은 제정 이후 65차례나 개정됐지만 감독 권한은 개선되지 않았다.

민간투자법에는 민간 사업시행자가 실시계획을 승인받은 이후 사업자금을 투입하지 않더라도 국가나 지자체가 제제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있지 않다.

또 정부나 지자체가 민간자본에 대해 감독할 수 있는 분야도 부실시공이나 시설 유지.관리 소홀 등으로 국한돼 있다. 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 파동에서 사업시행자인 서울메트로9호선측이 '법적 분쟁에선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민간투자법에 요금인상으로 초래되는 불편’에 대해 규제하는 내용이 명시적으로 담겨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민간투자법을 개정해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민간투자법이 민간 자본의 이윤을 보장하는 내용이 중심이기 때문에 국가나 지자체 감독권을 취약하게 만들어 놓은 것은 사실”이라며 “법을 개정해서 실질적인 규제 감독을 강화하고 투자자들이 이를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한미FTA선 민간투자법 개정하더라도 '무용지물' 우려

민간투자법을 개정해 감독 권한이 강화되더라도 한미FTA 발효로 인해 미국 투자자가 있는 경우에는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정공평 대우 위반' 등 투자자 보호 의무가 더 극대화됐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 투자자국가소송제(ISD)로 국제중재 우려가 일고 있는 9호선 사태를 보면 알 수 있다. 9호선 요금인상 파동이 일어난 뒤 일부 언론에서 '메트로9호선 2대 주주인 맥쿼리 인프라에 미국 투자자 지분이 있다'며 요금갈등이 ISD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자 외교통상부는 해명자료를 내고 "(미국 투자자는) 맥쿼리 인프라에 대한 지분을 더이상 보유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한미FTA 상의 미국 투자자에 해당되지 않아 ISD를 제기할 투자자 적격을 충족하지 못한다"면서도 "미국 투자자가 맥쿼리인프라의 지분을 소유하는 경우라면 투자챕터 의무 위반시 ISD 문제가 될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투자자가 메트로 9호선 주주기업에 지분 소유 방식으로 간접투자했을 경우 ISD를 제기할 자격이 주어지는 것을 외교통상부가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셈이다.

그리고 맥쿼리인프라는 아니지만 지하철 9호선 사업에 미국인 투자회사가 간접 투자 방식으로 관여하고 있는 사실도 확인됐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국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 계열의 사모펀드(PE)가 메트로9호선의 1대 주주인 현대로템(25%)의 주식을 42.36%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서울시가 감독 강화로 9호선을 인수.매입하는 조치를 취할 경우 모건스탠리 PE는 '서울시 조치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손해를 입혔다'며 ISD 제소를 할 수 있다.

송기호 변호사는 “한미FTA 발효 상태에서는 실시협약이나 관련법에 따른 정당한 감독이더라도 한미FTA가 규정하고 있는 ‘공정하고 공평한 대우’ 등 투자자보호 의무를 준수했는지가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며 “한미FTA 체제에서는 KTX 등 더 이상 민영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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