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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조되는 한반도 긴장, 출구는 없나?

진징이 북경대 교수 "국제사회, 北 너무 몰아쳐"..전문가들, 강경모드 뒤 협상복귀 예측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입력 2012-04-26 09:48:51 l 수정 2012-04-26 10:26:16

김정은

북한 김일성 주석의 100번째 생일을 맞아 15일 평양에서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가 열린 가운데 북한 새 지도자 김정은이 퍼레이드를 지켜보며 발코니에서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북한의 광명성 3호 발사 이후 안보리 의장성명이 채택되면서 지난 2009년 처럼 '제재-핵실험'의 악순환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남북관계에서도 정부의 대북 강경언사에 대응해 북한은 '특별행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이 예측한 북한의 향후 행보는 한마디로 예측불가였다. 다만 일단 강경 모드로 나갈 것이라는 점에 무게를 두면서도, 협상 국면 복귀가 목표가 될 것으로 봤다. 중국의 부상, 미국 대선 등 국제정세를 감안할 때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남북이 이미 성과가 없다는 것이 증명된 '강경책' 보다는 문제를 풀어가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북한의 향후 행보에 대해 진징이(金景一) 중국 북경대 교수(북경대 한반도연구소 주임)는 25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소 주최 '동아시아 지역질서 변화와 한반도 신평화구조의 모색' 토론회(이하 토론회)에서 "한마디로 외부세계에서는 김정은에 대해 너무 모른다"며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지켜보는게 좋다"고 말했다.

진징이 교수는 "광명성 3호 발사에 대해 국제사회가 너무 몰아친다고 본다. 너무 몰아치면 결국은 군부의 힘을 키워주고 김정은을 군사모험주의로 몰고 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지금은 아무것도 하지말고 건드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3차 핵실험을 실시할 경우 중국의 행보에 대해 진징이 교수는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중국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묻는데, 중국도 김정은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면서 "중국과 북한간에 신뢰관계가 구축되어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한다면 그건 정말 큰 모험을 감안해야 된다. 중국이 이전과 다르게 나올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진징이 교수는 최근 대북 강경발언을 쏟아낸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서는 "중국 사람들 중에 북한체제가 좋다는 사람도 없다. 그렇다고 이병박 정부 4년의 남북정책을 지지한다는 사람도 없다"며 "이명박 정부가 다시 돌이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의 대외전략에 대해서는 엇갈린 의견이 나왔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토론회에서 "북한이 2.29합의와 로켓(광명성3호) 발사를 동시에 구사한 것은 로켓발사에 따른 2.29합의 이행 파기가 아닌, 이행의 차질을 감수하는 쪽을 선택한 것 같다"며 북한이 영합적(제로섬) 대외전략 보다는 길항적 대외관계로 전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연구위원은 "북한 지도부가 길항적 대외전략을 고수한다면 빠른 시일 내에 3차 핵실험을 단행하고 곧바로 6자회담 재개를 촉구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이 핵실험 실시 여부를 검토하면서 △미국이 대선을 감안해 올해 안에 협상테이블로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볼 것이며 △핵실험시 중국의 제재 동참 여부는 유보적인 판단을 하면서 사전통보를 통한 양해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고 △북한은 국내정치적으로 부정적 효과보다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은

11일 평양에서 열린 제4차 노동당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이 노동당 제1 비서로 추대됐다.


미국의 대북정책과 관련, 정영철 서강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도 같은날 코리아연구원(KNSI)에 발표한 '현안진단'에서 "미국은 올해 말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 문제에 집중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며 광명성 발사 이후의 대북 압박과 동시에 최소한의 관리에 머물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다만 정영철 교수는 "반면 북한은 지금의 냉각기를 최대한 짧게 끝내고 미국을 협상에 끌어들이고자 할 것"이라며 "북한은 장기적으로 미국과의 관계정상화가 목표이겠지만 지금의 시점에서는 미국과의 2.29 합의를 되살려내고 협상 국면으로 복귀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 북한의 대외전략이 조율된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 행정관)은 토론회에서 "제대로 조율된 전략으로서의 길항전략이라기보다 김정은의 취약한 권력기반과 김정은 정권의 정책조정매커니즘 부재 또는 약화에 따른 정책혼선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용석 연구원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지난 15일 연설에서 "민족의 존엄과 나라의 자주권이 더 귀중"하다며 총대-군사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을 들며 "이는 김정은이 군부를 비롯한 강경파의 입장에서 정책 혼선을 정리해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장 연구원은 "북한은 앞으로 고립.제재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일본 등에 대화를 제의하고 중국에 대해 협조하는 과정이 있을 것이지만 당분간 정책기조는 김정은의 '자주와 존엄' 언급을 확대재생산하면서 대외적으로 강경한 모드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부상, 미국 대선, 북핵문제의 국제화 심화, 김정은 체제 등장과 한국의 대선 등 한반도 안보지형 변화로 남북 스스로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영철 교수는 "정부가 지금 북한이 보여주는 심각한 위협을 북한 내부의 단결을 위한 조치로 좁게 해석하거나, 광명성 발사 이후의 국제적인 대북 압박을 지나치게 주관적으로 해석해 강경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북한의 변화에 대한 기회의 창도 닫아버리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 교수는 "갓 출범한 김정은 체제가 해결해야 할 한반도 평화와 경제재건 과제의 실현을 위해서도 현재의 남북관계는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한 우리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남북 모두 지금의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시중'(時中)의 지혜가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시중'은 중용(中庸)의 핵심개념으로 그 시기에 가장 잘 맞는 최적의 균형을 뜻한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토론회에서 한반도안보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평화협정을 늦추기 보다는 단계적인 평화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성렬 연구위원은 '남북관계 신뢰 재구축'(이산상봉, 서해 우발적 충돌방지/6자회담 전제조건 충족)→낮은 수준의 안보 교환인 '남북관계기본협정' 체결→높은 수준의 안보 교환과 평화협정 체결로 가야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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