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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문화연구센터 노조는 왜 국세청이라는 '거대권력'과 맞서나?

강보현 기자 rimbaud@vop.co.kr

입력 2012-05-08 02:13:32 l 수정 2012-05-10 13:24:02

국세청을 상대로 한국음주문화연구 직원들이 '재단매각'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세청을 상대로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직원들이 '재단매각'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가 생긴 이래, 음주 문화는 굉장히 많은 개선이 됐어요. 치료만 하는 게 아니라 예방서부터 재활까지 책임 지거든요. 치료만 받는다고 해서 알코올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에요", "생활훈련 끝나면 직업 재활훈련도 이어져요. 병원 안의 카페에서 알코올 중독으로 치료받은 사람들이 재활과 직업훈련을 하기도 하죠"

공공노조 의료연대서울지부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노동조합 정철 분회장은 이처럼 센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 위치한 센터는 국내 유일의 알코올 중독 전문 치료기관으로 비영리 법인의 병원 '카프'를 운영하고 있다.

정 분회장은 지난 6년간 조합원들과 함께 이 센터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2000년 설립된 (재)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이하 한문연)의 재단건물 매각과 병원사업의 위탁 추진으로 인해 조합원 60여명과 함께 국세청을 상대로 오랜기간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

2010년 김남문 전 재단 이사장이 "병원 적자"를 이유로 재단건물을 매각하고, 병원사업 위탁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노조와 국세청의 갈등은 격화됐다.

노조의 요구 사항은 4가지다. '낙하산 인사 근절'을 골자로 ▲2007년 합의서 이행 ▲협회가 보유하고 있는 재단이관을 거부하는 재단출연금 24억원을 즉각 재단에 납입 ▲재단이사는 사회공공성을 지닌 인사로 선출 등이다.

지난해 10월 사측이 통보한대로 오는 10일 노사 간의 단체협약이 폐지가 현실화되면 노조의 역할은 사실상 무력화된다.

"건물매각과 병원 위탁은 공공성 훼손"

정 분회장은 <민중의소리> 인터넷 팟캐스트 '체샤&취랩의 울퉁불퉁쇼'를 찾아 이와 관련 "병원 사업을 일산 병원에 위탁하겠다는 것은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또 "한문연은 환자를 대상으로 돈벌이를 하는 곳이 아니"라며 "사업 위탁은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문연은 앞서 언급했듯 알코올문제 대상자가 사회에 적응할 때까지 거주시설을 제공하는 등 치료에서부터 사회복귀까지 도운다. 정 분회장에 따르면 재단 활동에서 병원과 재활본부가 없으면 예방과 연구만 남는다. "전문성이 없어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영리기관이 아니다보니 '노사갈등'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그렇다면 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는 대상의 주체는 왜 '국세청'이 됐을까? 정 분회장에 따르면 이유는 재단의 주요 임원이 국세청 퇴직관료들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들을 '낙하산 인사'라고 표현했다.

"국세청 퇴직관료들이 주류업계만 해도 30명이 내려갑니다. 주종업체 J회사에 사외이사로, P회사에는 회장으로 K지방 국세청장 등...병마개 회사 임원으로 까지 내려가 있어요"

한문연의 이사회 구성은 전 국세청 법인납세국장과 재단 이사장, 사무총장, 주류협회 상무, 복지부 사무관 등 총 15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건물매각과 사업 위탁을 2005년에 이어 재추진한 김 전 이사장 또한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출신이다. 이사는 이사장의 추천으로 이사회를 거쳐 보건복지부가 최종승인을 한다. 복지부는 지난해 6월 감사를 통해 "이사 구성이 부적절하다"며 특수관계자 초과인원 교체를 지시했으나 이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5월 8일 현재 한문연의 이사장직은 공석이나 다름없다. 지난 2월 전 국세청 대구청장이 이사장으로 선출될 예정이었지만 노조가 이를 막아서면서 무산됐다.

"출연금 지급 제대로 되지 않아...꼼수 부리는 국세청"

노조가 국세청이라는 거대 권력을 상대로 맞서고 있는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재단의 탄생부터 살펴봐야 한다.

한문연은 2000년 국세청의 주도로 주류업계가 알코올 중독에 있어 사회적 책임을 진다는 취지 아래 설립됐다. 1997년 국회가 모든 술에 건강증진 부담금을 부과한다는 법률안을 발의하자 한국주류산업협회 29개가 자발적으로 소비자보호사업을 하겠다며 나선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감독관청으로 매년 일정 금액의 지원을 약속했고, 운영비는 주류 제조사들이 매년 50억원씩 내는 출연금으로 충당되고 있다.

헌데 재단의 임원이 대부분 국세청 출신으로 선출됐다. 2005년 이미 당시 재단의 이사장은 재단 건물을 매각하고 치료사업포기 등을 건의했지만 감독관청인 보건복지부가 거부하면서 좌절됐다. 이후 2010년 이는 재추진됐다. 지난 2월 말 임기를 마친 김 전 이사장에 의해서다.

노조가 국세청을 겨냥하는 이유에 대해 정 분회장은 "국세청이 감독관청을 자신들로 바꾸려고 하는 꼼수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세청은 이 사업을 벌이면서 '잘하면 좋은 일도 하고 이익도 챙길 수 있겠다', 싶었던 거죠. 그러면서 주류업자를 주도적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어요. 낙하산 인사들이 주요직을 차지한 것도 모자라 국세청이 사업자금까지 탐내게 된거에요"

정 분회장은 "재단을 매각하면 사단법인화가 된다"면서 진짜 '사업성'을 띠는 '기업'으로 변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2011년 3월 협회도 재단사업이 가능토록 협회정관 개정이 허용되면서 문제는 더욱 불거지고 있다. 김 전 이사장 또한 임기에 주류협회 회장직을 겸임 했다. 문제는 협회가 출연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

정 분회장은 이처럼 "국세청이 돈을 손에 쥐고는 놓치 않기 때문"에 출연금 약속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점과 관련 "올해 1분기 미납금을 포함해 42억5천만원에 이른다"고 성토했다. "김 전 이사장이 한국주류협회 회장 등의 자격을 이용, 센터 출연금 지급을 미루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김 전 이사장 또한 2010년 "병원사업을 중단하고 건물을 매각할 수 있을때까지 한국주류산업협회 회원사들이 특별회비로 매년 출연하는 카프 운영비 50억원을 지난해부터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시 보조금 등 연간 80억원을 운영비로 겨우 버티고 있으나 2010년부터 차질이 생긴 셈이다.

또 2007년 6월 설립돼 지난해 6월 폐원된 주류 연구원이 재단출연금을 전용하면서 출연금 24억여원도 미지급된 상황이다. 이들은 폐원하면서 청산잔금을 주류협회로 이관한 후 출연을 거부하고 있다.

"국세청은 2007년 합의한 내용을 지켜야"

애초 노조가 결성된 것도 주류연구원 때문이었다. 2006~2007년 노조는 "국세청의 재단 몰락 음모를 저지하겠다"면서 투쟁을 벌였다. 2006년 재단 출연금을 이용해 주류연구원이라는 또 다른 단체 설립이 추진되면서 직원들이 노조를 결성한 것이다. 노조는 국세청으로부터 약 6개월간의 투쟁을 벌이면서 '(재)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에 대한 출연금 등 관련 합의서'(그림1)를 도출했다.

"2005년 재단매각의 좌절을 맛 본 국세청이 출연금을 가져다가 다른 단체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었어요. '음주문화혁신전략'이라는 문건을 만들었고 발각이 된 거죠. 그때 노조를 결성했어요. 전직원을 데리고 국세청 앞에서 싸웠는데, 완승했죠. 국세청이 생긴 이래로 항복 문서를 준 게 최초니깐요"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에 대한 출연금 등 관련 합의서.

그림1. 2007년 도출된 (재)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에 대한 출연금 등 관련 합의서. 국세청장의 직인이 찍혀 있다. 이에 대해 한문연 노조는 "국세청은 '재단과 관련이 없다고 낙하산도 보낸 적 없다'는데 이 공문은 위조됐냐"라고 따져 물었다.



정 분회장은 "주류연구원은 운영재원없이 국세청에서 퇴직관료의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추진했던 것"이라며 "당시 설립추진 문건이 발각돼 노조와 주류회원사 대표·(사)대한주류공업협회 회장이 출연금 지원에 관한 합의서를 작성했다"고 했다.

노조는 같은해 6월 주류연구원 정관에 합의사항을 삽입하는 조건으로 연구원 설립에 동의했다. 이후 재단 출연금을 주류연구원을 통해 받게 됐는데 연구원 이사회는 지난해 2월 폐원을 결정했다.

이들은 지난 국세청이 합의서를 통해 "재단 사업이 지속 수행되도록 행정 지도하겠다"고 서명한 점을 들어 지난달 말부터 국세청 앞에서 380일이 넘도록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국세청 로비 앞에서 이 자료를 작성했어요. 재단 사업을 방해 하지도 않고, 출연금 50억원을 건드리지도 않겠다고 했습니다. 또 '사단 법인화는 노조와 합의하기 전에는 추진하지 않고, 재발방지를 약속한다'고도 했어요. 그런데 이런 공문을 보내놓고서는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있어요"

보건복지부는 '복지부동'...시민사회단체가 감시기관 돼야
'밥그릇 싸움' 아냐...제대로 비영리 사업을 안착시키고 싶을 뿐

정 분회장은 보건복지부가 한문연 감독관청인만큼, 사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까지 갔는데 보건복지부는 뭐하고 있죠?" 이같은 질문에 "보건복지부도 공무원아니겠습니까? 보건복지부가 '복지부동'하고 있는 거에요"라고 답했다.

정 분회장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들은 답은 "'한문연이 민간단체인데, 깊이 개입해서 자율성을 해칠 수가 있겠는가? 재단문제니깐 절차상의 하자가 없으면 옳고그름을 따져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였다고.

그는 마지막으로 "절대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줄을 서서 들어갈 정도로 병원의 대기명단에는 많은 알코올 중독환자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 분회장은 "돈을 벌기 위해 만든 단체가 이니기 때문"에 환자를 받으면 받을수록 손해를 보지만 "이런 분들을 보면 결코 센터를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함께 싸우고 있는 직원들에 대해서도 "급료가 낮지만 자부심 때문에 재단을 떠나지 않고 싸우고 있다"며 "제대로 이 사업을 안착시키고자 하는 것이지 밥줄 싸움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는 알코올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인구가 300만을 넘어섰고 중독자는 30만명을 넘어섰다. 그는 이런 점을 들어 한문연의 재단 유지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알코올 문제로 가정 30만개가 무너지는 거나 다름 없어요. 또 사회문제, 폭력에 관련된 가장 기본적으로 깔려있는게 술 문제입니다. 이렇게 중요한 사업인데...한문연은 국내 하나밖에 없는 단체입니다. 시민 여러분이 도와주셔야 합니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노동조합 정철 분회장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노동조합 정철 분회장이 민중의소리 인터넷 팟캐스트 '체샤 & 취랩의 웉퉁불퉁쇼'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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