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에 '시간' 벌어준 국회, '배려'한 금융당국

금융위, 삼성카드에 에버랜드 5%초과 지분 매각명령..지배구조는 오히려 강화될 듯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입력 2012-05-17 15:30:02l수정 2012-05-17 15:52:21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아들 이재용 씨가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에 들어서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아들 이재용 씨가 서울 서초동 삼성본관에 들어서고 있다.ⓒ뉴시스



금융감독당국이 16일 금산분리 원칙과 법규에 따라 삼성카드가 보유한 삼성에버랜드의 지분 중 5% 이상에 해당하는 주식을 처분하라고 명령했다.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은 삼성그룹의 순환출자구조의 핵심고리였기 때문에 주목받아 왔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열린 회의에서 삼성카드가 보유한 에버랜드 지분 8.63% 중 5%를 초과하는 지분 3.64%에 대해 8월 16일까지 처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3개월 안에 명령을 이행하지 않으면 삼성카드는 하루마다 장부 가치의 0.03%인 4977만원이 이행 강제금으로 내야 한다.

금융위의 이번 매각명령 조치는 금융산업구조개선에관한법률(금산법) 24조에 따른 것으로, 이 법은 금융회사가 다른 회사의 주식을 20% 이상 소유하거나 계열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이는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할 경우 사금고화 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국회는 금산법 24조를 신설하면서 해당되는 금융회사에 5년간 지분 매각을 위한 유예기간을 줬는데, 박영선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를 삼성만을 위한 특혜라고 지적해 왔다. 5년 유예기간은 지난 4월로 기간이 만료됐다.

한때 삼성카드는 삼성캐피탈과 합병 등으로 에버랜드 주식을 승인 없이 한도를 초과 취득해 지분율이 25.64%까지 올라갔으나 지난해 12월 KCC에 에버랜드 지분 17%를 매각한 바 있다. 나머지 5% 초과분인 3.64%는 에버랜드가 자사주 매입 형태로 매각할 예정이다.

이와관련 삼성카드는 제3의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며 지난달 에버랜드에 주식 매입을 요청했다고 공시했으며, 비상장사인 에버랜드는 지난 2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자사주를 최대 40만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6월 초께 자사주 매입이 마무리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버랜드의 자사주 매입은 지난 4월 15일부터 시행된 상법 개정안에서 기존에는 상장회사만 가능했던 자사주 매입이 비상장 기업에도 허용되면서 비롯된 '해법'이다.

주당 인수 가격은 182만원으로 지난해 KCC가 삼성카드로부터 사들인 가격과 같다. KCC 매각 때와 마찬가지로 장부가인 주당 214만원 보다 턱없이 낮은 가격이다. 법망을 피하기 위해 KCC때와 마찬가지로 매각하는 '꼼수'를 부린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번에도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에버랜드-삼성생명(19.3%)-삼성전자(7.5%)-삼성카드(35.3%)-에버랜드(8.6%)'의 순환출자 구조로 돼 있다. 이번 삼성카드의 에버랜드 지분 매각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씨가 에버랜드 지분 25.1%를 보유하고 있는 등 이건희 회장 일가의 지분이 45%를 넘기 때문에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는 변화가 없다.

만일 에버랜드가 삼성카드로 부터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면 이재용 씨의 에버랜드 지분은 25%에서 32%로 높아지는 효과를 얻을 수 있으며 에버랜드가 19.3%의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생명에 대한 이재용 사장의 지배력도 동시에 높아진다.

삼성이 출구를 마련해 줄때까지 법 시행 유예기간을 마련해 준 국회, '적절한' 인수자를 찾을 때까지 매각명령을 늦춘 금융당국의 손발이 잘 맞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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