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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호 진상조사위의 '허위' 폭로전…'수렁'에 빠진 진보당

[통합진보당엔 무슨 일이②] 의문투성이 보고서와 부정선거 논란의 진상

문형구 기자 munhyungu@daum.net

입력 2012-05-29 13:05:38 l 수정 2012-05-29 14:49:31

통합진보당 당내 경선을 "총체적 부정"으로 단정한 진상조사보고서의 내용들은, '진상조사'라는 이름과 달리 대부분 허위 사실에 근거했다. 이같은 진상조사보고서로 인해 통합진보당 당원들은 '부정'을 저지른 세력으로 매도됐고, 언론의 집중포화와 검찰 수사를 예고했다는 점에서 이후의 논란과 분열상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진상조서보고서에 대한 검증 공청회를 주도한 이정희 전 대표는 "유죄임이 입증되지 않으면 무죄라는 근대 국가의 상식이 송두리째 무너졌다"며 "중세의 마녀사냥, 당과 동지에 대한 무고, 통합진보당의 내부로부터 몰락, 야권연대와 진보집권의 가능성 소멸, 이것이 지금 이 사태의 본질과 현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가장 아이러니한 사실은 이것이다. 당내외의 여론에 의해 부정 선거의 당사자인 양 지목된 쪽은 제대로 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고, 당초 '진상조사보고서'를 언론에 폭로하듯 발표했던 쪽에서는 이를 거부해 온 것이다. 누가 사태를 은폐하고 있는 것일까? 개별적인 비적정 투표에 의한 무효표 이외에 실제 조직적인 부정이 존재했는지, 부정이 있었다면 누가 어느 정도의 부정을 저질렀는지는 미궁에 빠져버렸다. 부정의 유무와 주체 뿐만 아니라 조사의 경로와 의도에 있어서 진상조사보고서는 말 그대로 '의문투성이'다.

[인포그래픽] '조준호' 진상조사 보고서 사실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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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IP로 대리투표, 현장 부정투표, 선거인명부 조작…근거는 모두 허위

조준호 진상조사위원회가 처음 언론을 통해 제시한 부정선거의 핵심 근거는 두가지였다. 첫번째는 동일 IP에서의 중복 투표다. 같은 IP에서 여러 개의 표가 나왔으니 이것이 대리투표의 정황이라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이석기 당선자의 IP 중복투표 비율이 61.5%라는 사실이 언론에 흘러나오면서 마치 당권파가 대리투표에 의한 몰표를 받은 것처럼 여론몰이가 진행됐다.

그러나 이는 '무고' 수준의 왜곡임이 드러났다. 사정은 간단했다. 예컨대 투표자가 사무직이라면, 이는 유선이든 무선이든 동일IP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한 공간에 있는 대부분의 컴퓨터들은 동일 IP이며, 한 건물안에 있는 컴퓨터들이 전부 동일IP인 경우도 있다. 제조업 노동자들이 작업시간에 짬을 내 온라인투표를 하러 가는 현장사무실에도 컴퓨터가 한 대 혹은 두 대다. 이것도 당연히 동일 아이피다.

동일 IP에서 이뤄진 투표가 많은 것, 그리고 이를 모두 합산한 비율이 높은 것이 의미하는 바는 따로 있다. 곧 현장 노동자들이나 혹은 농민회, 학생 및 청년단체, 그리고 낮 시간에 사무실에서 일하는 젊은 직장인들의 지지가 높다는 얘기다.

진상조사위는 대부분의 후보들이 50% 안팎의 IP 중복투표 비율을 보였고, 이석기 당선자 보다 높은 중복투표 비율을 가진 다른 후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선 침묵했다. 실제 이석기 당선자는 IP중복투표가 61.5%였고, 다른 후보들을 보면 나순자 65.3%, 이영희 59.9%, 문경식 57.8%, 윤갑인재 57.5% 등이었다. 또한 진상조사위원회의 자체 논리 대로라면 실제 대리투표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하는 10건 이상 동일IP 투표의 경우 이석기 후보 보다 높은 후보가 5명이나 있다는 사실을 애써 감췄다. 10명 이상의 동일 IP는 나순자 41.8% 김기태 34.8% 문경식 32.6% 윤갑인재 32.2% 이영희 32.1% 이석기 27.3% 순이었다.

당연히 동일IP 투표는 부정이 아니지만, 진상조사위의 보고서가 나온 이후 통합진보당은 이미 "이승만 독재 시절의 부정선거"를 행한 집단으로 내몰리게 됐다.

실제 진상조사는 실시됐나?

진상조사위가 "총체적 부정"의 두번째 근거로 내놓은 것은, 현장투표에서의 '조직적 부정'에 대한 것이다. 곧 대리투표와 선거인명부 조작, 무효표의 유효표화, 분리되지 않은 투표용지, 1인 단독 개표 등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근거자료들 역시 대부분 허위로 드러났다.

진상조사위가 발표한 내용들 중 식별가능한 지역들을 확인한 결과, 진상조사위는 동일한 당원이 선거인명부 등에 정자와 흘림체로 쓴 이름을 '대리투표'로 지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선거인명부 조작이라고 주장한 근거가 된 '두 줄로 지워진 흔적', '서명을 볼펜으로 했다가 그 위에 다시 싸인펜으로 서명한 경우' 등도 역시 투표자 본인이 직접 투표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무효표의 유효표화, '1인 단독 개표'라고 주장한 지역도 역시 선관위가 이미 확인한 사안이거나 다른 참관인이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까지 정확한 규명이 되지 않은 부분은 분리되지 않은 투표용지에 대한 것으로, 이는 제대로된 진상조사가 뒤따라야 할 부분이다.

문제는 진상조사위가 이들 지역을 '부정' 사례로 지목하면서도, 이들 모든 지역에 소명기회를 주지 않은 것은 물론 선관위원 및 투표 담당자들에게 전화 확인조차 하지 않은 것이었다.

진상조사보고서의 부실함은 이미 당내에서도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비당권파'로 분류되는 당내의 한 전문연구원도 "보고서의 기본도 갖춰지지 않았다. 논리 전개에 근거가 없는데다 비약이 심하다"고 혹평했다. 그러나 조준호 진상조사위의 보고서는 보고서 자체의 내용도 문제지만, 실제 진상조사가 진행됐는지가 불분명한 상황이다. 관련 담당자들이나 선관위에 조사를 하지 않았다면 대체 누구를 대상으로 조사했느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진상조사위가 당초 의혹을 제기한 비당권파 후보측의 주장을 모아 발표하는 역할, 다시말해 '진상조사'가 아닌 '대리자'의 역할을 했다는 의혹에 힘이 실린다.

또한 진상조사위의 보고서엔 한 투표소에서의 사례가 여러번 사진으로 제시되고, 이미 선관위가 조사를 시행해 부정이 아니라고 결정한 사안들까지 모두 포함하는 등 의도적인 '부풀리기'의 흔적이 나타난다.

계속되는 '아니면 말고'식 폭로전 … 수렁에 빠져드는 통합진보당

또한 진상조사위원들은 진상조사보고서와 당 전국운영위에서는 스스로 "부정이 아니다" "조작 여부는 없었다"고 밝힌 부분들에 대해서도, 언론에는 같은 사안을 부정의 근거라고 주장하는 기묘한 언론플레이를 진행했다.

진상조사위 측은 당 전국운영위에서 "프로그램에 의한 투, 개표 조작 여부 정황을 발견하지 못했다" "거기(데이터)에 대한 조작여부는 없었다고 판단이 되었기 때문에 그것까지 (로그기록에 대한)조사는 안 들어갔다"며, 데이터 조작 및 투개표 조작은 부인했었다. 그러나 진상조사위는 언론을 상대로는 "부실, 조작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온라인도 충분히 (조작이)가능하다"(3일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 "투표시스템은 6차례 프로그램 수정작업을 했을 뿐만 아니라 투표데이터의 수정까지 있었다"(9일 조준호 위원장)는 등 온라인에서의 부정선거를 기정사실화하는 발언들을 반복적으로 내보냈다.

이밖에도 진조위는 주민등록번호 일련번호, 전화번호 문제 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언론플레이를 이어가고 있다.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은 보고서 발표 일주일 뒤인 지난 10일 <오마이뉴스>와 '단독인터뷰'에서 "주민번호 뒷자리가 같은 당원이 무더기 발견됐다" "주민번호 끝자리가 2000000으로 된 사례도 있었다" 며 유령 당원, 주민번호 도용 및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출생지 등의 정보를 담고 있는 일련번호가 가족간에 같은 경우는 흔하며, 실제 이정희 전대표 측에서 동일한 기초단체 소속의 528명의 주민번호를 샘플링 해 본 결과 한 쌍 이상 같게 나오는 사람이 441명이었다. '2000000'번과 같은 일련번호 역시 해외 체류자 등 임시번호로서 조작과는 관련이 없는 것이었다.

지난 10일 전국운영위원회 직전 조준호 공동대표가 제기한 주민등록번호 의혹을 반박하는 이정희 공동대표와 김승교 중앙선관위원장

지난 10일 전국운영위원회 직전 조준호 공동대표가 제기한 주민등록번호 의혹을 반박하는 이정희 공동대표와 김승교 중앙선관위원장


이 열흘 뒤엔 박 무 진상조사위원이 또 한차례의 '단독인터뷰'를 통해 "주민등록번호 앞자리 6자리와 뒷자리 7자리가 정확히 일치하는 경우가 수십건 발견됐다"며 15건의 사례를 '폭로'했다. 그러나 이 역시 선거인명부가 아니라 당비 인출 계좌 등을 기록한 당원정보시스템에 근거한 것으로, 당 중앙선관위가 확인한 결과 실제로 동일주민번호로 중복투표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현재 통합진보당의 당권자수는 7만5천명에 이르러, 이 가운데는 부부 당원이 같은 통장을 사용하거나 개인정보 노출을 꺼려 당원정보시스템에 주민번호를 노출하지 않는 경우가 일부 존재한다. 이런 사실은 '15건'에 해당하는 당원들이 실제 투표자와 일치하는지만 조사해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오히려 박 무 진상조사위원은 투표를 하지 않은 당원 10명까지 포함시키는 등 이른바 '주민등록번호 중복 사례'를 부풀렸고 인터뷰를 통해서는 이를 "수십건"이라고 과장하기까지 했다.

쉽게 확인가능한 사실도 외면한 채, 왜곡과 부풀리기…도대체 왜?

진상조사위가 잘못된 정보에 바탕한 '폭로'를 계속해 온 것은, 그 자체로 의문이다. 진상조사위는 당내 경선에 대한 조사를 전담했고 관련 정보와 자료를 쥐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사례들이 실제 부정투표인지의 여부를 누구보다 쉽게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같은 '폭로'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진 후에 진상조사위가 취한 태도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10일 조준호 진상위원장은 이석기 당선자를 겨냥해 "소스코드가 열린 뒤 한 후보의 득표율이 수직상승"했다고 밝혔고 이는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지만, 사실 확인 결과 이석기 당선자의 득표율 상승세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조 위원장은 <주권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나간 보도에 대해서는 언급 안하기로 했다"는 입장만을 밝혔다.

진상조사위의 이런 식의 '폭로'전은 한번 언론에 보도되면 통합진보당에 대한 거센 비난 여론을 불러오지만, 추후 허위임이 확인돼도 악화된 인식을 회복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5월 2일 이후 언론들이 내보낸 거의 대부분의 기사들은 명백한 오보로 확인되고 있지만 사과는 물론 정정보도 조차 나오지 않고 있다. 조준호 진상조사위의 '진상조사보고서', 그리고 이후의 허위 폭로전으로 인해 통합진보당은 진보정당사 10년 이래 최악의 위기에 빠져들었지만, 이에 대해선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다. 진상조사위의 행태는 어떤 정치적 '의도'를 떠나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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