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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은 정년연장 가능하다는데, 학교에선 그냥 나가랍니다"

[인터뷰]58세 급식종사원 최명옥씨의 눈물..."말뿐인 비정규직 처우개선"

김보성 기자 press@vop.co.kr

입력 2012-06-01 12:14:11 l 수정 2012-06-01 13:45:31

“밥맛이 없다는 이유로 정년연장을 해줄 수 없다고 합니다. 나이가 많다고 나가랍니다”
 
10년째 부산 부곡중학교에서 급식 조리종사원으로 일해온 최명옥(58) 씨는 31일 <민중의소리>와 만난 인터뷰자리에서 울분부터 토해냈다.

“나이많다고 나가랍니다.. 서럽기만 하네요” 어느 급식종사원의 눈물

10년동안 부산 부곡중학교에서 급식 조리종사원으로 일해온 최명옥(58) 씨가 31일 학교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정부와 시교육청은 비정규직 차별해소를 위해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정년을 올해 59세, 내년 60세로 연장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지만 만 57세인 최 씨는 이날로 학교를 떠나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학생들의 식사를 도맡아왔던 최 씨는 이제 더는 학교에서 일할 수 없는 처지가 됐다. 부곡중학교가 정년연장을 해달라는 최 씨의 요구를 외면했기 때문이다.
 
학교 측은 최 씨에 대해 “나이가 많아 작업 중 부상이 우려되고, 밥맛(반찬맛)이 없다는 여론이 높다”며 최씨 보다 더 젊은 사람을 뽑기로 했다. 결국 2003년 2월부터 시작됐던 그의 부곡중학교 근무일지는 2012년 5월로 끝났다.
 
10년을 쉼 없이 일했지만.. 돌아온 것은 ‘차별’
 
“매일 스테인리스 식판 수십 개를 한 번에 날라야하니 팔과 어깨, 특히 손가락이 제일 아팠어요. 40여 개에 달하는 식판을 들어 나르고, 20kg 쌀포대도 수시로 들고, 다시 밥솥에 붇고,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그녀의 일은 고됐다. 게다가 학생 수가 줄면서 있던 남자 종사원까지 나가면서 일은 더 힘들어졌다. 매일 같이 수백 명의 식사를 5명의 급식 조리종사원이 도맡아 챙긴다는 것이 당연히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또 보람도 있었다. 강산이 변한다는 10년 동안 최 씨의 손을 거쳐간 학생 들만 수천 명. 제한된 급식재료지만 노력해서 만든 점심식사를 맛나게 먹는 학생들을 보면 기쁘기만 했다. 밥이 맛있었다며 손을 치켜세우는 학생들을 보면 팔과 어깨, 손가락이 아픈 것도 잊었다. 그렇게 최 씨의 급식을 먹은 수 천 명의 학생들은 이제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을 다니거나 사회로 진출해 있을 것이다.
 
10년 동안 정규직 교사, 교직원 보다 더 궂은 일을 해왔지만 정작 처우는 형편없었다. 최 씨는 “병가를 내려해도 눈치를 봐야했다”며 “어떤 때에는 시험기간에 급식이 없어도 학교에 나와 청소를 해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조를 알면서부터 모든 게 달라졌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정부가 차별해소를 하겠다며 공공기관 비정규직에 대한 처우개선 방침을 내어놓았다는 사실도 그제야 듣게 됐다. 그러나 정작 학교현장은 딴판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지난 2월 학교 측은 최 씨에게 정부 방침에 따라 정년연장이 가능하게 됐다고 알려줬다. 그러나 학교 측의 입장은 한 달 만에 180도 변했다. 최 씨는 “걱정을 안 했는데 3월 중순이 되니 연장이 불가하다고 말하더라”며 “결국 수소문 끝에 노조를 찾아갔다”고 말했다. 이를 계기로 같은 학교 급식조리원 5명이 모두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에 가입했다.

김희정 전국학비노조 부산지부장은 “시교육청이 이미 ‘학교회계직원 처우 대폭 개선'이라는 공문을 통해 본래 만 57세까지였던 정년을 올해 59세, 내년 60세까지 연장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며 “다른 학교는 모두 정년연장을 했지만 부곡중에서만 교육청 지침을 묵살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아울러 김 지부장은 “사용자 측인 교장에게 교섭을 촉구했지만 회피로 일관하고 있다”며 “교육자로서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알아보니 올해 학교비정규직의 정년을 연장할 수 있게 하는 정부 지침이 내려왔다고 하더라구요. 몰랐다면 앉아서 당하고, 서러움만 겪었겠죠.”

“나이많다고 나가랍니다.. 서럽기만 하네요” 어느 급식종사원의 눈물

10년동안 급식 조리종사원으로 일해온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정년연장 요구를 거절한 부곡중학교. 시 교육청은 이미 ‘학교회계직원 처우 대폭 개선'이라는 공문을 통해 본래 만 57세까지였던 정년을 올해 59세, 내년 60세까지 연장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낸 상황이다.


“나이많다고 나가랍니다.. 서럽기만 하네요” 어느 급식종사원의 눈물

10년동안 부산 부곡중학교에서 급식 조리종사원으로 일해온 최명옥(58) 씨에 대한 정년연장 요구를 학교 측이 외면하자 학교 입구에 급식실 동료들이 "정년연장을 요구해달라"는 알림막을 내걸었다.


 
“지금 일하는 동생(동료)들도 똑같은 일을 겪을 수는 없지 않느냐”
 
“밥맛이 없고 나이가 많다”는 것을 이유로 내걸던 학교 측은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조리사 자격증’과 ‘근태’를 문제삼았다. 최 씨는 “말을 자꾸 바꾼다. 억울하다”며 “밥만들고, 구정물에 손 담그며 궂은 일 마다 않던 우리를 차별해서는 안된다”라고 한탄했다. 한숨을 내쉬던 최 씨는 자신의 신세가 서러웠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밥이 맛없다는 것을 나에게 뒤집어 씌울 수 있나요. 밥맛을 따진다면 이것은 급식의 질 문제입니다. 재료를 좋게 하고, 급식비를 나라에서 지원하면 밥맛은 자연히 더 좋아지게 돼있어요. 이걸 왜 정년을 앞둔 한 사람에게 돌립니까. 그래도 학생들은 맛있다며 늘 이야기 해줬는데....”
 
그녀는 말을 끝내 잇지 못했다. 착하게만 살아왔던 그녀가 노조에 가입하고 이렇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 이유는 다름 아닌 내가 겪은 일을 동료들이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라서였다. 최 씨는 “지금 일하는 동생(동료)들도 똑같은 일을 겪을 수는 없지 않느냐”며 “내 하나 희생하더라도 이 부분이 시정되고 해결되길 바란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부곡중학교 교장에 대해서도 “교육자가 아니시냐”며 “차별을 없애야한다고 가르쳐야 할 분이 비정규직을 차별해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부곡중학교는 비정규직 차별을 시정하라


 
“나이많다고 나가랍니다.. 서럽기만 하네요” 어느 급식종사원의 눈물

부산 금정구 부곡중학교가 10년동안 급식 조리종사원으로 일해온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정년연장 요구를 외면하자 학교비정규직노조 부산지부, 통합진보당 부산시당 등이 31일 학교 정문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부산지부, 통합진보당 부산시당 등은 31일 오후 2시 부곡중학교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부곡중학교 교장은 차별을 시정하라”며 사태해결을 촉구했다.
 
이들은 “급식실 노동자의 정년연장 기준이 급식 맛이 될 수는 없다”며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노동력을 가진 비정규직 노동자를 내쫓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자 부당해고”라고 지적했다.
 
또한 “학교장은 노조의 두 차례 교섭요구도 거부하고, 응원을 나온 급식 노동자에게 근무시간 운운하며 경위서까지 들이대는 작태를 보이고 있다”며 “교육현장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억지논리로 차별과 해고를 자행하는데 우리 아이들이 무엇을 배우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희종 통합진보당 부산시당 사무처장은 “밥맛의 문제는 급식단가와 정부의 지원이 중요한 문제이지 개인의 탓으로 돌려서는 안된다”며 “더불어 살라고 가르치는 학교에서 힘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이렇게 내모는 것은 도의적으로 맞지 않다”라고 꼬집었다.
 
지난 23일 국가인권위 부산사무소에 차별 시정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한 노조는 부산지방노동위원회 제소는 물론 교섭 회피에 대한 조사를 요청하는 등 강력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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