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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경제민주화', 헌법 119조2항부터 꽉 막혔다

지도부.친박 핵심의원들 "경제민주화, 자유시장 침해하지 말아야"

조태근 기자 taegun@vop.co.kr

입력 2012-06-05 19:56:49 l 수정 2012-06-05 20:19:54

경제민주화

새누리당 쇄신파 의원들이 주축으로 구성된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5일 오전 새누리당 여의도 연구소에서 첫 모임을 갖고 있다.



"그건 여러분(기자들)이 더 잘 알 것 아닙니까. 공천자 명단을 보면 과연 어떤 사람이 제대로 추진할 수 있겠는가는 여러분이 더 잘 알 것입니다."

새누리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이 지난 3월 22일 비대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기자들이 '경제민주화 인사가 공천배제된 것에 대한 반발이냐'라고 묻자 답한 말이었다. 5일 새누리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에서 열린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첫 토론회는 김종인 전 비대위원의 말을 일정 정도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됐다.

18대 전직 의원들과 19대 국회의원 30여명으로 구성된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이날 토론회에서는 재벌개혁이 아니라 87년 헌법의 경제민주화 근거조항인 119조2항 부터 '벽'에 부딪혔다. 전날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의 정책토론회에서 119조2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재벌의 목소리가 나온 것도 영향을 미친 듯 했다.

공천을 받지 못했지만 지난달 전당대회 유세과정에서 "이혜훈의 등수가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의지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외치며 2위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던 이혜훈 최고위원은 이날 발제에서 첫 포문을 열었다.

"헌법 119조1항은 자유시장을 존중하는 것이고, 2항은 경제민주화 조항이다. 자유시장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경제민주화를 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범위에서 시장의 자유를 말할 수 있다. 경제의 영역에서 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한 경제 민주화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가 작동되지 못하게 하는 재벌의 문제점을 고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이혜훈 의원은 재벌개혁 방안으로 중소기업적합업종 확대,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전속고발권 폐지, 집단소송제 도입 등 재벌의 불공정행위 규제강화 뿐만 아니라 환상형 순환출자 규제, 지주회사 지분요건 강화, 범법자 이사취임 제한 등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나 총수지배체제를 건드리는 내용까지 제안했다. 내용만 놓고 보면 민주당이나 진보당 수준의 재벌개혁 내용들이었다.

이혜훈

새누리당 쇄신파 의원들이 주축으로 구성된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5일 오전 새누리당 여의도 연구소에서 연 첫 모임에서 이혜훈 최고위원이 경제민주화에 대해 발제를 하고 있다.


그러나 당 지도부에 속하거나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과 가까운 현직 의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원내부대표인 판사 출신의 홍일표 의원은 "119조의 원칙을 이해할 때에는 1항(자유시장)이 원칙이고 2항(경제민주화)은 보완조항으로, 1항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2항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홍 의원은 "한국의 DNA는 평등의식이 유난히 강하다"라며 "민주주의는 정치의 관점에서, 시장경제는 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한 것인데, 민주주의가 허용하는 한에서 시장의 자유를 말한다면 이건 사회주의로 연결될 수도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총선에서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비례순위 앞번호인 10번에 공천돼 당선된 이만우 의원도 "최근에 시장이 너무 커지면서 경제민주화가 대두됐는데, 이는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게 아니라 아니라 시장을 보완하는 정도"라고 선을 그었다. 이만우 의원은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출신으로 'MB노믹스'의 설계자에 이어 '박근혜노믹스'에도 관여하고 있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신관 620호)의 옆방(신관 621호)에 의원실이 배정돼 '친박도 부러워하는 친박'으로 불리는 박민식 의원도 "대한민국 헌법질서를 부정하고 자본주의와 사유재산의 근간을 부정하는 것으로 오늘 모임이 비쳐진다면 온당치 않다"고 말했다. 다만 박 의원은 전경련의 119조 2항 폐지론에 대해서는 자신의 트위터에 "아예 헌법을 재벌보호법으로 바꾸려고 작정한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경제브레인'으로 꼽히는 초선의 이종훈 의원(→관련기사 "'줄푸세' 만든 전문가의 청년실업 대책은?")은 경제민주화가 재벌개혁에 국한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재벌에 '화살'이 집중되는 것을 경계하는 뉘앙스였다.

이용훈

이용훈 의원이 5일 오전 새누리당 여의도 연구소에서 열린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첫 토론회에서 경제민주화를 주제로 발제를 하고 있다.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출신인 이종훈 의원은 지난 2007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 공약을 만든 핵심 인물로,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과는 지난 2005년부터 정책자문을 해주며 인연을 쌓아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의원은 "경제민주화를 재벌개혁에 국한해 논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제민주화의 궁극적 목표가 양극화 해소라면 재벌개혁 넘어 세제개혁, 복지, 최저임금, 금융감독 등의 문제까지도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의원은 "경제민주화의 개념이 국가의 개입이 강화된 것인지, 자본주의의 기본원리인 사유재산을 부정하는 것인지 등 혼돈스러운 부분은 정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다음주 두번째 토론에서는 헌법 119조 2항을 만든 장본인인 김종인 전 비대위원을 초청해 강연을 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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