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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보이스톡, 망중립성 논의 뒤집을까?

강경훈 기자 qwereer@vop.co.kr

입력 2012-06-09 23:07:50 l 수정 2012-06-10 17:19:02

카카오톡 보이스톡

카카오톡 보이스톡 서비스.



카카오톡이 시범실시하고 있는 무료 음성채팅 서비스인 '보이스톡'을 놓고 카카오톡과 이동통신사들이 벌이고 있는 공방전이 좀처럼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카카오톡은 지난 4~5일에 걸쳐 국내 아이폰,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를 대상으로 카카오톡 무료 음성채팅 서비스인 '보이스톡' 테스터를 모집한 이후 보이스톡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보이스톡이 단순한 음성채팅의 개념과 가깝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통사들은 보이스톡을 mVolP(mobile Voice over Internet Protocol. 모바일 인터넷전화)로 간주, 나아가 카카오톡을 기간통신에 가깝다고 주장하며 각종 규제책 마련에 열을 올리는 형국이다. 이통사 일각에선 보이스톡 이용현황을 파악해 IP추적 등을 통해 신속히 차단 조치를 취할 수도 있다는 다소 과격한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인구 중 상당수인 3천500만명의 이용자를 거느린 카카오톡이 인터넷전화에 버금가는 서비스를 실시하겠다고 하니, 음성통화료를 통한 수익 비중이 70%에 달하는 이통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방대한 카카오톡 사용자 수도 부담이지만, 카카오톡의 등장 이후 문자메시지 사용량이 대폭 줄어들었다는 선례가 있기에 이통사들로선 향후 보이스톡 사용량이 음성통화 사용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이통사들은 이 점을 우려, '무임승차론'을 강하게 제기하며, 보이스톡이 확산될 경우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SKT는 "모바일 인터넷전화가 확산되면 통신사들의 투자여력이 위축되고 매출이 감소돼 기본료 등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했고, KT도 "보이스톡 이용자가 급증할 경우 이통사의 수익기반 붕괴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실제 보이스톡 사용량에 따른 음성통화량의 하락세가 두드러질 경우 이통사들은 요금제 인상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SKT와 KT는 3G의 경우 5만4000원 이상, LTE에서는 5만2000원 요금제 이상을 선택한 고객들에게만 mVolP 허용해주고 있다. 기준을 높일 경우 예컨대 3G 5만4000원 요금제로 보이스톡을 이용하던 고객도 기준점 이상의 요금제로 전환해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는 것이다.

카카오톡이 무임승차를 한다고?

이통사들이 기존의 mVolP 서비스는 물론, 보이스톡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제기하는 문제는 바로 '무임승차론'이다. 이통사들이 오랜 기간 동안 막대한 투자를 통해 증설, 발전시켜온 인터넷망을 이용해 트래픽을 유발시키는 것인 만큼, 카카오톡이 이에 대한 일정 정도의 사용료를 지불해야한다는 것이다.

김철기 KT홍보실 팀장은 7일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이스톡에 대해 "고객이 아닌 서비스 사업자가 무임승차하는 것"이라며 "고속도로에 허가를 내지 않고 휴게소를 크게 지어 고객들이 일부러 그곳을 가게 만들어서 교통혼잡을 유발하는 꼴"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이통사들은 주장은 '망중립성' 원칙에 전면 배치된다. '망중립성'이란 인터넷을 이용하는 데이터의 내용과 유형, 사업자, 단말기 등 모든 주체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제한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다. 간단히 말해 누구든지 '공공재'처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톡 이수진 커뮤니케이션팀장은 "어떤 사업자든 자유롭게 망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망 이용에 대한 대가는 사용자들이 이미 지불하고 있고, 우리는 네트워크 회선료를 충분히 내고 있다"고 이통사들의 주장에 반박했다.

이처럼 무임승차론을 둘러싸고 통신사-사업자 사이에선 망중립성 원칙 문제가 불가피하게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망중립성의 3대원칙은 ▲사용자들이 서비스와 콘텐츠에 접근할 권리가 침해돼서는 안된다, ▲비합리적인 차별금지, ▲투명성으로 통용되고 있다.

이 같은 망중립성에 대한 개념과 대부분의 국민들이 인터넷망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통신망 자체가 원천적으로 국가신경망으로 구축됐다는 점에서 인터넷망은 공공재적 성격을 강하게 갖고 있다.

한 포털 업체 관계자는 "통신망 사업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공공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라며 "통신사업자가 사기업인 건 맞는데 지금까지 사기업이 개인적 돈벌이를 위해 깔아놓고 투자한 것이라고 이야기하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통신망 사업은 특별한 사업자에게 인허가를 하고, 허가 절차를 갱신해오는 절차를 거쳐왔다. 공공재적 성격이 강할 수밖에 없는데, 그것을 부인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보이스톡, 기간통신이냐? 부가통신이냐?

보이스톡의 등장은 기존의 mVolP 서비스가 기간통신인지, 부가통신인지에 대한 역무구분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mVolP에 대한 역무구분 논의는 이전부터 더디게 진행돼왔으나, 보이스톡의 등장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모든 전기통신서비스를 △기간통신 △부가통신 △별정통신 등으로 나눠 정책규제를 펴고 각각의 소비자 보호 의무 등의 규제책을 부여하고 있다.

이통사들은 기존 mVolP와 보이스톡 서비스가 무선네트워크망을 통해 음성을 전송하는 만큼 기간통신 서비스로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간통신으로 구분되면 서비스 제공시 정부 허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SKT, KT, LG유플러스 같은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하는 실시간 음성과 데이터 전송 등이 이에 해당된다.

포털 등 기존의 mVoIP 사업자들은 소비자들이 데이터이용료를 내고 사용하는 부가서비스로 봐야한다는 입장이다. 카카오톡 측은 애초부터 보이스톡을 mVoIP에 기반한 단순한 음성채팅이라고 강조해왔다. 이석우 카카오톡 대표는 "보이스톡은 일반 음성통화와 달리 사용도 쉽지 않고, 기존 모바일 채팅에 음성을 더하는 수준이다. 음성통화와 비교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mVoIP 서비스를 기간통신사업 역무로 분류할 지, 정책적 제도를 마련할 지 여부에 대해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반을 구성해 운영해오고 있다. 이 작업 역시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장 파급력이 높은 보이스톡이 전면 시행되는 만큼 기존 규정을 전면 재검토하고 있고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검토 결과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관련법을 개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톡이 기간통신으로 규정될 경우, 자체 설비 구축 등 현재보다는 높은 수준의 의무가 주어지기 때문에 유료화가 불가피할 수 있다. 광고수익 규모가 매우 적고, 대규모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현재 수익모델로는 카카오톡이 자체 설비를 구축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카카오톡 등 메신저 서비스의 유료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압도적이기 때문에 방통위가 카카오톡을 기간통신으로 규정하는 데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보이스톡 모니터링하려다 대화내용까지 엿본다?

SKT와 KT는 현재 3G 54요금제, LTE 52요금제 이상 가입자에 한해 mVolP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제한하고 있다. SKT와 KT가 이처럼 mVolP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해당 서비스가 mVolP를 사용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통사들은 보이스톡을 제한하기 위해 우선 현행 mVolP 규제 가이드라인에 따라 보이스톡 규제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mVolP 서비스에 대해 적용하던 요금제 기준을 보이스톡에 대해서도 최소한 같은 수준으로 적용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통사들이 보이스톡을 요금제별로 차단하는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는 보이스톡 이용자들에 대한 사생활 침해 논란이다.

이통사들이 mVolP 사용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데 사용하는 기술이 DPI(Deep Packet Inspection)인데, 이는 정보전달의 단위인 패킷을 분석해 트래픽을 관리.통제하기 위한 기술이다. 문제는 이 때 사용하는 DPI 기술을 이용하면 단순히 서비스의 성질을 판단하는 것을 넘어 통신 내용까지 전부 파악할 수 있는 패킷 감청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통사들이 기존의 mVoIP를 차단하기 위해 DIP 기술을 이용하는 데 대해서도 이 같은 논란은 제기됐었다. 하지만 이전의 mVoIP 사용자들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사용자를 거느린 카카오톡을 상대로 DPI 기술을 적용하는 건 성격이 다르다. 3천500만 사용자들이 주고받는 데이터가 통신사 DPI 기술에 노출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치명적이다.

물론 이통사들은 DPI 기술을 단순히 데이터의 성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내용 필터링이나 차단, 내용의 조작, 감청 및 검열 등이 가능한 것으로, 아무 제한 없이 이 기술을 채용하는 것만으로도 개인 프라이버시의 침해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하고 있다.

카카오톡 이수진 커뮤니케이션팀장은 DPI 기술에 따른 사생활 침해 우려에 대해 "만약 그런 것이 가능하다면 상당히 위험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의 이탈, 요금제 판도에 변화 생길까?

보이스톡 등장 이후의 국면에서 눈에 띄는 점은 이통사 진영의 한 축을 이루고 있던 LG유플러스의 이탈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7일 보이스톡을 전면 허용한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그동안 mVolP 서비스 자체를 금지하고 있었지만 요금제 제한 없이 모든 가입자에게 mVolP 서비스는 물론, 보이스톡까지 모두 허용하기로 했다.

보이스톡 허용은 이통사 업계 3위인 데다, 통화품질 저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LG유플러스로선 나름의 전략적 판단을 한 것이었다. LG유플러스 김상수 홍보팀장은 "LTE에 사활을 걸고 있는 입장이라, 경쟁력을 좀 더 높이는 차원에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이스톡의 통화 품질이 망 환경에 따라 좌우된다는 특성과 LG유플러스가 LTE 서비스에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을 동시에 감안한 것이다.

'망중립성'을 놓고 콘텐츠사업자들과 반대 입장을 취해왔던 이통사들로선 LG유플러스의 파격 행보가 다소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SKT와 KT는 "휴대폰 인터넷 음성전화가 활성화되면 통신사 매출이 줄고 이는 투자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LG유플러스의 결정은 통신사업 발전을 가로막는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LG유플러스가 '망중립성' 원칙을 인정하는 결정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으나, 그동안 이통사-콘텐츠사업자 간 입장차가 망중립성 논의로 연결돼왔다는 점에서 망중립성을 둘러싼 힘의 균형이 콘텐츠사업자들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김 홍보팀장은 다만 "망중립성을 전적으로 고려한 것은 아니다. (카카오톡 허용과 관련한) 또다른 논점이 생긴다면 논의의 장은 얼마든지 열려있다"고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LG유플러스가 당장에는 '망중립성' 원칙에 대한 입장을 전면적으로 피력하고 있진 않지만, 보이스톡 서비스를 놓고 보여준 LG유플러스의 과감한 행보는 나머지 이통사들의 기존 방침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료 보이스톡에 기반한 LG유플러스로 가입자 이동 등이 가시화된다면, SKT와 KT는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다.

LG유플러스가 보이스톡을 전면 허용한 이후 음성통화량 대비 보이스톡 사용량이 현저히 늘어난다면, 요금제 자체가 데이터 사용량을 기준으로 재설정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무료통화 200분, 무료 데이터 1G를 제공하는 LG유플러스 44요금제가 무료통화 100분, 무료데이터 2G를 제공하는 등 데이터사용량에 비중을 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상민 LG유플러스 상무가 기자간담회에서 "우선적으로 허용을 했지만 트래픽이 과도하게 몰릴 경우 새로운 요금제 출시 등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한 점과 최근 두잇서베이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56%가 "보이스톡을 이용하면 기존 요금제를 더 저렴한 것으로 변경하겠다"고 답한 점은 새로운 형태의 요금제가 등장할 가능성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나머지 두 통신사들이 LG유플러스의 행보를 따라갈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전체적인 요금제 판도는 자연스럽게 바뀌게 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LG 유플러스가 먼저 칼을 빼든 만큼 다른 통신사들도 가입자 유출을 막기 위해 같은 선택을 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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