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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사의 이남 숲 탐방기

이동권 기자 su@vop.co.kr

입력 2012-06-27 09:40:40 l 수정 2012-06-27 09:56:02

게으른 산행

게으른 산행



게으른 산행은 숲의 뭇 생명을 존중하는 산행이다. 천천히 걸으며 그들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하고 안부를 물으며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아름다움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을 삼가야 하며 발걸음도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걸으면 숲도 보호되고 걷다 보면 몸에 쌓여 있던 피로물질이 사라져 어느새 마음에 평화가 깃든다. 숲의 치유 효과다. 이슬바심을 해가며 새벽산길을 천천히 걸어보시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면 보호본능이 생기듯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길 것이다.
머리말에서

위도 37도 이북의 숲들을 다룬 1권에 이어 위도 37도 이남의 숲 탐방기, '게으른 산행2'가 출간됐다. 이 책의 저자 나무의사 우종영은 10여 년 전부터 '게으른 산행'붐을 주도하며 눈 쌓인 겨울산행을 예찬했다.

이 책은 저자가 제주에서 울릉도까지 남부권 숲길 18곳을 다니며 뭇 생명의 안부를 묻는다. 그런데 게으른 산행은 함께 산에 다니는 일행들의 표현대로 절대 게으른 산행이 아니다. 부지런히 새벽부터 몸을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다. 새벽 일찍 함초롬히 맺힌 풀잎의 이슬을 바심해가며 코끝에 맴도는 상쾌한 공기와 해뜨기 전 지져대는 새소리를 향유하는 것은 '게으르면서도 절대 게으르지 않은' 이들만의 특권이다. 나무의 꽃과 잎은 물론 뿌리와 줄기, 표피까지도 찬찬히 살펴봐야 하니 자연히 느린(혹은 게으른) 산행이 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지난 10년 사이 산행의 변화를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한다. 산행인구의 증가와 기후변화로 인한 식생의 교란이다. 2010년 북한산을 찾은 이들의 공식집계만 해도 10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또 위도 37도 이남의 숲들은 특히 최근 10년 사이 기후변화로 인한 식생의 교란이 두드러지는 곳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나무들의 모습이 책 속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저자는 여러 나무들의 사연을 통해 이제 더 빨리, 더 높이 오르는 대신 '게으른 산행'의 미덕을 살려야 한다는 진실을 보여준다. 산은 생명줄이다. 사회가 각박해질수록 아이들도 숲에서 키워야 하고, 어른들도 숲에서 치유받아야 한다. 그럴수록 산에 사는 뭇 생명과 더불어 호흡하는 습관은 더욱 중요하다. 눈 쌓인 겨울산행이 저자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이유는 '나무뿌리를 직접 밟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숲길에는 전 세계에서 하나뿐인 저자의 자체제작 나무지도가 들어 있다. 산에 사는 나무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누면서 직접 그려 넣은 나무 서식도이다. 게으른 산행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그 결과 살아 있는 생명체들이 지도 속에서 숨을 쉰다. 살아 있는 것들이니 당연히 유기적이다. 실시간으로 변화한다. 지금 이 순간 문득 어딘가에서 날아온 씨앗이 지도 속의 큰 나무 옆에 삶의 터전을 구축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지도의 업데이트는 앞으로 지도를 들고 숲길을 걷게 될 독자들 각자의 몫일 것이다.

게으른 산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나무이름 알아가기이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무는 모두 같으면서도 다르다. 뿌리와 줄기, 꽃과 잎을 가지고 있으면서 직경생장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모두 조금씩 특별하다. 각자의 이름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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