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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한테 왜 열람했냐고 물어보지도 않은 게 너무 화 난다"

[인터뷰] 미투표 현황 1,151건 열람한 오충렬 전 통합진보당 총무실장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입력 2012-06-29 19:46:10 l 수정 2012-06-30 00:45:31

오충렬 전 통합진보당 총무실장(현 현안대응팀)이 29일 민중의소리와 인터뷰에서 미투표 현황 열람 1,151건에 대한 소명자료를 보여주면서 미투표 현황을 열람한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오충렬 전 통합진보당 총무실장(현 현안대응팀)이 29일 민중의소리와 인터뷰에서 미투표 현황 열람 1,151건에 대한 소명자료를 보여주면서 미투표 현황을 열람한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통합진보당 오충렬 전 총무실장(현 현안대응팀)을 29일 오전 서울 동작구 대방동 인근에서 만났다. 그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거 진상조사특위 2차 보고서와 관련, '미투표자 열람'의 핵심 당사자다.

진상조사특위는 2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대방동 통합진보당사의 컴퓨터 세 곳에서 각각 1,151회, 287회, 46회 등 모두 1,484건의 미투표자 열람이 있었다고 밝혔다. 당직자 3명의 자리에서 투표관리시스템에 접속해 미투표자 현황을 반복적으로 열람했다는 것이다.

보고서 어디에도 없는 '부정'이 부정으로

이와관련 진상조사특위는 보고서에서 "미투표자 현황은 투표 진행 상황에 대해 해당 시점까지 기록된 정보(성명, 지역위, 휴대전화번호, 투표여부 등)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표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민감한 정보임"이라고 기술했다.

미투표자 현황 열람은 1차 조사때는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팩트다. 특위 온라인분과에서 용역을 의뢰한 외부 전문가 김인성 한양대 겸임교수 팀이 분석했고, 특위가 보고서에 이를 반영한 것이다. 김인성 교수팀은 '기술검증보고서'에서 중앙당사 컴퓨터 세 곳에서 이뤄진 미투표자 열람은 "정상 업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특위는 "정상 업무"라는 결론은 빼고, 김인성 교수가 분석한 데이터만 제시했다. 그리고 "당직자 자리에서 반복적 열람", "투표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민감한 정보" 등의 해석을 달았다. 그러나 특위 보고서 어디를 봐도 누가 미투표자 현황을 열람 했는지, 열람한 당직자가 구체적 부정행위를 했다는 것인지는 나와있지 않다.

다만, 특위는 26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전체 투표의 90%에 가까운 인터넷 투표에서 (당원들의) 미투표 현황이 일부 당직자에게 독점되어 특정 후보에게 활용된 정황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관계자 입에서 나온 "특정 후보에게 활용된 정황이 있다"는 의심은, 다음 날 언론에 "당권파, 미투표 명단으로 이석기 조직적 지원", "진보당 구당권파, 온라인 투표 1,484차례 들춰봐"라는 제목 등으로 대서특필됐다.

보고서 어디에도 부정 사실은 언급돼 있지 않으나, 관계자가 '부정의 정황'을 언급하면서 언론은 부정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은 1차 진상조사 때와 비슷한 모습이다. '민중의소리'는 지난 27일 '미투표자 현황 열람, 누가 왜 1,484건이나 했나?' 제목의 기사에서 이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제일 열받는 건, 특위에서 나 한테 왜 열람했는지 물어보지도 않았어요"

오충렬 전 실장이 투표 시스템 관련해 접수된 민원이 적혀 있는 포스트잇 용지를 보여주고 있다.

오충렬 전 실장이 투표 시스템 관련해 접수된 민원이 적혀 있는 포스트잇 용지를 보여주고 있다.

29일 오충렬 전 실장을 직접 만나서는 1차 진상조사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진상조사특위 누구도 그에게 미투표자 현황을 열람한 이유를 묻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됐다. 1차 진상조사위원회는 책상에 앉아 서류만 들춰보고 의심 가는 것들을 당사자 확인도 없이 부정의 사례로 제시했다가 '부실 보고서' 논란을 자초한 바 있다. 오 국장 사례를 보면 진상조사특위도 1차 진상조사위원회의 부실 조사와 다를 바 없는 조사를 한 것이다.

특위 보고서에 보면 아이피 14.36.*.*** 컴퓨터에서 모두 1,151회 미투표자 열람을 했는데, 그 주인공이 바로 오충렬 전 실장이다. 그는 무엇 때문에 1,151회나 미투표자 열람을 했을까? 언론 보도 처럼 그는 정말로 미투표자 열람을 통해 특정 후보 당선을 돕는 부정을 저질렀을까?

오 전 실장은 서류봉투에서 두꺼운 서류 뭉치를 여러개 꺼내 기자 앞에 펼쳐놨다. 바로 미투표자 열람과 관련한 소명 자료였다. 자료 각각의 페이지에는 지난 3월 비례대표 경선 당시, '인터넷투표를 하려고 하는데 핸드폰 인증번호가 날아오지 않는다. 조치를 바란다'라며 당원들이 오충렬 전 실장에게 보낸 문자메세지 사진 등이 빼곡하게 프린트 돼 있었다.

"제가 제일 열 받는 건, 이(진상조사특위) 사람들이 나한테 물어보기만 하면 내가 왜 미투표자 열람을 했는지 알텐데 물어보지도 않았어요. 소명할 기회도 안 주고 보고서에 미투표자 현황을 부정취득했다고 써놨어요. 제 아이피에서 미투표자 열람을 1천100여건을 했는데 다 이런 경우예요."

요지는 이렇다. 2009년부터 민주노동당 중앙당 당직자로 일한 오충렬 전 실장은 국민참여당, 통합연대와 통합 전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간사를 3년 동안 맡았다. 민주노동당 인터넷투표시스템도 그가 관리했다. 중앙당에 올라오기 전 광주시당 당직자로 있으면서도 선거관리위원회 간사를 했다.

오랜 경험으로 선거관리 업무도 잘 알고 있고, 인터넷투표 시스템 관리도 직접 해 온 만큼 투표 시스템에 대해서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총무실의 다른 국장과 함께 선거관리 업무를 돕게 됐다.

미투표자 현황 열람, 정상적인 선거관리 업무

그리고 그가 도맡아 한 일이 바로 인터넷 투표 시스템에 접속해서 투표를 하려는 당원들에게 문제가 있으면 이를 해결해 주는 일이었다. 그 일의 대부분은 투표시스템에 접속해 투표를 하려는데 핸드폰으로 인증번호가 날아오지 않으니 조치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인터넷투표를 하려면 핸드폰으로 본인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오 전 실장이 한 일은 아주 단순하다. 예를들면, 제주 지역의 A당원이 인터넷 투표를 하기 위해 투표 시스템에 접속해 핸드폰으로 본인 인증을 하려는데, 인증번호가 날아오지 않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면 A당원은 자기가 속한 지역위원회 사무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투표가 잘 안 되니 조치를 취해달라고 한다. 사무국장은 문자메세지로 오 전 실장에게 투표 문제가 발생한 당원의 이름과 핸드폰 번호를 알려주면서 확인을 요청한다.

이를 접수한 오 전 실장은 투표관리시스템에 접속해 '유권자리스트'를 클릭해 들어간다. 그러면 검색창이 뜨는데, 문제가 발생한 A당원의 이름을 쳐 넣는다. A당원이 유권자가 맞으면 아디이와 이름, 핸드폰 번호가 나온다. 투표 여부도 알 수 있다.

투표를 안 한 게 맞으면, 당원관리프로그램에 접속해 A당원의 핸드폰 번호를 자신의 핸드폰 번호로 바꿔 입력한 후, 인터넷투표시스템에 접속해 A당원의 이름과 핸드폰 번호(당원 관리프로그램에서 A당원의 핸드폰 번호를 자신의 핸드폰 번호로 바꿔놨으므로, 오 전 실장의 핸드폰 번호를 입력한다)를 입력해 인증번호가 제대로 날아오는지 확인한다.

이 모든 절차를 거치고 인증번호가 정상적으로 날아오는 것이 확인되면, 다시 당원관리프로그램에 접속해 핸드폰 번호를 A당원의 것으로 정상적으로 고쳐놓은 후, 문의를 했던 당사자에게 연락해 시스템에는 문제가 없으니 다시한번 투표를 시도해보라고 답을 준다.

이 과정에서 오 전 실장이 접속하는 시스템을 간단히 표현하면, 투표관리시스템 -> 당원관리프로그램 -> 인터넷투표 시스템 순이다. 오 전 실장은 비례대표 투표 기간이었던 3월 14일부터 18일까지 닷새동안 이 일을 반복했다. 그는 "한 건 처리하는데 30분 가량 소요됐다"면서 "투표기간에는 이 일 때문에 다른 일을 못 할 지경이었다"고 말했다.

미투표자 열람 1,151건은 바로 이런 경우였다. 정상적인 선거관리업무였던 것이다. 그는 "일반적인 선거관리 업무를 부정행위로 몰아가는 거"라고 비판했다. 다만, 그가 선거관리위원 또는 선관위 간사가 아닌 당직자였기 때문에 선거관리 차원에서 문제는 제기할 수 있다.

지역 당원이 인터넷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투표시스템에서 핸드폰 인증을 통해 본인 확인을 해야 한다. 그런데 핸드폰 인증이 잘 안 될 경우, 중앙당으로 문의를 하고 오충렬 전 실장이 이를 접수해 처리했다. 문의가 오면 투표관리시스템에 접속해 유권자리스트를 확인한다.

지역 당원이 인터넷투표를 하기 위해서는 투표시스템에서 핸드폰 인증을 통해 본인 확인을 해야 한다. 그런데 핸드폰 인증이 잘 안 될 경우, 중앙당으로 문의를 하고 오충렬 전 실장이 이를 접수해 처리했다. 문의가 오면 투표관리시스템에 접속해 유권자리스트를 확인한다.


인터넷투표를 하려고 하는데 아이디와 비번이 접수되지 않는다는 문의를 한 문자메세지. 오충렬 전 실장이 대부분 받아서 처리했다.

인터넷투표를 하려고 하는데 아이디와 비번이 접수되지 않는다는 문의를 한 문자메세지. 오충렬 전 실장이 대부분 받아서 처리했다.


투표시스템상 오류가 있는 경우, 문자메세지와 쪽지로만 오류를 접수해 처리했다. 사진은 쪽지로 접수된 오류들. 쪽지로 접수된 오류도 오 전 실장이 투표관리시스템에 접속해 일일이 확인 후 조치했다.

투표시스템상 오류가 있는 경우, 문자메세지와 쪽지로만 오류를 접수해 처리했다. 사진은 쪽지로 접수된 오류들. 쪽지로 접수된 오류도 오 전 실장이 투표관리시스템에 접속해 일일이 확인 후 조치했다.



"선거유관 부서가 협력체계로 일하는 건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에 대해 오 전 실장은 "외부에서 보면 부자연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당내 시스템이나 체계로 보면 자연스러운 업무협조였다. 예를들면, 선거인명부는 당원관리부(총무실과 조직실)에서 만들었다. 투표용지는 조직실 국장이 만들었다. 후보토론회도 선거업무 영역인데 이것은 홍보실 등 유관부서에서 업무를 다 처리해줬다. 엄밀히 말해서 선관위 관계자도 아닌데 왜 일을 했냐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선거 유관부서가 협력체계로 일을 하는 게 자연스러웠던 거다. 어쨌든 이 일이 터지고 나서 이번에는 선거사무국을 만들어서 유관부서 당직자들을 그리로 배치해서 일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진상조사특위 보고서에 실명이 거론되지는 않았지만 졸지에 부정 행위자가 돼 버린 오충렬 전 실장은 오옥만 후보의 선본으로 사용된 제주도 M건설 사무실에서 현장투표소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온라인 투표 확인 기능'을 6,019건이나 실행한 것을 언급하면서 울분을 토해냈다.

"자, 총당권자가 7만5천명이었는데 저는 그 중에 1,151건의 미투표 현황을 검색했어요. 근데 제주도에서는 당권자가 2,887명 밖에 안 되는데, 특위 보고서를 봐도 현장투표소도 아닌 곳에서 불법적으로 6,019건이나 검색을 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하루에 천 건 이상 씩 매일 미투표 현황을 확인해서 1,291명의 투표 여부를 확인했다는 거 아녜요? 거기다가 대리투표 정황도 확인됐다는 거 아닙니까. 그럼 상식적으로 뭐가 더 문젭니까? 언론도 제주도를 타이틀로 뽑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저는 이렇게 소명자료도 다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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