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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지식인들의 ‘주류 콤플렉스’

[김갑수의 통합진보당 사태 다시보기③] 진중권.조국.김민웅에게 묻는다

김갑수(정치평론가)

입력 2012-09-26 11:37:35 l 수정 2012-09-27 10:36:20

‘현대는 지식만 있고 지식인은 없는 시대’라는 말이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 많던 지식인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해 볼 수 있겠다. 지식인이란 누구인가? 간단히 말해서 사회와 정치에 대한 전문적 식견을 가진 사람이다. 아울러 하나의 대의에 관해 논리 정연한 식견을 피력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게만 보더라도 과연 한국 사회에 지식인이 남아 있는지? 섣불리 답변하기가 어려운 문제다.

지면상 많은 지식인을 다 거명할 수가 없다. 지식인이라고 알려져 있는 사람 중에서 손호철이나 김호기 교수도 통합진보당 공격에 가담했지만 이 글에서는 다른 세 분을 골라 논의해 보기로 한다. 진중권과 조국과 김민웅이 그들이다. 우선 나는 그들이 정말 지식인인지를 알고 싶다. 그들이 지식인이라는 세간의 풍문은 정당한 건지를 잘 모르겠다는 말이다. 앞에 말한 대로 그들이 사회와 정치에 대한 전문적 식견이 있는 사람들인지를 생각해 볼 때에 일말의 의구심이 생긴다. 다음으로 그들이 하나의 대의에 관해 논리 정연한 식견을 피력하는가에 이르면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가 더 많기 때문이다.

박홍과 진중권, 통합진보당에 대해서만은 의기투합

언젠가 전 서강대 총장 박홍은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진중권을 향해, "그분을 보면 아주 젊은 사람으로서 너무 촐랑거리는 것 같다"면서, "사람들은 자유가 있으니까 생각 가는 대로 표현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그냥 뭐 개가 짓는구나로 들린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에 대해 진중권은, “개 수준에 미달하는 분들은 개소리를 귀하게 들을 줄 알아야 한다.”고 즉각 응수한 일이 있다.

한 사람은 이미 대학 총장을 지냈고 다른 한 사람은 전임교수가 되기 직전의 시점에 벌어진 일이다. 지식인의 언어치고는 좀 유별난 것 같다. 어쨌든 박은 진에게 ‘개’라고 했고, 진은 박에게 ‘개만도 못한 자’라고 한 셈이다. 그들은 마치 두 종류의 개, 이를 테면 불도그(박)와 도베르만(진)이나 된 것처럼 사납게 치고받았다. 그런데 이런 두 사람이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해서만은 한 패가 되어 공격을 퍼부은 것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 통진당 사태는 주사파와 관련이 있다. 케케묵은 선전 선동을 ‘진보’란 용어를 쓰며 국민을 속이려 한다.(박홍)
- 이석기, 사퇴는 당원투표에 맡기겠다? 사실상 '당 대표'세요. 너 따위의 거취를 결정하느라 전 당원이 투표를 해요? 과대망상이죠. 그 투표는 또 어떻게 믿겠어요. 당의 주인은 당원이다? 국고보조금 토해 놓고 저 구석에서 주인들끼리 노세요. 이석기, 득표의 60%가 IP 중복투표거든요. 그런데 당원 투표로 거취를 결정하겠답니다. 이번엔 100% 달성하시려나 봐요(진중권)

박홍이야 대한민국에서 공인된 반공주의자니까 그렇거니 할 수도 있는 일이다. 물론 근거도 없이 ‘주사파 관련’ 운운한 것은 지식인의 태도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진중권의 경우는 박홍보다 오히려 더 이상한 수준이다. 그는 이석기가 당의 배후 또는 실세라는 조중동의 보도를 주저 없이 이용했으며, 뜬금없이 새누리당의 6분의 1밖에 안 되는 진보정당의 국고보조금을 문제 삼았다.(역시 이것도 조선일보가 집중 보도한 내용이었다.) 게다가 ‘IP 중복’을 마치 선거부정인 양 단정했다. 사실 이것은 진중권이 온라인선거도 모르고 컴퓨터도 모르며 공유기도 모른다는 것을 입증하는 말로 들릴 따름이다.

진중권의 멈출 줄 모르는 ‘독일병정’ 식 공격

얼마 후 진중권은 아마도 ‘IP 중복’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게 되었을 터이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번의 자기성찰도 없이 통합진보당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 그러면서 그는 슬쩍 유시민의 참여계를 띄워주는 일을 잊지 않았다.

“이른바 NL의 당권파, 이번에 문제가 드러난 것은 그나마 다른 계열, 특히 참여당 계열이 견제 역할을 했기 때문이죠. 구 민노당 내에서 비슷한 일은 무수히 있었습니다.”(진중권)

웬 일인지 진중권은 ‘조준호 보고서’가 편파, 모해적인 것이었음이 알려지고, 자기가 편들던 탈당파들의 무리수와 정치공작이 드러났으며, 이정희 전 대표가 검찰에서 무혐의 처리될 때까지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왜 그러는 것인지 나로서는 잘 알 수가 없어 진중권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는 강준만의 주장을 잠시 빌리기로 한다. 강준만은 일찍이 "진중권은 어떻게 해서든 자기의 논지를 정당화하기 위해 거짓말과 과장과 왜곡으로 요리를 하고야 만다."고 평가해 놓은 바가 있다.

“이정희 전 대표, 당신은 이미 정치적 생명이 끝났어요, 그걸 모르고 돌아다니시면 좀비 취급 받을 겁니다.”(진중권)

대관절 진중권은 왜 이다지도 무모한 것일까? 그의 행태는 너무도 저돌적이다. 네이버 ‘지식인’에 보면 재미난 질문이 하나 있다. “진중권 미쳤나요?” 라는 질문이다. 답 글까지 읽어 보지는 않아서 난 잘 모르겠다. 다만 그를 보면 ‘독일병정’이라는 말이 떠오른다는 어느 댓글을 읽은 적은 있다.

입 닫은 조국, 뭔가 감을 잡은 걸까

조국은 한국에서 가장 저명한 폴리페서다. 그는 정치라고 하면 끼지 않는 데가 없다. 그는 대중의 가장 큰 관심사가 되는 사안이 무엇인지를 잘 안다. 그 역시 통합진보당 사태에 기민하게 개입했다. 다행히 그의 언어는 진중권만큼 표독스럽지는 않았다. 그런데 그는 진중권과 가까운 친구 사이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두 사람의 가치관과 세계관은 통하는 데가 있어 보인다. 두 사람의 트윗 문답 중에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어 소개하기로 한다.

조국:공부나 하라는 수구파의 잡소리가 많아 한 번 더 깔때기 글 올린다. 현재 진행 중인전국 로스쿨 평가 중 교수연구실적평가는 2007년 3월부터 2012년 2월까지 5년간 1인당 800%(실적지수)가 만점인데 내 점수는 2,644%다.
진중권:공부 좀 작작 해라.
조국:내가 니 때메 몬 살 것따!
진중권:너 같은 엄친아 때문에 애먼 이웃집 애들이 얼마나 수난을 당했을지 생각하고, 평생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거라.
조국:그래도 '미학적'으로는 니가 낫잖냐?
진중권:그럼 이 얼굴에 공부도 잘하고 인간성까지 좋으면 피해자가 생기거든. 내가 이렇게 삐뚤어진 이유는 타인을 배려하는 깊은 뜻이 있다.
조국:아, 우째 그리 깊은 뜻이!
(*몇 군데 띄어쓰기와 맞춤법은 필자가 정정했다.)


두 교수 분의 대화가 유치하고 속물적이라고 해서 그들을 비난할 생각이 없다. 오히려 모처럼 실컷 웃을 수 있어서 감사한다. 하지만 나는 까탈한 편이어서 이런 수준으로 대화하는 친구가 있으면 가급적 멀리 한다. 덧붙여 나는 그들은 걸핏 하면 ‘수구파’, 또는 ‘수구꼴통’이라는 말을 써서 애써 자기들이 수구가 아님을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일면 측은해 보인다는 점도 말해둬야 하겠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두 사람이 수십만이 넘는다는 자기 팔로워들을 농락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면 다소 분노가 치밀기도 한다. 옛날 노태우 정권이 대학생들의 분신자살로 궁지에 몰렸을 때, 시인 김지하는 ‘젊은 벗에게’라는 제목의 글을 <조선일보>에 게재한 바 있다. 물론 그 글은 분신자살을 탓하며 만류하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나는 내용과 상관없이 ‘젊은 벗에게’라는 제목이 갖는 기만성 때문에 분노했던 기억이 있다. ‘젊은 벗에게’ 라고는 했지만 기실은 <조선일보> 독자들 보라고 쓴 글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것은 나의 편견일 수가 있다. 하지만 나는 진중권과 조국 식의 팔로워 서비스는 대중에 대한 ‘농락’이 될 수도 있다는 주관을 가지고 있다.

논의를 다시 통합진보당으로 옮겨 보자. 종북 논란과 관련, “통합진보당이 자초한 측면이 있다”고 말한 조국은 여기저기서 통합진보당을 공격했다.

- 이들(이석기, 김재연)은 당내 민주주의를 위배했고, 잘못된 선거의 결과로 비례대표를 받았다. 당연히 물러나야 한다.
- 통진당 당권파가 운영위 결정을 추인할 중앙위를 물리력으로 무산시킨다면 진보정치는 완전 '개망신'! 수십 년 만에 용팔이 사태를 보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부정선거에 이어 또 어떤 바보짓이 나올지 염려된다.
- 당 지도부 총사퇴는 물론 부정 경선의 덕을 본 비례대표 의원 당선자 전원 사퇴는 유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조국이 무조건 당권파를 공격한 태도에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백번 양보해서 여기까지는 잘 몰라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음 비판을 보면 그의 저의가 엿보인다.

- 당권파는 통합진보당을 자신들의 당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잘못을 하면 정치적 책임을 지고 당권을 넘겨주는데 이들은 당권을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는 집착이 있다.
- 당권을 절대 놓칠 수 없다는 사고는 정당보다 정파를 우위에 두는 것이다.
- 선거관리를 당권파가 다 책임졌는데 갑자기 이번 사태에서 터져 나온 것이 허위인가? 세세한 것(조작 여부)을 따지는 것은 법률가적 사고다. 지금은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때다.
- 현대화 이전에 근대화가 안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번 일 확실히 정리 안 하면 향후 원내 교섭단체는 없다.


조국은 사태의 본질을 외면하면서 노골적으로 탈당파에게 당권을 넘기라고 요구했다. 이것은 유심노를 일방적으로 지원한 발언이었다. 그는 당권이라는 것이 간부 몇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비민주적이고 극우적인 의식수준에 머물러 있다. 나아가 ‘세세한 것(조작 여부)’을 따지는 것은 법률가적 사고다’라는 말에는 어안이 벙벙해진다. 보고서 조작 여부가 세세한 것도 아니지만 여기에 왜 법률가적 사고라는 용어가 튀어나오는지? 또한 그는 자기 말을 안 들으면 ‘향후 교섭단체는 없다’고 큰소리치기도 했다. 그리고 ‘근대화’는 또 뭐고 ‘현대화’는 또 뭐란 말인지. 역사서를 조금이라도 읽었다면 그 둘은 표현만 조금 다를 뿐이지 동일한 개념인지를 모를 까닭이 없다. 나는 무지와 허세로 점철된 조국의 언명들에서 허탈감을 느꼈다.

웬 일인지 조국은 6월 8일 이후로 통합진보당에 대한 언급을 문득 멈춰 버린다. 더 이상 통합진보당에 관한 발언은 인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인지 아니면 뭔가 새로운 정보를 취득한 것인지. 다시 말해 조준호 진상보고서와 탈당파들의 주장이 정당한 것만은 아니라는 낌새를 차린 것은 아닐는지? 그렇다면 해명이나 사과를 해야 마땅할 터인데 그는 아예 통합진보당을 외면한 채, 문재인과 안철수라는 인기품목으로 눈길을 돌려 버렸다.

김민웅 조국 진중권

(왼쪽부터)김민웅 성공회대학교 사회과학정책대학원 교수,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진중권 동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



김민웅, 새로 나타난 된장 진보

사실 나는 김민웅을 잘 몰랐었다. 그런데 <프레시안>을 통해 통합진보당에 대해 하도 많은 공격을 해대서 그를 눈여겨보게 되었다. 나는 그가 젊은 시절 기자였고 지금은 목사와 교수를 겸하고 있다는 사실도 최근에야 알았다. 하지만 그는 진중권과 조국 이상으로 통합진보당을 공격하면서 탈당파들을 일방적으로 비호했다. 그의 글은 적지 않은 위선과 무논리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면상 한 꼭지만 인용하기로 한다.

- 선거 과정에서 논란이 생길 만한 여지가 발생했다는 것 자체로서 이미 그 선거는 정당성을 잃는다. 자세히 따져보면 오해의 가능성도 있을 수 있고, 억울한 당사자도 생겨날 것이다. 그러나 그 오해를 풀기에는 이미 사태는 겉잡기 어렵게 되어 버렸고, 무언가 신속하고 명쾌한 매듭을 짓고 그 다음 수순을 밟지 않으면 모두가 죽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때 필요한 것이 정치적 결단이다.(김민웅)

그는 누구보다도 많이 통합진보당을 공격하는 글을 썼는데, 사실은 거의 엇비슷한 내용의 반복일 뿐이어서 여기에 따로 제시할 필요도 없다. 다만 그는 자기가 누구보다도 진보정치를 사랑한다는 점을 번번이 강조한 점이 약간 다르다. 그의 어법은 적잖이 교묘한 데가 있어 보였다. 그는 ‘병 주고 약 주는 방식’을 뛰어 넘어 ‘약 주고 때려죽이기’ 방식으로 통합진보당을 공격했다.

그런데 5,6월 두 달에 걸쳐 누구보다도 정열적으로 통합진보당을 공격했던 그가 한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나는 그가 무엇인가를 깨달은 것이라고 짐짓 생각하며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게 아니었다.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그가 9월 6일 YTN 라디오 인터뷰에 등장한 것이다.

앵커:한 달 동안 조국을 떠났다면서요?
김민웅:미국에 식구들도 있고, 저는 가서 책 구경을 좀 많이 하고, 또 청취자님들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연극, 뮤지컬을 워낙 좋아해서 브로드웨이에서 살다시피 하고 왔습니다.


김민웅은 인터뷰의 논점과는 아무 상관도 없이 자기가 뉴욕에서 책 구경을 많이 했다는 것, 그리고 연극과 뮤지컬을 워낙 좋아한다는 것을 방송에서 말했다. 거기까지는 그의 자유일 수가 있다. 하지만 그 다음 ‘브로드웨이에서 살다시피 했다’는 말은 나에게 좀 복잡한 상념이 일도록 만들었다. 내가 본 브로드웨이는 너절하고 혼잡해서 살다시피 해야 할 곳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또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런 특이한 생각을 묻지도 않았는데 밝히는 이유가 뭔지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굳이 말한다면, “연극과 뮤지컬 관람을 좀 했습니다.” 라고 해야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 논점이 잠시 일탈된 것 같다. 다만 나는 분단국의 지식인으로서 입으로는 ‘진보’라 하면서 서구를 선망, 동경하는 사람들을 보면 갑자기 불편해진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다른 예를 들자면 택시 운전도 빠리에서 하면 로맨틱한 것일까? 차라리 홍세화가 빠리가 아닌 ‘성남의 택시 운전사’라고 했더라면 나는 그 책을 사보았을지도 모르겠다. 이쯤에서 다시 논의를 통합진보당으로 옮겨야 하겠다.

앵커:오늘이 통합진보당 분당의 분수령이 될 것 같다고 다들 전망을 하는데 설명을 좀 해주시죠.
김민웅:(전략) 통합진보당은 대중들의 관심에서 사라진 상황이기 때문에 진보세력의 정치적인 움직임에 대한 새로운 활로를 여는 노력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통합진보당은 탈당·분당 이런 차원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구 당권파가 장악하고 있는 통합진보당이라는 것은 해체의 과정으로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앵커:이번 대선 과정에서 진보정치 세력의 역할이 있을까요?
김민웅:별로 없다고 봐요.(후략)


이처럼 그는 구당권파가 장악한 통합진보당이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졌기 때문에 해체의 과정으로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은 누가 들어도 폭언이다. 또한 정확히 말해서 유심노가 나간 통합진보당은 ‘대중의 관심’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자기의 관심’에서 멀어진 것 아닐까? 게다가 그는 이번 대선에서 진보의 역할이 별로 없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브로드웨이에 가서 한 달 동안 놀고 왔다는 말이나 하지 말든지.

지식인보다 단연 아름다운 택시운전사 당원

최근 나는 난생 처음으로 정치적 성격의 모임에 간 적이 있다. 내가 공동 필자 중 하나인 <진보의 블랙박스를 열다> 북 콘서트였다. 이 자리에는 이정희 전 대표도 참석했다. 인상이 선선하게 생긴 한 청년 당원이 사회를 보았는데, 그는 자기가 택시 운전사라고 밝혔다. 하루 사납금이 19만 7,000원인데 사회를 보기 위해 10만 원만 벌고 달려왔다고 했다. 그는 뒤풀이에서 맥주를 마시지 않았다. 모임이 끝나자마자(늦은 밤이다) 다시 운전대를 잡아 나머지 사납금 9만 7000원을 채워야 한다고 했다.

진중권, 조국 그리고 김민웅 교수, 주로 이런 분들이 벌써 800명씩이나 생업을 다쳐야 하는 검찰의 출두 요구를 받게 된 데에 당신들의 역할이 컸음을 부정할 수 있겠는가? 이제는 통합진보당에 좀 미안해 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 왜 당신들은 조준호 보고서와 김인성 보고서 중 하나만 읽는 것인가? 왜 당신들은 유시민과 이정희의 주장 중 하나만 찬동하는 것인가? 왜 당신들은 당권파와 탈당파 중 하나만 두둔하는 것인가? 왜 당신들은 운영위 폭력만 말했지 그 기상천외한 셀프제명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인가? 그 거칠었던 입들은 다 어디다 두었는가? 끝내 당신들은 외눈박이가 되고자 하는가?

없음

강준만은 한국 지식인의 문제점으로 ‘주류콤플렉스’를 제기하면서, 한국 지식인들은 첫째 주류에 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 둘째 주류에서 탈락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 바가 있다. 나는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에 개입하는 지식인들의 언명을 지켜보면서 새삼 강준만의 주장에 동의하게 되었다.

이번 사태에서 나는 진중권과 조국과 김민웅 세 분이 누구보다도 기민하게 주류에 가담하는 모습을 보았다. 또한 그들은 아무리 상황이 변화하더라도 자기들의 처음 신념이 얼마나 무모한 것이었는지를 성찰하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았다. 강준만의 말마따나 (주류에 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나 (주류에서 탈락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감’이 아니고서는 그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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