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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영화 '나쁜피' 혈관에 스며든 남성들의 욕망

현석훈 기자 radio@vop.co.kr

입력 2012-10-19 15:28:39 l 수정 2012-10-24 1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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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울렁거리고 구토가 저절로 나온다. 단지 배우들의 탁월한 연기 때문만은 아니다. 알면서 아닌척 모르는척 넘어가는, 비릿한 냄새가 나는 인간의 음험한 본능과 욕망 때문이다. 감독이 촬영 소품으로 사용한 '개불'과 닮았다. 벌겋고 음흉하게 꿈틀거린다.

제목이 도발적인 것 만큼 내용도 파격적이다. 강간으로 낳은 딸. 어머니는 한 번도 딸을 자신의 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폐암 말기로 시한부 인생을 살아가는 어머니는 딸에게 이같은 사실을 털어놓으며 딸을 저주한다. 너 때문에 한 시도 마음 편하지 못했노라고. 너 때문에 내 인생 전체가 망가졌노라고.

어머니로부터 출생의 비밀을 전해들은 딸은 생부를 죽이고 자살을 결심하게 된다. 내 몸에 강간범의 피가 흐르는 것이 구역질 나고 소름끼치게 싫다. 스페인 유학을 앞두고 있는 스물 한 살의 여대생은 복수를 위해 처제로 가장해 강간범이자 생부의 집에 들어간다. 그리고 자신의 육체를 복수를 위해 내던진다.

영화는 거친 대사와 충격적인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그렇다고 특정 상황을 가정해 억지로 상황을 만들지도 않는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평범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들이지만 그 현실을 마주하는것이 고통스럽다. 잔인하지 않은 영화에 마음이 불편한 이유는 역설적이지만 너무도 평범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인선(윤주)을 바라보는 시선은 음란하기만 하고, 그녀를 차지하지 못해 안달이다. 메스껍고 역겹다.

배우에게는 다소 실례가 되는 말일 수도 있겠다. 강간범이자 생부 역을 맡은 임대일은 능청스럽고 역겨운 이미지를 거의 완벽하게 연기했다. 인선 역을 맡은 배우 윤주는 온 몸을 내던저 열연을 펼쳤다. 몹시 불편한 영화지만 끝까지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이유는 이들의 열연 때문이다. 사소한 엑스트라로 비춰질 지 모르겠지만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두 남성의 욕설섞인 대화는 더도 덜도 아닌 식욕만 강한 수컷들의 대화를 날것 그대로 표현했다.

인선의 '이유있는' 타락과 고통, 번민이 희망으로 바뀌는 순간 무참한 반전으로 좌절되는 안타까움은 긴 여운을 남긴다. 반전 마저 현실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한 영화를 제작한 감독과 스태프, 배우들의 노고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참 고통스러운 영화다.

영화정보

제목:나쁜 피(Dirty blood)
장르:리얼 크라임
감독:강효진
시간:130분
등급:청소년관람불가
제작:키노크러시
개봉:2012년 11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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