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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수장학회 법원판결 왜곡·번복..."이럴 거면 기자회견은 왜 했나"

“이럴 거면 기자회견 왜 했나” 내홍 조짐도..최필립은 ‘사퇴 거부’

최명규 기자 press@vop.co.kr

입력 2012-10-22 01:38:44 l 수정 2012-10-22 02:30:25

거참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중앙당사에서 정수장학회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21일 정수장학회 논란에 대한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오히려 불난 데 기름 부은 격이 됐다. 법원 판결에 대한 왜곡과 발언 번복으로 논란만 더욱 키웠다. 지난 '인혁당 발언' 파문의 악몽이 재현됐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박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 후 질의응답에서 주진우 시사인 기자가 "법원에서 '헌납'이었다고 얘기하진 않았고, '강탈인 것은 같은데 지금 시간이 지났고, 법적으로 되돌려 놓을 순 없다'고 문제제기한 것 같다"고 질문을 하자, "법원에서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거듭 강조하며 "강압이 있었다고 보기 인정하기 어렵다는 법원의 결론을 말씀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이내 입장을 번복했다. 그는 이 발언이 잘못됐다는 보고를 받고 다시 마이크를 잡은 뒤 "제가 강압이 없었다고 했나. 잘못 말한 것 같다"며 "연합뉴스에 보면 강압에 의해 주식 증여의 의사표시를 했음이 인정된다고 재판부가 얘기를 했다. 다만 강박의 정도가 김지태씨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여지를 완전히 박탈할 만큼, 증여행위를 아예 무효로 할 정도로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기사에 나와 있다"고 발언을 정정했다.

이정현 공보단장은 "후보가 잠깐 착각하신 것 같다"며 "강압이 있었는지 여부는 오늘 회견의 본질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앞서 지난 2월 2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7부(염원섭 부장판사)는 고 김지태씨의 유족 6명이 정수장학회를 상대로 낸 주식양도 등 청구소송에서 "고 김지태씨가 국가의 강압에 의해 주식을 증여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김씨가 의사결정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여지를 완전히 박탈당한 상태였다는 증거가 없어 무효는 아니지만 취소할 수는 있다"고 판결했다. 다만 "주식을 증여한 1962년 6월 20일부터 10년이 지날 때까지 취소하지 않아 취소권은 이미 소멸됐다"고 밝힌 바 있다.

"박근혜, 기초사실조차 숙지 못하다니 한심"

하지만 박 후보의 이 같은 사실 왜곡과 발언 번복은 트위터 등 SNS를 급속도로 퍼지며 즉각적인 비판에 직면했다. 유창선 시사평론가는 "박근혜 후보는 왜 법원의 선고 내용조차 자기 마음대로 해석하고 있을까"라며 "사실관계조차 파악 못하고 있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던 한홍구 교수는 트위터에서 "1심 판결이 그렇게 났다고 하는 걸 보니 인혁당을 '민혁당'이라고 말한 게 그냥 잘못 말한 게 아니다"라며 "기초사실조차 숙지 못하다니 한심하다"고 질타했다.

한 교수는 또한 박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정수장학회는 부일장학회를 승계한 게 아니라 새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한 교수는 "정수장학회 30년지 135쪽을 보라"라며 "부일장학회, 5·16 장학회, 정수장학회의 법통적인 연면성을 정수장학회가 자기네 역사책에서 인정했는데 그것도 부인한다"고 지적했다.

야권의 대선후보들도 박 후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문재인 후보 캠프 진성준 대변인은 "실망을 넘어서 분노스럽다"고 개탄했다. 진 대변인은 "국민은 잘못된 과거사를 바로잡는 차원에서 박근혜 후보의 진솔한 사과와 반성, 그리고 강탈된 재산의 사회적 환원을 기대했다"며 "그러나 (박 후보는) 이러한 국민적 기대와 요구와는 동떨어지다 못해 정반대되는 입장을 밝혔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후보 캠프 유민영 대변인은 "국민의 상식과 사법부의 판단에 반하는 내용"이라며 "김지태씨가 주식을 강박에 의해 넘겼다는 점을 사법부는 적시했다. 이를 부인하는 것은 대통령후보로서 중대한 인식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수첩찾는 박근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중앙당사에서 정수장학회 논란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연 가운데 호주머니에서 수첩을 찾고 있다.



박근혜, 정수장학회 '관련성' 재차 부정..이사진엔 "잘 판단해 달라" 사퇴압박

박 후보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자신과 정수장학회와의 관련성도 전면 부인하며 기존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최근 불거진 정수장학회의 언론사 지분 매각 추진 파문에 대한 각계의 비판에도 '정치공세'라며 맞섰다.

그는 "정수장학회는 개인소유가 아닌 공익재단이며, 어떠한 정치활동도 하지 않는 순수한 장학재단"이라며 "정수장학회가 저의 소유물이라거나 저를 위한 정치활동을 한다는 야당의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장학회가 저에게 정치자금을 댄다든지 대선을 도울 것이라든지,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것 자체가 공익재단의 성격을 잘 모르고 말하는 것"이라며 "알고도 그렇게 말한다면 그것은 정치적 공세"라고 비판했다. 또 최필립 이사장 퇴진 목소리에 대해선 "설립자와 가까운 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물러나라는 것은 옳지 못한 정치공세"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박 후보는 이같이 주장하면서도 "이사진과 이사장은 (정수장학회가) 더 이상 정쟁의 도구가 되지 않고 국민적 의혹이 조금도 남지 않도록 국민 앞에 모든 것을 확실하게, 투명하게 밝혀서 해답을 내놓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명칭을 포함한 모든 것을 잘 판단해 주셨으면 한다"며 사실상 사퇴를 압박했다. 정수장학회가 아무런 문제도 없고, 자신과도 무관하다면서 이사진에게 해결을 요구한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최필립 "사퇴 요구할 사람,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당내에선 "이럴 거면 기자회견 왜 했나"

한편,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은 '사퇴 거부'라는 기존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최 이사장은 SBS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현재 누구도 이사장직에 대해서 '그만둬야 된다', 혹은 '해야 된다'고 말할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다"며 자신의 임기인 2014년까지 '맡은 바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사진이 스스로 잘 판단하라'는 박 후보의 말에 대해선 '사퇴를 촉구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최 이사장은 또한 "장학재단은 정치 집단이 아니다"라며 "정치권에서 저희 장학회에 대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그 자체에 대해서 저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선정국에서 '핵폭탄'으로 취급받는 정수장학회 문제가 박 후보 기자회견으로 더욱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당내에서도 "이럴 거면 기자회견을 왜 했나", "인혁당 논란의 재판을 보는 것 같다"는 등의 불만과 비판이 터져나오며 내홍이 재발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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