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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검찰에 의해 벌거벗겨진 '조준호 진상조사위'

진상조사위원의 2/3를 부정행위자가 추천…'진상조사' 애초에 불가능했다

문형구 기자 munhyungu@daum.net

입력 2012-11-08 18:26:39 l 수정 2012-11-09 09:26:28

오옥만 언론인터뷰 캡처

지난 6월의 모 언론사 인터뷰에서, 오 씨는 '공당의 선거가 정당성과 투명성이 보장되지 못해 분노했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가 임박하면서 진보당의 분당을 불러왔던 '5.2사태'의 출발점이 드러나고 있다.

제주지검은 지난 7일 오옥만 전 통합진보당 비례후보와 고영삼씨를 구속했다. 오 전 후보는 3월의 통합진보당 비례후보 경선 과정에서 상대 후보의 부정 혐의를 폭로하면서 진상조사위 구성을 이끌어 낸 인물이다. 또 오 씨의 측근이자 조직적 선거부정을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고영삼 씨는, 조준호 현 진보정의당 공동대표와 함께 진상조사보고서를 만들었던 인물이다.

그런 점에서 '오옥만 사건'은, 복잡한 통합진보당 사태를 해명하는 '열쇠'이자 '기원'이다.

당초 '조준호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한 이유는, 오옥만-윤금순 두 후보 간의 순위 다툼을 해결하기 위함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신당권파 인사들로, 이들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1번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다. 여성 비례대표 명부의 순서에 따라 2위를 하는 사람은 9번으로 밀려나기 때문에, 두 후보의 경쟁도 상당히 치열했고 실제 투표기간엔 잡음이 계속됐다.

오옥만 후보는 결국 윤금순 후보측의 대리투표(경북영주 투표소) 의혹을 포착했는데, 여기엔 상당한 정황 증거가 있었다. 그러나 오옥만 후보 역시도 '불법 콜센터'를 만들어 조직적인 부정선거를 감행한 것으로 밝혀졌고, 결국 검찰에 구속되는 신세가 됐다.

문제는 이 두 사건이 조준호 진상조사위원회에서 은폐됐다는 것이다.

■윤금순 측 대리투표 정황 은폐= 오옥만 후보가 윤 후보의 선거부정(경북영주)을 인지하고 개표 연기를 요구한 것은 경선 마지막날인 3월 18일이었다. 다음날 열린 대표단회의에서 유시민 전 대표도 "오옥만 후보는 윤금순 후보가 책임을 인정하면 넘어갈 수 있다고 하는데 윤금순 후보가 말 한마디를 하지 않는다. 오옥만 후보가 후보를 사퇴하고 기자회견하고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나는 정계 은퇴 할 수밖에 없다고 말리고 있으나 설득이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총선 후 진상조사위를 꾸려, '귀책사유 확인시' 혹은 '순번의 변화가 있는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이를 바로잡기로 하고 사태가 일단락됐다. 그러나 조준호 진상조사위는 당초 진상조사위가 꾸려진 목적이었던 윤금순 후보측의 부정선거 의혹을 조사 없이 덮어버렸다. 이들 진상조사위는 외부적으로는 경북 영주에 대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고 발표했으나, 실제로는 투표함을 열어보지도 않은 것은 물론 중앙당으로 이관된 선거인명부조차 확인하지 않았다.

■오옥만 측 '제주M건설' 부정 은폐= 구속된 오옥만 후보의 부정선거도 조준호 진상조사위에선 다뤄지지 않았다. 이 '제주M건설' 부정선거를 진두지휘했던 고영삼 진상조사위원과 오옥만 후보는 처음부터 이 사건을 알고 있었지만, 다른 신당권파 인사들이 언제 사건을 인지했는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그러나 김인성 한양대 교수팀이 작성한 '기술검증보고서'를 2차 진상조사위원들이 폐기한 것이 6월 26일이고, 일주일 후엔 보고서 전문까지 공개됐으므로 이 사건 역시 신당권파에 의해 '은폐' 혹은 '묵인'됐다는 점은 확실하다. 심상정 원내대표가 이석기, 김재연 의원에 대한 제명 의총을 강행한 때는, 김인성 보고서 전문이 온라인상에 공개되고도 3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즉, 오옥만 후보와 고영삼 조사위원이 부정선거를 주도했고 온라인 선거에서 다른 부정 사례가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당권파 의원들에 대한 제명조치에만 몰두한 것이다.

유시민 전 대표는 오옥만씨의 구속 영장이 청구되자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경선후보 대부분의 대리투표 정황은 조준호 진상조사위 보고서에 나온 내용"이라고 반박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다. 오 후보의 조직적 대리투표 혐의는 전혀 조사되지 않았다. 오히려 조준호 보고서는 온라인에서는 소스 조작, 득표 내역 중간 열람 등에 강한 혐의를 두었고,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진상조사위원의 2/3를 부정행위자가 추천…'진상조사' 애초에 불가능했다

 

 


조준호 진상조사위가 두 후보의 명백한 부정을 덮은 이유는 아직 확인할 길이 없다. 당시 공동대표 중 1인이었던 이정희 전 대표는 지방의 한 요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원 신당권파만 남게 된 3인의 대표들 사이에서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도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진상조사위가 원래의 임무였던 사건들(윤금순 후보의 경북영주 투표소 등)에 대해 조사에 착수하지도 않았다는 사실은, 조준호 진상조사위의 오옥만-윤금순 측과 이에 대한 지휘책임이 있는 3인의 대표단 사이에 일종의 '합의'가 이뤄졌음을 말해준다.

사실 오옥만-윤금순 후보 사이의 부정 논란은, 실제 부정행위자만 가려내면 되는 작은 불씨였다. 그러나 조준호 진상조사위를 거치며 통합진보당 사태라는 대형화재가 발생한 셈인데, 진상조사위원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확인할 수 있다.

조사위원 6인은 구속된 고영삼을 비롯해 신 모, 엄 모, 박 모, 이 모, 홍 모(간사)씨였다. 이 가운데 고영삼 조사위원은 자신을 진상조사위원으로 추천한 오옥만 후보와 함께 구속됐다. 신 모 조사위원은 경북영주 부정선거 의혹을 받은 윤금순 후보가 추천한 인사였다. 또한 엄 모 조사위원은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영희 후보가 추천했고, 박 모 위원은 참여계 노항래 후보가, 이 모 위원은 이영희 후보와 같은 국민파 계열인 나순자 후보가 각각 추천한 인사들이다. 진상조사위 간사였던 홍 모 씨도 참여계 출신으로 오옥만 후보와 가까운 사이였다.

이렇게 보면 조사위원 6인 가운데 4인이, 현재 구속됐거나 부정선거 의혹을 받고 있는 후보와 관련된 이들임을 알 수 있다. 조준호 진상조사위원장의 경우엔, '진상조사보고서' 발표 전부터 이영희 후보를 비롯한 민주노총 상층 출신의 신당권파 인사들로부터 차기 '관리형 당 대표'로 하마평에 오르고 있었다.

즉 진상조사위는 다름아닌 부정선거 논란의 당사자 및 그들이 추천한 인사들로 구성됐고, 이들은 전원 신당권파, 즉 한달 뒤로 예정된 당직 선거에서 '구당권파'와 경쟁관계에 있던 인사들이었다. 결국 부정 논란의 당사자와 추천인사들이 만든 '진상조사위'가 자신들의 조직적 부정선거는 감추고, 경쟁상대였던 '당권파' 인사들을 가해자로 몰아갔던 셈이다.

조준호 전 대표는 이 보고서에 대해 "어차피 검찰이 어떤 명분으로도 조사 들어올 거다. 당이 살려면 검찰 조사에서 누가 어떻게 했다는 게 추가로 나올지언정, 뭘 했다는 건 우리 보고서를 넘지 못하는 수준까지 조사해 발표하겠다는 태도로 철저히 자기비판적으로 했다"고 말한 바 있다.

‘김인성 보고서’ 폐기 주도한 유시민계 당직자도 구속


5월 2일 사태 이후 내홍을 겪었던 통합진보당은 이후 강기갑 비대위 체제에서 2차 진상조사위를 구성했다. 이른바 ‘비당권파’만 참여했던 1차 진상조사위와 비교할 때 2차 진상조사위는 신구 당권파가 함께 참여했다. 김인성 한양대 교수가 외부 전문가로 참여해 웹서버와 데이터베이스 로그를 분석한 것도 이 때다.

김 교수는 로그 분석을 통해 제주 M건설 사무실에서 이뤄진 조직적 부정 선거 혐의를 처음으로 밝혀냈는데, 2차 진상조사위는 김 교수의 보고서를 표결을 거쳐 폐기했다. 2차 진상조사위의 김인성 보고서 폐기에는 온라인 소위원회의 간사였던 이정훈 중앙당 전 조직국장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 국민참여당 출신으로 당시 중앙당 조직국장이었던 이 전 국장은 ‘김인성 보고서’가 언론에 유출되었다는 이유로 폐기하자는 주장을 내놓았고, 결국 표결을 거쳐 이 보고서는 폐기됐다.

그러나 지난 5일 검찰은 이 국장을 ‘조직적 대리 투표’ 혐의로 구속했다. 통합진보당 사태 과정에서 중앙당의 당직자가 구속된 것은 이 전 국장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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