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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인사 미행’ 국정원, 앞뒤 안맞는 해명으로 의혹만 키워

경찰에서 ‘지능 미숙’ 행세, 영장 종류 밝히지 않고 ‘적법’ 주장

정혜규 기자 jhk@vop.co.kr

입력 2013-01-12 13:43:23 l 수정 2013-01-12 16:28:01

진보단체 간부 미행과 관련해 ‘불법 민간인 사찰’ 의혹을 받고 있는 국가정보원의 석연치 않은 해명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정원 "영장발부 받아 적법한 절차대로 공무수행 중"

국정원은 11일 협조자료를 통해 수원진보연대 고문 이상호(50)씨를 미행하고 폭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문모(39)씨가 국정원 직원임을 인정한 뒤 “최근 이씨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첩보를 입수, 영장을 발부받아 적법한 절차에 따라 현장에서 공무수행 중이었다”고 밝혔다. 불법 사찰이 아니라 이씨에 대한 적법한 수사 과정이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 같은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 이씨측 주장이다. 이번 사건은 지난 3일부터 수상한 남성 1~2명이 자신을 미행한다는 것을 감지한 이씨가 9일 문씨를 직접 붙잡아 경찰에 넘기면서 발단이 됐다. 이씨는 곧바로 상해 및 직권남용 혐의로 문씨를 고소했고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국정원의 설명대로라면 문씨는 자신이 절차대로 수사를 하던 사람에게 붙잡혀 경찰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무직'이라고 주장하거나 '친구와 당구장을 찾는 중이었다'는 등 자신의 신분을 속였다. 피의자 신분으로 두 차례 대면 조사를 받는 상황에서도 아무런 설명도, 협조요청도 구하지 않았는데 적법하게 수사하던 국정원 직원이 왜 경찰마저 속여야했는지가 의문으로 남는다.

국정원 직원이라는 신분을 보안에 붙이기 위해서는 사건 직후 경찰에 신분을 밝히거나, 문씨가 소속된 국정원 경기지부가 경찰에 협조 요청을 해야 했는데 앞뒤 안 맞는 해명으로 오히려 의심을 산 것이다. 이 때문에 경찰로서도 이씨의 고소대로 문씨를 정상적으로 수사할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실제 CCTV 등을 통해 문씨가 이씨를 미행한 사실까지 확인했는데, 국정원이 문씨의 신분을 밝힌 이후 상해 혐의만 남긴 채 사실상 수사를 중단했다.

이씨측 변호인단 역시 “이씨가 피해자, 고소자로 조사를 받는 1~2시간 동안 문씨는 이리저리 서성거리며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등 지능 미숙 또는 부랑자 같은 행동을 했다”며 “경찰이 휴대전화 충전기가 없다고 하는데도 계속 달라고 주장을 한다거나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는 등 10분도 가만있지 못해 우리도 국정원 직원일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미행영장이라도 있나? 적법한 수사였다면 내용 밝혀라"

국정원이 발부받았다는 '영장'도 논란이다. 영장에는 크게 체포영장, 사전구속영장, 압수수색 영장으로 분류되는데 국정원에서는 어떤 용도의 영장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체포영장의 경우 바로 이씨를 붙잡아 집행을 하면 되는데,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까지 집행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면 해당 용도의 영장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사전구속영장은 발부를 위해 피의자가 참석하는 영장실질심사가 필요하므로 이 역시 아닌 것이 확실시된다.

결국 국정원이 영장을 발부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압수수색 영장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에도 영장에 적시된 장소, 사람, 내용에 특정하지 않고 수사를 진행했을 경우 법을 위반하게 된다.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 대상이라도 공안기관이 미행을 통해 개인의 사생활 전반을 사찰·감시할 수 있는지도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씨측 변호인단은 “영장을 발부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어떤 내용으로 영장을 발부 받았는지, 그리고 내용대로 집행을 한 것인지 국정원이 밝혀야 한다”며 “수영장까지 와서 사진을 찍을 정도로 미행을 하면서 이씨가 심리적 위축감을 많이 느꼈는데 미행 영장이라도 있었던 것인지 공개하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국정원에서는 영장과 관련해 명확한 해명을 하지 않는 상황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피의사실 공표 때문에 영장 내용과 발부받은 날짜를 공개할 순 없다”며 “적법한 절차대로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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