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패러다임의 변화...해법은 있나?

[토론회] 전문가들, ‘북핵능력 새단계 진입’ 공감대 속 해결책 모색

정지영 기자 jjy@vop.co.kr
입력 2013-02-21 21:04:20l수정 2013-02-22 12:05:45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 후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대응책이 논의 중이다. 그러나 안보리가 어떤 결론을 내리든 북한이 핵개발의 길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민주통합당 이종걸 의원은 한반도평화통일시민단체협의회, 평화통일시민연대와 함께 21일 ‘한반도 핵문제, 해법은 없는가?’라는 제목의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모인 전문가들은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의 강화된 핵능력이 ‘실재’한다는 인식 하에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데 뜻을 함께 했다. 즉 그동안의 북핵 접근은 ‘대북 제재->북한의 반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았으며 변화된 상황에 근거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군사적, 정치.외교적, 국제법.규범적 차원에서 다양한 스펙트럼의 아이디어가 나왔다. ‘북핵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당분간 전문가들 사이에서 해법을 찾기 위한 치열한 논의가 이어질 것임을 예상해 볼 수 있는 자리였다.

‘북핵능력 새로운 단계 진입’ 공감대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이달 3차 핵실험을 거치며 북한의 핵능력이 새로운 차원에 들어섰다는 데 공감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을 핵국가로 인정하느냐 마느냐 이전에 북이 핵무장을 하고 있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해있다”며 핵실험 위력에 대해 6~7kt(국방부)부터 40kt(독일 연방지질자원(BER)연구소)까지 다양한 평가가 있으나 일단 폭발이 있었던 만큼 핵실험 자체가 ‘실패’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북이 지향하는 핵개발의 방향은 단순히 핵폭탄을 갖는 수준을 넘어 운반수단인 미사일에 실어 정확한 지점에 폭파시키는 측면이 존재한다”며 “이번 핵실험도 탄두의 소형화, 경량화에 초점을 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핵실험이 플루토늄탄인지, 농축우라늄탄인지는 아직까지 확인할 수 없으나 “플루토늄 생산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우라늄탄으로 넘어갈 수밖에 없으며, 이 경우 보다 많은 수의 핵폭탄 개발이 가능한 방향으로 넘어간다는 우려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김창수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위원장.(자료사진)

김창수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위원장.(자료사진)ⓒ민중의소리

김창수 한반도평화포럼 기획위원장은 새로운 차원의 핵능력을 갖춘 북한이 앞으로 어떤 핵전략을 추구할 것이며 이는 미국 등 관련국들에게 어떤 새로운 환경을 의미하는지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 북한의 핵능력이 탄두를 경량화, 소형화시켜 미사일 탑재를 가능하게 하는 수준으로 발전한다면 북한은 소량의 핵무기로 상대에 대해 절대적으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해 핵억제를 이룬다는 ‘최소핵억제’ 전략을 추구할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우리 입장에서 이는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협박하고 공갈해서 자신의 목적에 맞게 미국의 전략을 변화시키려는 북한의 협박외교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라며 “지금까지의 협상과 다른 새로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이 미국 본토를 사정거리에 두는 핵무기를 갖는 것을 추구하고 있으며 미국 또한 이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선제타격론.핵무장론에 의견 엇갈려

문제는 변화된 현실에 기반해 북핵 문제를 풀어갈 해법이 무엇이냐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우선 군사적 차원의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정영태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3차 핵실험으로 한미연합군과 군사적 균형을 이뤘다고 보고 재래식 대남 군사도발을 보다 빈번하게 감행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다”며 “한반도에서 핵우산 아래서도 싸우게 되는 일종의 ‘제한전쟁’ 가능성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북한의 무력 공격이 남한의 군사력 강화를 초래하게 된다는 인식을 갖도록 한국군의 강한 국방의지가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공격적 방어태세를 보다 강화해 나가야 하며, 우리 군도 북한에 대해 선제공격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시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미국의 핵우산만 믿고 있다가 제한전쟁 가능성이 커진다”며 “억제를 위해 미군의 전술핵을 재배치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당장 ‘핵무장론’은 현실적 해법이 아니지만, 플루토늄 생산이 가능한 재처리 시설을 갖추도록 노력하는 등 일본식의 핵잠재력을 보유할 필요는 있다고 주장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자위적 핵무장론에 대해 “미국과 국제사회가 반대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없고, 시대적 요구가 비핵화와 핵감축이기 때문에 시대역행적”이라며 “한반도 평화증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남북 모두 핵불덩어리에 들어가는 꼴이 되기 때문에 도가 지나친 극우적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자료사진)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자료사진)ⓒ민중의소리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방 당국자가 ‘선제타격’을 언급한 것은 “북한 군부를 자극해 북한을 더욱 호전적으로 만들 뿐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으며 ‘전술핵 재배치’ 또한 “‘핵없는 세상’을 주창하는 오바마 행정부가 용인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수석연구위원은 “핵실험->제재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한 극약처방”이라며 “미국이 한국 정부의 동의하에 풍계리 핵시험장을 미사일로 파괴하고 북한과 전면 대화에 나서는 시나리오를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북.미 대타협을 위해 2000년 올브라이트 미 국무장관이 방북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것처럼 존 케리 장관이 김정은 제1비서를 만나고 진전이 있으면 당시 실패한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을 것이라며 다만 “오바마 행정부가 군사행동을 취할 강한 의지가 있는가는 의문이며, 북한도 얼마나 절제된 행동을 취할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중 이해 때문에 외교적 해법 모색 가능”

군사적 해법에 이어 정치.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한 토론이 진행됐다.

1차 핵위기 당시 북미 고위급 회담을 통한 포괄적 협상은 미국 부시 행정부 들어 폐기됐고, 2차 핵위기 이후 지난하게 이어진 6자회담 틀은 그 사이 증대된 북한의 핵능력과 ‘비핵화 논의 중단’ 선언으로 무색해진 상황이다.

북한은 강화된 핵능력을 기초로 핵보유의 길로 나아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으나 미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기 어려워 양측이 대화에 나설 여지는 이전보다 훨씬 협소해졌다. 과연 외교적 해법이 찾아질 수 있을까.

김창수 위원장은 중국과 미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외교적 해법을 찾아갈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중국이 ‘북한 딜레마’에 빠져 있지만 역사적 경험에 따라 북한은 중국에 ‘전략적 부담’보다 ‘전략적 자산’이라는 판단을 내리게 됐으며, 국제사회의 제재에는 동참하지만 강력한 제재는 하지 않는 중국의 패턴이 만들어져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진핑 체제의 선택을 예단할 순 없으나 다시 북한은 ‘전략적 자산’이라는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또 미국도 일정 기간은 제재를 하겠지만 북한 핵능력이 더욱 강화돼서 미국 본토를 위협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는다며 “이 같은 미.중의 이해관계 때문에 외교적 해결책을 찾아갈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비핵화, 핵폐기라는 원칙을 견지하면서 ‘더 큰 외교’를 해야 한다. 3차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더 큰 채찍을 쓰려고 하는데, 이는 더 큰 당근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하며 대북 제재 국면이 끝날 즈음 북.미 비밀접촉과 주요국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적 수단을 개발할 수 있는 신호를 북한에 주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성장 수석연구위원은 6자회담이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상설 정부 간 협의기구인 6자회담을 통한 비효율적인 해결 방식에 연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박근혜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 후 남북.미.중 간 협의를 통해 4개국의 고위급 대표가 참가하는 상설 안보협력기구를 베이징에 설립하고, 이 기구를 통해 북핵 관리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모색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자료사진)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자료사진)ⓒ김철수 기자

양무진 교수는 북핵폐기를 전제로 하는 ‘비핵화 정책’에서 더 이상의 핵개발을 억제하는 ‘비확산 정책’으로 전환하는 문제에 대해 “사실상 북핵개발을 용인하고 NPT 체제 밖에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하는 모순이 생길 수 있다”며 “현재로서는 비핵화 정책을 유지하며 원칙적 제재와 협상의 투트랙 전략을 쓰는 방안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또 양 교수는 “한반도문제와 관련된 당사국들이 원하는 의제를 하나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일괄상정, 일괄타결, 동시행동의 원칙에 따라 이행, 검증, 새로운 이행으로 나아가는 단계적 병렬적 이행이 하나의 해법”이라며 “현 상황에서 비핵화, 평화협정, 관계정상화, 제재해제 등의 현안을 하나의 테이블에 올려놓고 남북.미.중이 협상하는 것이 실현 가능한 현실적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양 교수는 한국 정부의 역할을 주문했다. 양 교수는 “제재가 강화되고 북이 맞대응을 계속하면 한반도 문제의 주도자는 미국과 중국이 될 수밖에 없다”며 “박근혜 차기 대통령이 취임식 때 어떤 대북 메시지를 주느냐가 중요하다. 남북대화 의지를 보이며 미.중을 설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불평등한 국제 핵질서 차원의 접근 필요”

국제법 전문가인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주도의 NPT체제로 대변되는 국제 핵질서의 측면에서 북핵문제에 접근해 눈길을 끌었다.

이 교수는 NPT가 출범 당시인 1967년 1월 1일 현재 핵을 가진 5개국(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을 제외하고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게 했는데, 핵무기보유국과 비보유국에 대한 조약상 의무에 있어 불평등성을 띠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자료사진)

이장희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자료사진)ⓒ민중의소리

이 교수는 “NPT가 비보유국에게는 구속력 있는 의무를, 보유국에는 선언적 의무를 지우고 나아가 비보유국에게 핵안보와 핵의 평화적 이용을 안전하게 담보하지도 않고 있다”며 “이처럼 불평등한 핵질서 속에서 핵무기 비보유국은 핵보유에 대한 강한 유혹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를 테면 인도나 파키스탄 등이 NPT체제 밖에서 ‘사실상 핵보유국’이 됐고 북한이나 이란 핵문제가 장기간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채 이어져온 것처럼 “불평등한 국제 핵질서 하에서 제2,3의 북핵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 교수는 1992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의 경우 “남과 북만 일방적으로 핵에 대한 무장해제를 하는 것으로 핵을 가진 나라들이 핵을 한반도에 배치하거나 위협하지 않겠다는 조약상의 보장책이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 교수는 불평등한 국제 핵질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며 그에 앞서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는 비핵화와 비핵지대화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즉 ‘중남미 비핵지대화 조약’처럼 남과 북 뿐 아니라 주변국들이 한반도에 핵을 배치하지도, 핵으로 한반도를 위협하지도 못하게 하는 ‘동북아 비핵지대화’와 같은 고민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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