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들의 연이은 자살, 박근혜 정부가 책임져라”

사회복지 공무원들, 눈물의 추모제… 올해만 '업무과다'로 3명 자살

정혜규 기자, 예소영 수습기자
입력 2013-03-30 19:24:40l수정 2013-03-30 20:27:55
헌화하는 사회복지사들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사회복지사 자살방지 및 인권보장을 위한 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근무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회복지사들의 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여러분은 밤을 세우면서 국민 복지를 일궈 온 우리 사회 초석이었습니다. 가난을 없애고자 사회복지 사업을 시작했는데 정작 여러분들을 위한 시스템을 만들지는 못했습니다. 책임을 통감합니다.”

차흥복 한국사회복지협의회장(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담담하게 조사를 읽어나가자, 분위기는 일순간에 숙연해졌다. ‘사회복지사 근조’라고 적힌 손 팻말을 가슴에 안고 눈물을 훔치거나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사회복지사들 “구조적으로 예견된 죽음”

‘사회복지사 자살방지 및 인권보장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회복지전담 공무원 故강민경․이민재․안광남씨의 추모제를 열었다.

앞서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경기도 용인․성남, 울산에서 사회복지사들이 업무과다 등을 호소하며 자살했다. 강씨의 경우 만 0~5세 보육료 양육수당 신청대상자 2,700여명, 기초노령연금 신청 대상자 800여명 등을 사실상 혼자 관리하는 등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5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었지만, 업무 부담을 호소하는 유서를 남기고 성남의 자택에서 몸을 던졌다.

사회복지사들이 연이어 목숨을 끊자 사태에 심각성을 느낀 사회복지 단체들과 공무원들이 나섰다. 지난 21일에는 17개 단체가 모여 비대위를 구성하고 민주통합당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복지체계 구조 개선에 본격적으로 뛰어 들었다.

'더이상 사회복지사를 죽이지 말라'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사회복지사 자살방지 및 인권보장을 위한 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근조'라고 쓰인 피켓을 든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양지웅 기자



비대위는 이날 추모제에서 “2007년부터 5년간 사회복지직이 4.4% 증가할 때 복지 정책은 45%, 복지 대상자는 157.6%가 증가했다”며 “업무과다로 인한 사고가 구조적으로 예견된 일”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3명의 동료가 목숨을 걸고 호소했음에도 13개부처 292개 복지업무가 사회복지사에게 쏟아지는 깔때기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며 “사회복지사의 전문직 업무에 대한 대․내외적 인식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작금의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균열을 예방할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급자에게 싫은 소리 한마디 못하더니”

이날 추모제에는 조성철 한국사회복지사협회표, 최성균 한국사회복지미래경영협회 회장, 김지영 재가노인복지협회장 등 단체 대표자들과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 공무원 800여명(경찰 추산 600명)이 참석했다.

두 시간 가량 진행된 추모제는 눈물 속에 진행됐다. 오후 1시50분께부터 추모제 장소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자리에 앉기 전 고인의 영정에 일일이 국화를 헌화했다. 선수경 비대위 공동대표가 추모사를 읽던 중 ‘너무나 아름다웠던 그 모습’이라고 고인들을 회상하며 울음을 터뜨리자 참가자들도 함께 눈물을 흘렸다.

지난 1월 투신한 이씨의 직장 동료인 김경열씨는 “이씨는 수급자들에게 싫은 소리를 할 수 없어서 업무가 끝난 후 술잔을 기울이던 친구였다”며 “이땅에 더이상 없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데, 하늘나라에선 세상의 무거운 짐을 다 벗어던지고 행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씨의 남자친구를 대신해 무대에 올라 추모편지를 대독한 한 지인은 “강씨는 자신이 고통 받는 것보다 상대방이 고통 받는 것에 아픔을 느끼면서 일을 해온 사람이었다”며 “‘네가 있어 행복해’라는 말 한마디를 먼저 했다면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 미안하고, 사랑한다”고 울먹였다.

눈물 훔치는 사회복지사들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사회복지사 자살방지 및 인권보장을 위한 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양지웅 기자



“허망한 죽음 이제 안돼… 현장 가서도 싸울 것”

추모제에선 대선 등 선거를 전후로 정부나 정당에서 대책 없이 복지 정책을 남발하는 현실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인천 부평구 천천1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이상준씨는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현장 상황을 무시하고 복지 정책을 입법할 때마다 그 고통은 우리가 다 받았다”며 “사실상 정부가 공무원을 죽여놓고도 책임을 지겠다는 사람이 한명도 없다. 끝까지 현실을 바꾸기 위해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복지직 공무원인 허윤정(35)씨도 “보건복지부, 안전행정부 관계자들이 나와서 (사회복지사 인력을 늘리겠다는) 부질없는 언론플레이만 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정부가 나서서 복지 전달 체계를 바꾼 것을 본 적이 없다. 현장에 돌아가서도 하루라도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있도록 계속 싸우겠다”고 밝혔다.

조흥식 사회복지복지학회장은 “소외된 이웃을 위해 함께 웃고 울었던 노고가 더이상 허망하게 끝나서는 안된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행복 시대를 열고 싶다면, 그 사각지대인 사회복지공무원의 죽음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눈물 떨구는 사회복지사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사회복지사 자살방지 및 인권보장을 위한 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한 참가자가 근조 리본을 단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양지웅 기자

사회복지사의 인권과 자살방지를 위한 추모제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사회복지사 자살방지 및 인권보장을 위한 추모제가 열리고 있다.ⓒ양지웅 기자

눈물을 참지 못하는 사회복지사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사회복지사 자살방지 및 인권보장을 위한 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한 참가자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양지웅 기자

동료의 죽음 추모하는 사회복지사들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사회복지사 자살방지 및 인권보장을 위한 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근무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회복지사들의 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사회복지사 들을 위한 묵념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사회복지사 자살방지 및 인권보장을 위한 추모제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근무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회복지사들의 분향소에서 묵념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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