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가 내가 아는 학교가 맞나 싶어요. 너무나도 비민주적이고 최소한의 절차도 무시하려고 하니까요. 민주시민을 육성한다는 학교가 이런 식의 태도를 보인다는 자체가 이해하기가 힘들죠.”

16일 오전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본관 2층 총장실 복도에서 중앙대 비교민속학과 학생회장 정태영(23)씨를 만났다. 얇은 비닐을 바닥에 깔아두고 3일 째 총장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정씨는 조금 지친 듯 보였다.

그는 태어나 처음으로 이런 농성을 진행해 본다고 말했다. 정씨에게 왜 점거 농성을 벌이느냐고 물으니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를 요구하기 위해서 점거 농성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총장이 직접 협의체 구성을 담은 요구안에 서명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교는 구조조정을 위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가?”

중앙대 정태영

중앙대학교 비교민속학과 정태영 학생회장이 16일 오전 학내 구조조정 반대 농성중인 총장실 앞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이승빈 기자



정씨를 포함 중앙대 학부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소속 150여명은 14일 오후 3시부터 중앙대 본관 총장실 입구와 복도에서 농성에 돌입했다. 학생들은 타당한 이유 없이 학교가 일방적으로 4개 학과를 폐과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며,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에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중앙대는 지난 3월부터 비교민속학과·가족복지학과·아동복지학과·청소년학과 등 인문사회계열 4개 전공 폐지안이 포함된 학문단위 개편을 추진한 뒤 지난 4월 10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학부제 내에서 전공 선택 비율이 낮다”는 이유로 4개 학과의 폐과를 공지했다.

정씨의 전공인 비교민속학은 자문화와 타문화를 성찰하고 비교 연구함으로써 사회발전에 기여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 해당 학과 측의 설명에 따르면 비교민속전공자들은 언론, 문화콘텐츠, 관광, 축제, 문화교육 등 문화 전반에 관련한 공공기관 및 기업체에 진출할 수 있다.

정씨는 “학문이라는게 다양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기업식 경쟁논리로만 한다는 건 너무하다”며 “4개 학과들이 저마다의 분야에서 선도적인 결과를 객관적으로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설픈 경쟁논리로 4개 학과를 폐과한다고 결정한 건 납득이 안간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학교 측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면서 여러가지 방안을 내놓으려고 하고있다”며 “학교는 구조조정을 위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게 아니라면 지금이라도 상식을 갖고 대화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은 4월 중순 공대위를 구성한 뒤, 학우들에게 상황을 알리는 유인물을 돌리는 등 폐과 반대 운동을 벌였고, 지난달 28일부터는 본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학교측과의 합의를 도출할 수 없었다. 지난 13일 이용구 총장은 교무위원회를 열어 학문단위·정원 재조정안을 확정했다.

교수‧동문‧학부모 등도 지원...“절박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것 알고 응원해 주더라”

계속되는 중앙대 점거 농성

16일 오전 중앙대학교가 학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인문대학 아시아문화학부 비교민속학과와 사회과학대학 사회복지학부 아동복지학과·청소년학과·가족복지학과 등 4개 학과의 폐지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반발한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이승빈 기자



이번 투쟁에는 학생 뿐만 아니라 교수와 동문, 학부모 등이 지원하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일부 교수들은 학생들의 기자회견에 동참해 지지발언을 하고 있으며 동문들도 퇴근 후 자주 투쟁 현장을 찾는다고 한다. 정씨는 “절박한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을 아니까 다들 응원을 많이 해 주신다”고 전했다.

학생들의 여론도 마찬가지다. 정씨는 “일반 학생들도 이해해 주고 ‘얼마나 힘들면 그랬겠냐’ 하더라”라며 “학우들이 마실 것도 가져다주고 응원도 해주고 있다. 학생들 여론은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중앙대 측은 학과 구조조정을 철회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중앙대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교무위원회가 통과된 상황이라 상황을 되돌리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구조조정과 관련 낮은 전공 선택률을 설명한 뒤 “중앙대의 앞으로의 전략은 이공계를 강화하는 것이고, 산업인력을 많이 배출하는 쪽으로 학교정책을 꾸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학생들은 단순히 선택률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과를 없앤다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고 있다. 정씨는 “비교민속학 같은 경우는 취직률도 인문계열 1위였고, 40개 지표로 객관적으로 평가했을 때도 지난 3년간 최우수 학과나 우수학과로 선정되는 등 대내외적으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사회복지학부가 있는 3개과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중앙대의 한 교수도 “지원율이 낮기 때문에 학과를 없앤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교민속학 같은 경우 인문대에서 유일하게 2012년 우수학과로 선정됐고 취업률도 우수하다”며 “그런 것들을 무시하고 구조조정을 한다는 게 학생들이 보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립학교다 보니 학교가 발전해야 하고 아무래도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는 부분은 인정하지만 그 과정이 공정해야 한다”며 “근거를 제시하는 부분에서도 열 가지 항목이 있는데 그 중 한 가지만으로 결정하는 건 아무래도 자의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공대위는 이번 구조조정이 비단 4개 학과만의 문제가 아니라 2010년 구조조정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보고있다. 중앙대의 경우 학과 구조조정을 둘러싼 대립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중앙대는 2010년 학생·교수 등의 의견을 듣지 않고 학문단위 조정을 통해 18개 단과대 77개 학과를 10개 단과대 46개 학과·학부로 통폐합해 학내 구성원들의 거센 반발을 산 바 있다. 구조조정에 반발하며 시위를 벌인 일부 총학생회 간부는 무기정학 등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한편, 정씨 등 공대위 대표자들은 이날 오후 7시쯤 총장과의 면담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해 17일 오전 현재까지 점거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중앙대 정태영

중앙대학교 비교민속학과 정태영 학생회장이 16일 오전 학내 구조조정 반대 농성중인 총장실 앞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이승빈 기자



총장실 점거 농성은 언제부터 왜 하게 된 건가?


지난 14일 오후 3시부터 학부생 50명과 동문, 대학원생, 학부모 등 100여명이 함께 총장실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게 됐다. 우리는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를 요구하기 위해 점거농성을 하게 됐다. 며칠 동안 점거농성을 할 생각은 없었다.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가 어떤 것인가?


4개 학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학생들과 소통 없이 강압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것 때문에 평의회에서도 심의를 거부한 상태다. 최소한 학생들과 소통하고 난 뒤 심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교는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협의체를 구성해서 구조조정에 대해서 조금 더 얘기를 하는 민주적 절차가 필요하다.



학교 측에서는 왜 평의회를 거치지 않는가?


학교 측은 ‘평의회를 열어 달라’고 메일을 돌렸으니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정확한 입장은 평의회에 연락을 돌린 자체가 심의를 연 것과 다름없다는 납득하기 힘든 논리를 내세우는 상황이다.



총장이 점거 농성 당일 저녁에 왔었다고 들었다.


14일 밤 11시쯤 왔었다. 우리는 ‘학생들이 8시간 동안 피켓을 들고 열을 맞춰 앉아있으니 한 번 보시고 대화를 하자’고 요구했다. 올라와서 보는 건 5분도 안 걸리지 않냐. 그런데 싫다고 하시더라. 학교 측은 그냥 빨리 와서 ‘대화를 하라’고 강압적으로 얘기하더라. 그 과정에서 인문대부총장님은 우리에게 ‘또XX, 개XX’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굉장히 놀랐다. 그러다 학교 측의 요구를 수용해서 대표자들이 내려갈까 논의하던 중에 총장이 그냥 집에 가버렸다.



시간은 얼마나 걸린 건가?


30분정도였다.



대화가 이뤄진 부분은 하나도 없나?


대화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학생들이 정말 최소한의 것들을 요구하고 앉아있는데 진지한 대화를 할 의사가 없는 듯한 행동을 보인것이다. 우리는 납득이 안가고 예상치 못한 부분이다. 상식적으로 이런 상황이라면 분명히 최소한의 대화를 해야 하는데 30분만 있다가 가버리다니. 또 한편으로는 욕을 엄청나게 한 것도 이해가 안간다. 우리가 총장실 안에 들어간 것도 아니고 복도에 있으면서 왜 이런 욕을 들어야 하는거냐.



텅빈 중앙대학교 총장실

16일 오전 중앙대학교가 학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인문대학 아시아문화학부 비교민속학과와 사회과학대학 사회복지학부 아동복지학과·청소년학과·가족복지학과 등 4개 학과의 폐지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반발한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이승빈 기자



중앙대 구조조정 전반 상황은 어떻게 된 건가?


4월 중순 4개학과 폐과 얘기가 나왔다. 우리는 이걸 학교 신문을 통해 접했다. 학교 측은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었다. 교수 등과 학생들은 무조건 반대가 아니다. 최소한의 논의를 해보자고 하면서 다양한 해결안을 제시했다. 두 달간 끊임없이 대화를 요청하면서 합리적인 방향으로 이끌려고 했는데, 학교 측은 단 한 번의 대화도 없이 일방적인 폐과를 강행하려 했다. 학교 쪽에서 폭압적으로 나오는데 대화를 요청하는 건 굉장히 힘든 과정이었다. 학교측은 학교의 발전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똑같은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개인적인 심경은 어떤가?


1학년 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과 구조조정 얘기가 나왔다. 3년째 저희들은 시달리고 있다. 정말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학교측은 구조조정을 강행하려 하니까 중앙대학교가 제가 아는 학교가 맞나 싶다. 너무나도 비민주적이고 최소한의 절차도 무시하려고 하니까. 민주시민을 육성한다는 학교가 이런 식의 태도를 보인다는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다.



기업식 경영을 밀어붙이는게 문제인가?


학문이라는게 다양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기업식 경쟁논리로만 한다는 건 너무한 것 같다. 4개 학과들이 저마다의 분야에서 선도적인 결과를 객관적으로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설픈 경쟁논리로 4개 학과를 폐과한다고 결정한 건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다.



대학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중앙대 정태영

중앙대학교 비교민속학과 정태영 학생회장이 16일 오전 학내 구조조정 반대 농성중인 총장실 앞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하고 있다.ⓒ이승빈 기자

그렇다 하더라도 최소한의 민주적 절차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4개 학과들이 객관적인 지표에 의해서 볼 때 비교민속학 같은 경우는 취직률도 인문계열 1위였고, 40개 지표로 객관적으로 평가했을 때도 지난 3년간 최우수 학과나 우수학과로 선정되는 등 대내외적으로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사회복지학부가 있는 3개과도 마찬가지다. 청소년학과도 독보적인 부분이고 아동복지도 여러 자격증을 받고 심도 있게 공부할 수 있게 돼있다. 4개 학과가 구조 조정된다고 학교가 비약적으로 발전한다는 이야기는 어불성설이다.



학교 측에서는 어떤 점에서 경쟁력 떨어진다고 보고있는가?


구조조정 책임자가 인문사회계열부총장님이었는데 학교 운영비가 많이 든다고 하더라. 어떤 부분에서 많이 드냐고 물어보니 전기세와 수도세가 많이 든다고 했다. 정말 어의가 없었다. 교수님 연구실적이나 이런게 우리 4개 학과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하니까, 전기세가 많이 든다고 말하다니. 별로 정상적인 대화가 된 적이 없다. 한 번은 부총장님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 ‘난 너희들과 대화를 하는게 아니라 음성을 교환하는거다.’



천막농성 당시 교수님과 학생들의 반응은 어땠나?


교수님들이 한 번씩 오시고 안쓰러워하시고 그랬다. 동문들도 많이 와서 응원하고 그랬다. 음식을 사오시거나 식사를 제공해 주시는 분도 계시고. 학생들은 ‘왜 이런 상황이 일어났는지’ 놀라더라. 총장이 잠깐 왔다가 ‘학생들 보기 싫다’고 나갔다. 우리가 무슨 폭도라도 되는 것 같이 하더라.



학생만이 아니라 교수, 동문, 학부모 등이 지원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교수평의회 의장님도 기자회견에 오셔서 구조조정 철회해야 한다고 하시기도 하고, 교수님들은 기자회견에 와서 발언도 해주시고 성명서를 만들어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시기도 했다. 대학원 총학생회도 구조조정 반대하는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면서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다. 동문들도 자기들 일이 있는데도 자주 와서 함께 해주신다. 절박한 상황에서 진행되는 것 아니까 다들 응원을 많이 해 주신다.



중앙대 일방적 구조조정, 대화를 촉구한다

16일 오전 중앙대학교가 학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인문대학 아시아문화학부 비교민속학과와 사회과학대학 사회복지학부 아동복지학과·청소년학과·가족복지학과 등 4개 학과의 폐지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반발한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이승빈 기자



총장실 점거농성에 대한 학생들의 여론은 어떤가?


일반학생들도 이해해 주고 ‘얼마나 힘들면 그랬겠냐’ 하더라. 학우들이 마실 것도 가져다주고 응원도 해주고 있다. 학생들 여론은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계속해서 최소한의 절차를 요구할 것이다. 학교 측이 강제적으로 해산시킬까봐 걱정도 되는데 저희들은 계속 여기를 지킬 생각이다. 17일 오후 5시에는 본관 근처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것이다. 점거는 계속하면서 집회를 열고 기자회견을 하려고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학교 측에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저희들은 항상 타협적이다. 학교 측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면서 여러가지 방안을 내놓으려고 하고있다. 이것마저도 먹히지 않는다면 결국 학교는 구조조정을 위한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게 아닌가? 지금이라도 학교 측은 상식을 갖고 대화에 임해야 한다.



총장실로 가는 복도에 붙은 대자보들

16일 오전 중앙대학교가 학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인문대학 아시아문화학부 비교민속학과와 사회과학대학 사회복지학부 아동복지학과·청소년학과·가족복지학과 등 4개 학과의 폐지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반발한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이승빈 기자



총장실 주변 정리로 농성 시작하는 중앙대 학생들

16일 오전 중앙대학교가 학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인문대학 아시아문화학부 비교민속학과와 사회과학대학 사회복지학부 아동복지학과·청소년학과·가족복지학과 등 4개 학과의 폐지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반발한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이승빈 기자



중앙대 총장실 농성하며 시험공부하는 학생들

16일 오전 중앙대학교가 학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인문대학 아시아문화학부 비교민속학과와 사회과학대학 사회복지학부 아동복지학과·청소년학과·가족복지학과 등 4개 학과의 폐지를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반발한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이승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