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소통과 대화의 부재, ‘쭈뼛쭈뼛한 대화’

이동권 기자 su@vop.co.kr
입력 2013-07-16 13:58:09l수정 2013-07-18 08:35:52
이소영

이소영, 드물게 찾아온 시간, 촬영모습, 2013,ⓒ아트선재센터



한국사회는 갈등을 넘어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세대간, 지역간, 계층간 가릴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반목하면서 서로를 힐난한다. 그 원인은 바로 소통과 대화의 부재에 있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에 봉착한 이유 중 하나도 소통과 대화의 부재다. 대화를 통해 서로 이해하고, 설득하고, 타협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본질이다. 다양한 의견이나 생각, 사상을 적대시하면 결코 민주주의는 만들어지지 않으며, 우리 사회의 밝은 미래도 기대하기 어렵다.

소통과 대화의 부재는 가족 간에도 높은 장벽을 쌓게 했다. 피를 나눈 가족이라도 서로 따뜻하게 만져주고 이해하지 않으면 남과 다르지 않다. 삶의 슬픔과 외로움이 일상으로 스며들어 더욱 높은 장벽을 쌓게 만든다.

이웃간의 소통 부재는 종종 참혹한 일들을 만들곤 했다. 예를 들면 한 독거노인은 죽은 채 6개월 동안 방치되다 가스검침원에 의해 발견됐다. 그 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이웃조차 알지 못했고, 오랜 시간 노인이 보이지 않아도 어느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웃이지만 아예 벽을 쌓고 산 것이다.

예술가들이 소통과 대화의 부재가 만들어낸 한국 사회의 침통함을 읽어내려고 시도했다. 세대간의 갈등과 소통의 부재를 화두로 던지는 전시 '쭈뼛쭈뼛한 대화'전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현대 미술로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를 양산하고 있는 소통의 부재를 건드린다. 하지만 작업의 소재를 외부 대상에서 찾지 않고 자신과 가장 밀접한 가족인 부모를 대상으로, 예술과 삶에 대해 진솔하게 얘기한다.

'쭈뼛쭈뼛한 대화'전은 일종의 성찰이자 반성이다. 예술가라는 직업은 언제나 소통에 목마르다. 하지만 자신을 가장 오랜 시간 지켜보고 사랑해 온 부모와 예술에 대해 소통하는 것에는 소홀해왔다. 이 전시를 기획한 이성휘 큐레이터의 고민해서 그 진실함이 읽힌다.

이 큐레이터는 "어느 날 우리는 아버지가 시한부라고 소식을 전하는, 어머니가 투병 중이라고 울먹거리는 친구들로부터 불현듯 우리들의 부모와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의 유한성을 절감하며 두려움을 느꼈다"며 "우리가 하고 있는 예술에 대한 이야기를 그들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곧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번 전시에는 이소영, 구민자, 박형지, 이성휘 작가가 자신의 부모들과 예술로 관계 맺는 과정과 결과물이 소개된다. 부모들은 각각의 프로젝트에서 역할과 작업 진행방식에 따라 예술가로서, 협업자로서, 또는 미술재단의 이사장으로서 참여하고, 작가들은 자신들과 부모 간의 관계 맺음 방식을 부모들의 취미와 관심사, 전문성 등에서 착안해 진행했다.

이 큐레이터는 "전시는 우리들이 부모들과 공유한 시간의 산물이며 그간의 대화로 풀어낸 것"이라며 "우리들은 앞으로도 많은 기회를 통해서 사람들을 우리의 예술로 끌어들이고 예술에 대해서 논하고 대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영

이소영, 드물게 찾아온 시간, 종이에 손글씨, 2013ⓒ아트선재센터



첫 번째 프로젝트는 '드물게 찾아온 시간'이다. 이 작품에는 이소영 작가와 아버지 이길춘, 어머니 한명숙 씨가 참여했다. 이소영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각기 전문 분야에 종사했던 부모에게 가족들이 공유하는 기억을 짚어가면서 삶과 예술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방법은 이 작가가 식탁 위에 질문을 올려놓으면 부모들이 대답을 적어 내려가는 방식이다. 이 작가의 질문은 부모에게 하기 다소 힘든 물음들이다. 이를 테면 살면서 외롭다고 느꼈을 순간, 컴플렉스, 꿈에 대한 질문이다. 그리고 이 작가는 가족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개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도를 한다.

두 번째 프로젝트는 '구&양 문화재단'이다. 이 작품에는 구민자 작가와 아버지 구재유, 어머니 양희중 씨가 참여했다. 구민자 작가는 예술가의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를 재단과 지원자의 관계로 치환해, 경제 활동이 여의치 않은 예술가인 자신을 지원하는 '구&양 미술재단'을 부모와 함께 발족한다. 이들은 정기적인 창립총회로해 재단의 아이덴티티와 정관, 활동에 대해 협의한다. 하지만 이들이 세운 재단은 기성의 미술재단을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는다. 이들의 창립총회는 ‘대칭 연습’이라고 명명한 사진들로 매회 기록됐다.

세 번째 프로젝트는 '너의 그림'이다. 이 작품에는 박형지 작가와 어머니 유창희 씨가 참여했다. 박형지는 퇴직한 어머니가 여가 활동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에서 착안해 대등한 위치의 화가로서 어머니와의 공동 전시를 준비한다. 두 사람은 전문성의 여부를 떠나 ‘그림을 그린다'는 공통의 행위로 대화를 시도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마음의 간격이 넓다. 작가에게 어머니의 미술은 여가활동으로 비춰지고, 반면 어머니에게 자식의 현대미술은 보편적인 미를 추구하지 않는 난해하고 배타적인 세계다.

네 번째 프로젝트는 '소년이로학난성'이다. 이 작품에는 이성휘 작가와 아버지 이정길 씨가 참여했다. 이성휘 작가는 아마추어 서예가인 아버지의 서예전을 기획하면서 예술을 업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소통을 시도한다. 20여 년전 서예를 시작하게 된 아버지는 홀로 유교 고전을 탐독하고 글씨를 연마해 미술대전 서예부문 입선의 경력이 있는 아마추어 서예가이다. 그는 퇴계 이황의 한시를 해석하고 자신의 생활과 심경을 한시로 쓰기도 한다. 그러나 가족들에게 그의 글씨 쓰는 모습은 대수롭지 않은 집안의 풍경 중 하나다. 하지만 딸이 전시를 준비하면서 아버지의 글자 세계를 자세하게 들여다본다.

'쭈뼛쭈뼛한 대화'전은 오는 8월 18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다.

구민자

구민자, 창립총회, 2013ⓒ아트선재센터

구민자

구민자, 창립총회, 2013ⓒ아트선재센터

박형지

박형지, 섀도우랜드ⓒ아트선재센터

유창희

유창희, 무슨 생각을 하니ⓒ아트선재센터

이정길

소년이로학난성, 고천 이정길, 부채ⓒ아트선재센터

이정길

소년이로학난성, 고천 이정길, 퇴계 이황ⓒ아트선재센터

  • 1
  • 2
  • 3
  • 4
  • 5
  • 6
  • 7

  • 1
  • 2
  •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