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보더라인이 만든 익숙함과 낯섦

김세운 기자 ksw@vop.co.kr
입력 2013-07-23 03:09:22l수정 2013-07-23 07:34:09
히만 청 '백년의 고독'

히만 청 '백년의 고독'ⓒ사진제공:리얼디엠지프로젝트 기획위원회



DMZ. 비무장 지대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한반도 내에서 거대한 물리적 경계로 표상된다. 남과 북을 구분해 주는 뚜렷한 경계선이라거나 무장을 할 수 없는 지역이라는 식으로 말이다. 적어도 한국 전쟁 때 까지만 해도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반세기 역사를 거슬러 오는 동안 철원에 변화가 생겼다. DMZ라는 물리적 경계선 안에는 다양한 유무형의 경계가 생겨났다. 입장의 차이, 세대의 변화 등은 보이지 않는 경계선은 물론이고 심리적 경계선도 양산했다.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이해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위원회는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2013’을 연다. ‘보더라인(경계)’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서는 DMZ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유무형의 경계를 찾는다. 특히 올해 전시는 진짜 강원도 철원 DMZ 접경 지역 안에서 진행된다. 작가들의 작품은 안보관광 코스와 그 주변의 유휴시설을 활용해 남북간의 상대적인 경계를 피부로 와닿게 했다.

폴 카잔더 '존재할 수 없는 것은 무엇'

폴 카잔더 '존재할 수 없는 것은 무엇'ⓒ사진제공:리얼디엠지프로젝트 기획위원회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2013’, DMZ 다각적 접근

경계선은 우리들 머릿속에 단순히 ‘선’이라는 이미지로 각인되어 왔다. 한 쪽과 다른 한 쪽을 갈라주는 역할로서의 선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물리적 경계선을 탈피한다. 그리고 역사적인 맥락과 지정학적 위치를 통해 다각적인 방식으로 접근한다. 다각적으로 접근한 DMZ는 그냥 경계선이 아니었다. 분단의 땅에는 익숙한 것들과 시리도록 낯선 것들이 오묘하게 섞여 있었다. 하나였던 것처럼 때론 물과 기름처럼 독립돼 보이는 것들이 하나의 DMZ를 구성하고 있었다. 익숙함과 낯섦이 수시로 교차하는 DMZ 접경지역은 시간이 멈춰진 듯 보였다.

한국 사회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에서부터 출발한 오형근 작가의 사진들은 익숙함과 낯섦의 교차를 잘 보여준다. 이미 군인 문화가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군인 집단은 한국 사회의 정체성을 잘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아버지, 남편과 남동생은 군대를 다녀왔거나 향후 다녀와야 할 존재다. 친근하고 익숙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오형근 작가는 군인을 다르게 본다. 군인은 우리가 아니라 그들이 된다. 군인과 접하면서, 군인들이 애국과 의무, 자신과 우리들 사이에서 느끼는 갈등이 더 크다고 느꼈다. 이 때 군인은 우리의 정체성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군인을 이도저도 아닌 ‘중간인’상태에 머무른다. 중간인으로서 경계선에 위태롭게 서있는 군인들의 모습은 익숙함이 아닌 낯설게 느껴진다.

이주영 '철원 기념비 #3:제2 금융조합'

이주영 '철원 기념비 #3:제2 금융조합'ⓒ사진제공:리얼디엠지프로젝트 기획위원회



DMZ는 비무장지대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무장이 불가능한 지역이라는 뜻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전쟁이라는 인식 때문에 쓸쓸하고 황량한 지역으로 기억하기 쉽다. 물론 접경 지역에는 그런 지역이 일부 남아 있기도 하다. DMZ는 한국 전쟁 중에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했고, 최대 격전지이기도 했기 때문에 전후 피해가 심각했다. 뼈대만 남은 노동당사나 얼음창고 등은 전쟁의 참혹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한국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들이 이곳을 낯설고 황량한 곳으로 느끼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철원 농산물검사소에서 전시되는 이주영의 ‘철원 기념비 #3:제2 금융조합’은 처참하고 낯선 것을 익숙함으로 대체한다. 철원은 황량하고 낯선 장소라는 우리들의 인식을 환기 시킨다.

그의 조형물은 현재 남아있는 철원 제2 금융조합지의 모습을 본떴다. 금융 조합지는 한국 전쟁으로 건물이 많이 훼손됐고 남아 있는 부분은 금고로 추정되고 있다. 이 작가는 이를 통해 모든 것이 부서지고 남은 자리에 자본주의만 남아있는 것을 형상화 했다. 전쟁이 휩쓸고 간 자리에 자본주의의 상징인 금고 터만 삐죽 남아 있어 기괴스러울 만큼 낯설다. 하지만 이 작가는 금융조합지를 통해서 볼 수 있는 자본주의의와 낯섦을 오히려 우리들의 다양한 인식으로 가리고 싶어 했다. 철원은 무조건 냉랭한 분위기가 흐르는 무서운 곳이라는 편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금융조합지만 보여주려고 한 것은 아니다. 모형만 보여주려면 이렇게 해 놓지 않았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이다. 철원을 찾은 사람들이 깃발에 쓰고 싶은 말을 적고 이 금융조합지 조형물에 꼽는 것이다. 많이 꼽을수록 조형물은 보이지 않게 된다. 사람들이 적은 다양한 생각과 인식들이 이 조형물을 가리게 되는 것을 원했다”

구정아 '의식 확장'

구정아 '의식 확장'ⓒ김세운



DMZ, 익숙함과 낯섦의 경계를 오가며

경계선 안에서 낯섦을 낯섦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작업 역시 흥미롭다. 평화문화광장에는 거대한 현무암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 현무암 속 크고 작은 구멍들은 반세기 동안의 고난을 보여주듯 무디게 깎여 있다. 어떤 구멍엔 미세한 거미줄이 들어서 있다. 그 거미줄엔 빗방울이 송글송글 맺혀있기도 했다. 또 어떤 구멍에는 잡초가 자랐다. 잎사귀가 바싹 마른 잡초는 이젠 역경을 이길 힘 조자 잃은 듯 보였다.

평화문화광장에 설치된 이 작품은 구정아 작가의 ‘의식 확장’이다. 너른 공원에 드문드문 놓여 있는 거대한 현무암 덩어리들은 상당히 낯설게 느껴진다. 작가는 이 낯선 감정 그대로 직시한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가 철원을 바라보며 느끼는 태도일 것이다. 고단했던 현무암의 기억, 현무암이 겪었던 전쟁의 흔적이 지금 우리들의 눈에는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DMZ가 기억하는 하나의 사실이기도 하다.

윤수연 작가의 ‘기념비’와 ‘위장’이라는 작품은 과거와 현재가 동시에 구현되면서 새로운 시점을 선사한다. 그의 작품 속에서 사람들은 특별한 무늬가 들어간 의상을 입고 있다. 이 무늬는 단순한 무늬가 아니다. 역사의 무늬다. 윤 작가는 철원 안보 관광지를 포함해 민통선 마을 전역을 돌며 관련 패턴들을 옷감 위에 프린트 했다. 철원의 역사가 프린트 된 옷감은 실제 제작돼 옷이 되고 그 옷을 사람들이 입는다. 그리고 그 옷을 입은 사람들은 패턴 안에 숨겨진 그 장소에 가서 촬영에 임했다. ‘기념비’라는 작품의 장소는 소이산 정상으로 한 때 미군부대가 주둔했던 곳이기도 하다. ‘위장’이라는 작품의 장소는 땅굴 입구다.

우리가 전쟁 역사의 흔적을 몸에 지니고 살아가는 모습은 낯섦과 익숙함이 교차되는 느낌을 받게 한다. 특히 전쟁의 상흔이 담겨있는 패턴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다시 해당 장소에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모습은 과거 현재 미래는 서로 밀접하게 맞물려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익숙함과 낯섦의 경계를 오가며 다양한 경계들을 살펴볼 수 있는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2013’은 오는 28일부터 9월 22일까지 강원도 철원 DMZ 접경 지역을 중심으로 살펴볼 수 있다. 참여 작가는 총 12명, 1팀으로 회화, 사진, 영상, 설치 등 총 20여 점이 포함됐다. 오는 27일부터 9월 22일까지 아트선재센터 라운지에서는 같은 주제로 전시가 진행된다. 알프레드 하르트, 김태형 작가의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다.

황세준 '환상선'

황세준 '환상선'ⓒ사진제공:리얼디엠지프로젝트 기획위원회

김선경 '들길 따라 맘길 따라(아름다운 철원)'

김선경 '들길 따라 맘길 따라(아름다운 철원)'ⓒ사진제공:리얼디엠지프로젝트 기획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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