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민 작가, “그녀를 믿지 마세요”

[인터뷰] HPARK여행사 운영하는 박혜민 작가

김세운 기자 ksw@vop.co.kr
입력 2013-11-14 05:31:55l수정 2013-11-14 09:04:18
박혜민 작가

HPARK 여행사를 운영하고 있는 박혜민 작가ⓒ박혜민



공짜로 중국, 인도, 아프리카 여행을 가고 싶다면 HPARK여행사에 가자. 이 여행사의 대표적인 상품은 3가지다. 바로 중국의 ‘쑤이’, 인도의 ‘씨올라’, 그리고 아프리카의 ‘씨엘루르’다. G2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종교의 나라 인도, 그리고 신비로움으로 가득한 아프리카로 공짜 여행을 떠날 것을 생각하니 오감에 생기가 돋는 느낌이다. 그러다 덜컥 겁이 날 것이다. 공짜라고 해놓고 막상 출발하면 비행기 값이니, 숙박비 등 조건을 덕지덕지 붙이는 건 아니냐고 의심스러워 할 것이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사전 정보가 필요하다. 각종 포털에서 중국의 쑤이, 인도의 씨올라, 아프리카의 씨엘루르 지역을 찾아보지만 어쩐 일인지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중국은 있지만 쑤이는 없고, 인도는 있지만 씨올라는 없는 식이다. 거대한 아프리카 대륙에 씨엘루르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포털에 게재된 HPARK 여행사 링크에 들어가면 분명히 존재하는 지역들이다. 어떻게 된 일일까. 용산구 이태원로 32번 길에 위치한 HPARK 2호점을 찾아서 대표 박혜민(29)씨를 만나봤다. 여행사면서 어떻게 없는 지역을 상품으로 내놓을 수 있었냐고 물어봐야 했다.

박 대표는 그의 여행사에서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있는 여행책자를 보여줬다. 책자는 중국의 쑤이 지역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2011년 4분기를 기준으로 쑤이 지역에 약 700,000명의 중국인이 살고 있다는 것이나 중국에만 존재하는 패루까지 모두 중국을 설명하는 내용이었다. 인도 씨올라, 아프리카 씨엘루르 책자도 모두 해당 지역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었다. 그런데 왜 백과사전이나 인터넷에서는 찾을 수 없었을까.

깜찍한 사기꾼

“HPARK 여행사의 상품은 중국의 ‘쑤이’, 인도의 ‘씨올라’, 아프리카의 ‘씨엘루르가 있다. 아마 쑤이, 씨올라, 씨엘루르를 인터넷에서 찾을 수 없어서 놀랐을 것이다. 사실 이곳은 가상도시다. 실제로 존재하는 도시가 아니라는 소리다”

그러니까 이런 식이다. 쑤이는 한국말 ‘서울’을 중국말로 바꿨을 때 나타나는 말이다. 씨올라는 서울을 인도어로 바꿨을 때 나오는 소리고, 씨엘루르는 서울을 아프리카어로 말했을 때 나오는 소리인 셈이다. 즉 진짜 중국, 아프리카, 인도가 아니라 한국 속에서 찾은 중국, 인도, 아프리카의 문화와 장소, 음식들을 가르치는 것이었다.

박혜민 작가

중국 '쑤이'를 여행하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사실 중국문화가 가득 녹아 있는 인천의 한 문화현장을 돌아보고 있는 중이다.ⓒ박혜민



인천은 런추안(인천의 중국어 발음)이 되고 대림동은 따린퉁(대림동의 중국어 발음)이 된다. 가리봉동은 찌아리펑통(가리봉동의 중국어 발음), 안산은 앤싼(안산의 중국어 발음)이 된다. 박 대표는 이렇게 한국 속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수많은 중국문화를 발견했고, 가상도시를 만든 것이다. 여행 책자 속에 내용은 모두 실제와 가상이 섞여 있다. 인도와 아프리카도 마찬가지다.

“한국 속에 다양한 문화 공존한다. 우리 여행사는 그런 문화들을 유희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여행사다. 실제 여행사이기도 하다. 진짜 인천 차이나타운, 신대방동, 안산, 포천의 스리 라다 크레슈나 사원, 시크 사원도 가니까 말이다”

하지만 참여자들에게 돈을 받지 않기 때문에 수익을 위한 것은 아니다. 작업의 일환이다. 미술과 예술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한국 속에서 즐겁게 문화를 체험해 보고자 하는 그의 바람이 녹아있는 프로젝트라고 보면 된다.

여행책자 말고 여행사 홍보 동영상 역시 마찬가지다. ‘걸어서 세계로’라는 동영상인데 현재 KBS에서 방영하고 있는 ‘걸어서 세계속으로’가 모티브가 됐다. 그래서 여행사 홍보 영상 ‘걸어서 세계로’도 그가 중국, 인도, 아프리카를 돌아다니는 모습을 다큐멘터리 식으로 보여준다. 외국을 활보하는 듯 한 모습이다. 하지만 외국이 아니라 실제 한국에서 촬영됐다는 것이 함정. 한국 속에서 찾은 세계문화를 구석구석 누빈 결과다. 책자와 영상 속의 세계문화가 사실은 한국 속에 존재하는 것들이라는 것을 깨달은 방문객들은 ‘아차’싶으면서도 귀여운 속임수에 기분이 좋아지고 만다.

속임을 당한 것 같은데 이상하게 기분이 좋아진다. 그렇다고 여행사 측이 우리를 속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쑤이, 씨올라, 씨엘루르처럼 가상 도시를 내세웠지만 실제 한국 속에서 찾을 수 있는 중국, 인도, 아프리카 문화이기 때문이다. 또한 여행 책자와 영상에서 소개한 내용은 모두 사실에 기반을 둔 것들이다. 방문객은 여행사가 만들어 놓은 영민한 상상력과 사실의 경계에서 세계여행을 한다는 착각과 유희를 느낄 수 있다. 평상시 우리가 몸담고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한 번 가보고 싶은 안달감이 난다.

해외 문화를 설명하는 게 아니라 유희적으로 체험하길 바란다

그가 이렇게 귀엽고 발칙한 프로젝트를 생각해 낸 것은 2008년 영국을 방문한 것이 계기가 됐다.

“처음 영국 갔을 때 정말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하면서 즐겁게 지내는 것에 놀랐다. 그곳에 약 3년 정도 있었다. 귀국했을 때 다른 시선으로 보니까 한국에도 외국문화가 많았고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더라. 그래서 이주민, 외국인들이 형성한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됐다. 한국 사람들이 나의 프로젝트를 통해서 세계 여행을 하고 유희적으로 체험하면서 한국에도 그런 것이 있다는 새로움을 알길 바랐다”

그는 문화를 유희적으로 체험하고 즐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각양각색의 세계 문화 속에 빠져들어서 노는 것을 좋아한다. 문화를 문자처럼 공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장난감을 가지고 놀 듯 즐기기 때문이다. 한국 출신이지만 그에게는 문화에서 문화로 통하는 길이 열려 있는 것 같다. 대화가 끝나갈 무렵에는 심지어 국적이 의심스러워지기까지 했다.

“인도는 종교를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포천 소흘읍에는 시크 사원, 크렛나 사원 등이 있다. 그곳에는 인도 사람, 파키스탄 사람 등 많은 분들이 지내고 있더라. 이렇게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자 함이 아니다. 여행을 통해서 체험하고 휴식하고 유희하면서 이런 부분들을 많이 공유하자는 것이다. 여행이 그런 것 아닌가?”

그는 오는 19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예술가의 런치박스’에도 참여한다. 이 프로그램은 아티스트가 만든 점심을 함께 나눠 먹으면서 현대미술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미술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 풍요로운 감성을 발견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이날에도 깜찍한 속임수로 방문객을 놀라게 만들 예정이다. 가상 도시 인도 ‘씨올라’와 중국 ‘쑤이’ 음식을 선사할 계획이다. 음식의 비밀은 그날 밝혀진다. 귀여운 차파오를 입고 자신을 ‘홍보담당’이라고 소개하는 그를 주목하면 된다.

“우선은 이런 종류의 프로젝트를 계속 할 것이다. 영상 ‘걸어서 세계로’의 경우, 중국은 마무리됐고 인도는 편집만 남았다. 아프리카 편은 촬영을 해야 한다. 차근차근 진행하는 중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작업하고 그 나라 음식을 먹고 문화를 만나는 일을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이런 작업은 계속 가지고 갈 것 같다. 사람들이 한국 사회 속에서도 ‘어? 이런 것이 있었어?’라면서 일상을 깨는 신선함과 유희를 느꼈으면 좋겠다”

박혜민 작가

박혜민 작가가 운영하는 HPARK 여행사, 가상 도시 여행책자가 가지런히 놓여있다.ⓒ박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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