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돼지처럼 산 생지옥 실태보고서, 연극 '해피투게더'
연극 해피투게더
연극 해피투게더ⓒ극단 다리

좁은 골목 사이에 초록색 문을 가진 집이 있었다. 이 문은 특별한 날을 제외하곤 늘 열려 있었는데 그 안에는 꼬질꼬질 때가 끼고 말라비틀어진 개 한 마리가 늘 서글픈 눈빛으로 바깥을 응시하고 있었다. 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약동하는 삶의 의지보다 죽음의 의지에 가까웠다. 소리 없는 절규였다. 닳고 닳아버린 목줄은 오랜 감금의 시기를 말해주고 있었다. 살짝 당기면 끊어버릴 수도 있지만 개는 달아나지 않았다. 미세하게 들썩이는 자신의 숨소리를 통해 ‘아직은 목숨이 붙어있다’는 존재감만 확인할 뿐이었다.

감금당한 개를 보면서 든 생각은 ‘불쌍함’이다. 연민의 시간이 지나면 저 개를 저 지경에 이르게 한 주인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한다. ‘도대체 저 개의 주인은 누구일까, 무슨 생각을 갖고 저런 짓을 한 것일까’라고 말이다. 가해자의 마음, 입장, 정신상태가 궁금해진다. 1980년대 실제 일어났던 ‘부산형제복지원’사건을 다룬 연극 ‘해피투게더’도 가해자에 대한 궁금증에서부터 시작했다. 연극을 연출한 이수인 연출가는 어릴 적 나치의 만행, 유태인의 참상을 다룬 프로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히틀러의 말을 들어보고 싶다”

당시 부산형제복지원을 운영하며 감금과 폭력을 일삼았던 박인근 원장의 마음과 심경을 들어보기 전에 부산형제복지원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 같다. 당시 이 사건은 복지원에 갇혀 있던 35명이 탈출하고 그 과정에서 1명이 사망하면서 1987년 세상에 처음 알려지게 됐다.

1984년 9살에 입소해 1987년까지 복지원에 있었던 한종선 씨말에 따르면 원생들의 생활은 개였고 소였다. 그 정도로 참혹했다. 박정희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집권 시기 내무부훈령 410호(부랑인 신고, 단속, 수용, 보호와 귀향 및 사후관리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에 따라서 무고한 사람들까지 형제복지원으로 잡혀 들어왔다. 2주 뒤에 결혼을 앞둔 청년, 아내 없는 집이 적적하여 역내에서 잠시 잠든 세일즈맨, 사소한 말다툼으로 신고당해 들어온 사람 등 평범한 사람들도 속해 있었다. 이들은 이유 없이 구타당했다. 성폭행도 일어났고 죽은 시체들은 대학병원으로 매매됐다. 이런 폭력과 억압 속에서 12년간 513명이 사망했다. 박인근 복지원 원장은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연극 해피투게더
연극 해피투게더ⓒ극단 다리

무거운 주제 속에서 건진 웃음거리

야만적인 소재로 인한 주제의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연극은 불편하지 않다. 무작정 참담하고 묵직한 분위기로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소리다. 물론 황당하게 잡혀 들어와서 인권을 유린당하고, 개와 돼지처럼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분노가 치민다. 황당하기도 하다. 비이성의 잔재가 똑똑하게 남아있음에 놀라기도 한다. 또한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 독재 정치가 잉태한 사회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서 무섭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연극의 최대 방점은 문득문득 터져 나오는 웃음 코드다. 엽기적인 사건을 다뤘는데 어떻게 재밌을 수 있냐고 물을 수 있지만, 삭막함 속에서 발견하는 의외의 재미들이 있다. 단순히 피해자들의 대서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서 그렇다. 연극은 러닝타임 내내 복지원 안팎의 다양한 인물들을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당시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 정권, 그리고 복지원을 운영했던 원장 등 피해자 외의 인물들의 변을 듣게 만든다. 권력의 변, 박 원장의 변 등은 황당함을 넘어선 재미를 선사한다.

깔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박 원장이 “설거지 하다가 그릇을 깰 수도 있고, 똥 닦다가 좀 묻을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라며 “모두 하나님이 뜻, 하나님의 질서”라며 자신을 정당 방위하는 모습이나 담당 검사와 윗분들의 대화는 개그프로그램의 한 코너를 떠올릴 정도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그러면서 다시 피해자들의 이야기로 넘어온다. 그리고 다시 가해자, 피해자, 권력, 검사 등 각자의 진술들이 교차되면서 등장한다.

진술이 교차적으로 등장함으로써 관객은 이 사건에 대해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복지원에서 개 혹은 소처럼 보내야 했던 사람들의 실태를 발견함과 동시에 자신의 모습도 비춰볼 수 있다. 국가의 폭력, 박 원장의 비도덕적 행위 등을 바라보면서 어쩌면 사건에 대해 무관심했던 우리들의 실태도 다시 한 번 곱씹어 보게 된다. 연극은 오는 12월 15일까지 아트센터K동그라미극장에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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