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 한국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

[인터뷰] 영화 '아침해가 비추는 집'(朝日のあたる家) 감독 오타 타카후미(太田隆文)

박상희 기자 psh@vop.co.kr
입력 2013-11-26 16:23:22l수정 2013-12-01 15:09:37
영화 '아침해가 비추는집' (朝日のあたる家)의 오타 타카후미 영화감독

영화 '아침해가 비추는집' (朝日のあたる家)의 오타 타카후미 영화감독ⓒ민중의소리



한국 정부는 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유출로 인해 국내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강조한다. 지난달 26일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선 국립수산과학원이 국내 최남단 동중국해역, 울릉도 등의 바닷물 성분을 조사해보니 방사성 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과도 발표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불안하다. 일본 내에서도 한국 역시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은 없다고 말한다. 기자는 일본 내에서 원전 사고를 바라보는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러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배경으로 영화를 만든 오타 타카후미(太田隆文) 감독을 만났다. 그는 한국 국민들에게 경고했다.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일이 한국에서 일어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라고 말이다.

그가 만든 영화 '아침해가 비추는 집'(朝日のあたる家)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비극적인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오는 2020 도쿄 올림픽 유치성공을 큰 성과라고 하면서도, 정작 원전 사고 문제에 대해선 별 다른 언급이 없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오염수 노출 등 계속 문제점이 발생되고 있지만 어느 곳 하나 자세히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다고 오타 감독은 전했다.

그런 문제 의식에서 시작한 영화 작업은 나름 성과를 거뒀다. 미국에서 호평을 받았고, 영화에 출연한 배우는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참의원으로 당선이 됐다. 정부나 지자체의 눈치를 보던 영화관들도 영화 상영을 하겠다고 나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오직 시민들의 모금으로 만들어진 영화인 만큼, 적은 규모이긴 하지만 전국 곳곳에서 응원과 지지가 잇따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타 감독은 "원전 폐쇄가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그 전에 대다수 일본인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무엇이었는지를 파악하고 있지 않은 것이 문제"라며 "중요한 것은 원전에 찬성하냐 안하냐의 논쟁을 하기 전에 먼저 후쿠시마의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고 후쿠시마 사람들이 어떻게 보이고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할 것"이라며 "그래서 그러한 현실을 담은 영화 '아침해가 비추는 집'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또 오염수 노출 등 한국을 비롯한 세계의 우려가 높아지는 데 대해 "정부와 도쿄전력은 원전 사고를 더 축소시키고, 조기에 수습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오히려 그것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 국가들의 불신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며 "현재 문제가 되고있는 오염수의 경우, 태평양에 흘러갔다면 한국에도 표류한 것이고, 지진으로 실종된 (일본의) 어선이 캘리포니아에 표류한 사실을 고려하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에 대해선 "올림픽을 개최하기보다 먼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수습하는 것이야말로 세계가 요구하는 게 아니겠느냐"고 따졌다.

아울러 오타 감독은 "아침해가 비추는 집 영화의 주제는 '가족의 행복이란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잊고 살지 않았는가?'에 대해 묻는 것"이라며 "한국 분들도 분명 그 부분에서 감동하고 공감해 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한국에서 상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전했다.

다음은 오타 타카후미 감독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영화 '아침해가 비추는 집'(朝日のあたる家)을 소개하자면?


시즈오카현(靜岡懸) 코사이시(湖西市)). 자연에 둘러싸인 아름다운 마을. 그 마을에 사는 히라타 일가. 아빠(나미키 시로)는 딸기를 재배하고 엄마(사이토 토모코)는 주부. 큰 딸(히라사와 이즈미)은 대학생, 여동생(하시모토 와카나)은 중학생으로, 일본 어느 곳에나 있는 평범한 가족이다. 단, 큰 딸 아카네는 이 마을을 좋아하지 않는다. 큰 쇼핑센터나 영화관, 콘서트홀이 없기 때문. 취업 후 도시에서 독립해 살고 싶었다. 그 때 일어난 큰 지진. 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하고 정부로부터 피난 권고가 있었다. 하루 지나면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던 대피소에서 몇 달 동안 있어야 했다. 아버지는 일자리를 잃고 어머니는 노이로제에, 여동생은 아프다. 간신히 허용된 일시 귀가 조치도 1시간으로 제한됐다. 짐을 갖고 밖으로 나올 수도 없다. 후쿠시마와 같은 사태이다. 아카네 가족들도 큰 슬픔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영화 '아침해가 비추는집' (朝日のあたる家) 포스터

영화 '아침해가 비추는집' (朝日のあたる家) 포스터ⓒ오타 타카후미 감독 블로그



이번 영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나?


2011년 3월 11일. 거대한 지진이 후쿠시마 제1원전을 덮치면서 붕괴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즉시 건강 피해는 없습니다"라는 관방장관의 말에 의문을 품으면서도 원전에 큰 피해는 없다는 TV 보도를 모두 믿고 있었다. 그러다 시즈오카현 코사이시의 미카미 시장이 원전의 위험성을 강하게 호소하고 있던 것을 계기로 원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관심을 갖고 살펴보니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미증유의 대참사였고, 방사능은 아이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는 것임을 알게됐다. 그런데 대다수 언론들은 이 같은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후쿠시마에서 수만 명의 사람들이 지금도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데, "원전 사고는 끝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일본인으로서 무엇인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부모와 자식에게 전하는 중요한 일'을 주제로 영화를 찍어왔던 나에게 지금이야말로 '중요한 것'을 말할 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이 들었다. 시위에 참가하든지, 인터넷에서 사실을 알려볼까... 아니, 영화를 만들자. 내가 할 수있는 것은 그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원전 사고의 불행을, 후쿠시마 사람들의 슬픔을, 통감할 수 있는 있는 영화를 만들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사, 비디오 메이커 및 TV 방송국, 여러 기업에 기획을 전달했으나 "원전 영화에 출자를 할 수 없다"는 말로 거절됐다.

업계의 선배들은 "그런 영화를 찍고 나면, 다시 상업 영화는 못 만들거야"라고 충고했다. 원전(영화)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 포기하면, 상업 영화 감독이 되기도 전에 '부모와 자식에게 전하는 중요한 일'을 전하는 영화를 찍을 자격이 없어진다고 판단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미카미 시장이 떠올랐고 '시민의 기부로 영화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제안을 받는다. 거기에 동참해 준 코사이시 시민 분들의 응원으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1년 반 후, 영화는 완성됐다. 로스앤젤레스 영화제에서 상영됐고 큰 호평을 얻었다. 드디어 일본에서 공개가 됐다. 이 영화에 나오는 에피소드는 모두 후쿠시마에서 일어난 것을 기반으로 하고있다. 그것을 하나의 가족으로 집약해 그려냈다. 그 비극을 모두가 바라보는 것으로, 원전 사고의 슬픔과 함께 '가족의 정' '부모와 자식의 인연', '일본인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 가야하나' 라는 큰 테마가 보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다.


'아침해가 비추는 집'에 대한 일본 내 반응은?


처음에는 '원전 사고'라는 주제의 영화가 개봉되자 대형 영화관 등에선 상영을 거부했다. 소규모 극장에서도 상영하지 않겠다는 상태가 이어졌다. 많은 영화관들이 어떠한 압력이나 비판을 받을지 모른다는 불안함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전 문제에 관심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영화 상영을 지지하고 나섰다. 또한 원전 사고 보도를 적극적으로 실시한 신문이나 잡지에서 영화 개봉 소식을 다루었다. 또 출연자이기도 한 배우 야마모토 타로가 원전 반대를 내걸고 참의원에 당선된 것도 순풍으로 작용, 상영하겠다는 영화관이 속출했다. 결국 전국 20개관에서 상영이 결정됐다.

영화관에서 상영 소식이 들리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영화 후반부에선 대부분의 관객들이 통곡했다. 원전 사고의 가혹함에 눈물 없이 볼 수 없다는 호평이 여러 극장에서 들려왔다. 어떤 일본 정치인은 '원전 사고로 죽은 사람은 없기 때문에 계속 (원전을) 추진해야한다'는 사람도 있지만, 죽진 않아도 죽음 이상의 고통을 주는 원전 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있다. 언론으로 접할 수 없었던 잔인한 원전 사고에 대해 관객들은 이 영화를 보는 것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영화 '아침해가 비추는집' (朝日のあたる家) 장면 중 하나

영화 '아침해가 비추는집' (朝日のあたる家) 장면 중 하나ⓒ오타 타카후미 감독 블로그


최근 여론 조사에서 일본인의 60 %가 '원전 반대'라고 하지만, 주요 언론들은 원전 사고의 진실을 전하려고 하지 않는 곳이 많다. '아침해가 비추는 집'을 본 관객들 중에는 "후쿠시마에 이렇게 심한 일이 있는 줄 몰랐다"는 평가도 많이 나왔다. 현재 전국 20개관에서 상영 중이긴 하지만 전국적으로 상영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기업에서의 투자도 없다. 오로지 시민들의 기부만으로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에 충분한 자금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마을의 영화관에서도 보고싶다'는 목소리가 각지에서 높아지고 있다.


원전 사고 이후 가장 큰 문제점은 일본 정부는 물론 '도쿄전력'의 정보 비공개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정부, 도쿄전력 뿐만이 아니다. '원자력 세력'(原子力ムラ)의 혜택을 받고있는 주요 언론들이 진실을 추구하지 않고 오히려 원전 사고는 수습이 다 된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진실되고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체르노빌 사고 때도 그랬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에 대한 세계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와 도쿄전력은 원전 사고를 더 축소시키고, 조기에 수습하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오히려 그것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 국가들의 불신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오염수의 경우, 태평양에 흘러갔다면 한국에도 표류한 셈이다. 물고기들에겐 국경이 없다. 오염수를 접한 물고기가 부산 앞바다에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지진으로 실종된 어선이 캘리포니아에 표류한 사실을 고려하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당사자들에겐 그러한 문제의식이 부족한 것 같다. 올림픽을 개최하기보다 먼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수습하는 것이야말로 세계가 요구하는 게 아닐까.


그렇다면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원전의 폐쇄만이 방법일까.


그것은 한 마디로 말할 수 없는 문제다. 원전 폐쇄가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그 전에 대다수 일본인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무엇이었는지를 파악하고 있지 않은 것이 문제다. 중요한 것은 원전에 찬성하냐 안하냐의 논쟁을 하기 전에 먼저 후쿠시마의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무엇이 일어났고 후쿠시마 사람들이 어떻게 보이고 있는지를 먼저 알아야 할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그러한 현실을 담은 영화 '아침해가 비추는 집'을 만든 것이다.



영화 '아침해가 비추는집' (朝日のあたる家) 장면 중 하나

영화 '아침해가 비추는집' (朝日のあたる家) 장면 중 하나ⓒ오타 타카후미 감독 블로그


영화 '아침해가 비추는 집'을 응원하는 한국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본처럼 한국에도 원전이 있다.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일이 한국에서 일어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다. 미국 유학 시절 만난 한국 친구들도 지금 서울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걱정이다. '아침해가 비추는 집'은 원전의 위험성을 전달하기 위한 영화가 아니다. 원전 사고는 영화의 소재일 뿐이지 테마는 아니다. 이 영화의 주제는 '가족의 행복이란 무엇인가'이다. 사람이 어리석은 것은 정말 중요한 것을 소홀히 하고 돈이나 물질에만 치중한다. 그러나 궁극의 불행과 대치할 때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다. 그것은 바로 가족이며 친구이며 동반자다. 또 소소한 일상 생활이다. 일본인들은 그것을 잊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고학력과 일류 회사를 추구한다. 그러다 가족이 짓밟히고 아이들은 상처 받게 된다.

태평양 전쟁 이후, 일본인이 추구해 온 '돈'과 '물질'은 아무리 손에 넣어도 행복할 수 없다고 한다. 버블 붕괴에 통감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자신을 생각해주는 부모가 있고, 친구가 있고 우리 아이가 건강하고 부모 보다 오래 사는 것이다. 하지만 원전 사고는 그러한 행복을 빼앗아갔다. 아이를 병들게 하고 부모 보다 먼저 죽을 수 있다는 슬픈 현실을 초래한다.

소중한 고향을 빼앗고 평생 그 땅에 돌아갈 수 없다는 불행을 불러왔다. 그런 슬픈 현실을 바라 보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잊고 살지 않았는가?'에 대해 묻는 영화가 바로 '아침해가 비추는 집'이다. 한국 분들도 분명 그 부분에서 감동하고 공감해 주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한국에서 상영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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