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불이행, 한진중공업 자본이 또 노동자를 죽였다”

[현장] 복직 대기 조합원 29일 스스로 목매 숨져, 1일 부산의료원서 추도식... 동료들 오열

김보성 기자 press@vop.co.kr
입력 2013-12-01 22:19:32l수정 2013-12-02 09:21:43
[현장]“합의불이행, 한진중공업 자본이 또 노동자를 죽였다”

최강서 열사 1주기를 앞두고 정리해고에 내몰렸던 또 한 명의 한진중공업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일 오후 6시, 전국금속노조 부양지부, 한진중공업 지회 주최로 부산시 연제구 부산의료원 장례식서 열린 ‘정리해고(구조조정) 희생자 추모의 밤’ 행사에서 한 조합원이 동료의 죽음을 슬퍼하며 오열하고 있다.ⓒ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최강서 열사 1주기를 앞두고 정리해고에 내몰렸던 또 한 명의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일 오후 6시, 전국금속노조 부양지부, 한진중공업 지회 주최로 부산시 연제구 부산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정리해고(구조조정) 희생자 추모의 밤’ 행사가 열렸다. 이날 부산의료원 장례식장을 찾은 홍지욱 전국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최강서 동지를 보낸 지 1년이 안된 상황에서 다시 똑같은 상황을 맞이했다. 참담하다. 드릴말씀이 없다” 고 한탄했다.

‘박창수’, ‘김주익’, ‘곽재규’, ‘최강서’에 이어 다섯 번째로 또 다시 동료를 잃은 진중공업 지회 조합원들은 오열했고, 전국에서 모여든 조문객들은 촛불을 움켜진 채 고개를 들지 못했다. 한 조합원은 연신 담배연기만 내뿜으며 한참 동안을 울먹였다. 이날 하루, 이 자리에 함께한 모두가 죄인인 듯한 심경이었다.

한진중공업, 1년 만에 또 노동자 자살.. 노조 “명백한 사회적 타살”

2011년 정리해고와 2012년 복직 이후에도 여전히 공장으로 돌아가지 못했던 김아무개 조합원이 지난 29일 오후 부산시 부산진구 자신의 집 베란다에서 스스로 목을 맨 채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노조는 그의 죽음을 “한진 자본의 정리해고와 노조탄압에 의한 명백한 타살”로 규정했다. 지난 3년 동안 영도조선소는 대규모 구조조정 이후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의 309일 간의 크레인 농성, 최강서 열사 사태를 잇달아 겪으며 극심한 노사갈등에 휩싸여야 했다. 그러나 여섯 차례의 희망버스와 국회 중재 등 잇단 사회적 대타협 요구 여론에 어렵사리 ‘정리 해고자 1년 내 재취업’, ‘정리해고자 복귀 차별 중단’ 등 노사합의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정작 김 씨와 같은 100여 명의 휴업자들은 여전히 현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끝없는 ‘대기상태’로 생활고에 시달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사 측은 지난해 3월 출범한 기업 노조와 기존 금속노조 간에 휴직자 복귀 차별을 두면서 이른바 노-노 갈등을 끝없이 유발했다. 지회에 따르면 현장 복귀자는 기업 노조(조합원, 522명) 321, 금속노조(186명) 29명으로 복수노조 간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그런 까닭인지 이날 추도식에서는 동료를 잃은 슬픔과 사 측을 향한 울분이 함께 쏟아졌다. 현장에는 민주노총 이상진 부위원장, 장현술 민주노총 부산본부 사무처장, 화물연대 조익렬 부산지부장, 윤영규 보건의료노조 부산본부장, 곽형수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센터지회 남부부지회장을 비롯한 노동계 인사들과 한진중공업 조합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김 씨와 20년 넘도록 함께 한 동료였던 박 지회장은 “힘든 상황에서도 열심히 싸웠던 동지였다. 그러나 한진 자본은 해고의 칼날을 들이대며 그를 죽음으로 내몰았다”고 비통한 심경을 전했다. 분노를 억누르려 눈을 감은 채 말하던 박 지회장은 “그는 분명한 한진 자본에 의한 희생자”라고 강조했다.

문철상 금속노조 부양지부 비대위 공동대표는 “최강서 열사의 항거 이후 합의서가 마련됐지만 사 측이 이를 휴짓조각으로 만들었다”며 “민주노조 죽이기에 혈안이 돼 합의서를 위반하고 조합원의 복귀를 방치해왔던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힘주어 외쳤다.

[현장]“합의불이행, 한진중공업 자본이 또 노동자를 죽였다”

최강서 열사 1주기를 앞두고 정리해고에 내몰렸던 또 한 명의 한진중공업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일 오후 6시, 전국금속노조 부양지부, 한진중공업 지회 주최로 부산시 연제구 부산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정리해고(구조조정) 희생자 추모의 밤’ 행사에 참가한 100여 명의 조문객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한진중 동료들 “더는 죽지말자.. 살아남아 싸우자”

더는 죽지 말고 살아남아 싸워야 한다는 호소도 이어졌다. 밀양 희망버스에 참가했다가 김 씨의 죽음 소식을 듣고 추도식에 참가한 한 쌍용자동차 노조 조합원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죄지은 것이 아니다. 슬퍼하지 말고 고개를 들자”면서 “분하지만 악착같이 살아남아 싸워한다”고 말했다.

동료인 박영재 한진중공업 조합원은 “끝없는 자본의 노조탄압, 정리해고 바람에 맞서 그렇게 아파하면서도 선두에서 싸워온 동지였다. 그래서 더욱 열 받고 안타깝다”고 김 씨를 회고했다. “더는 죽어선 안된다”던 박 조합원은 “보란 듯이 꿋꿋하게 살아서 민주노조 사수하고 반드시 현장에 복귀해야한다”고 호소했다.

이어진 정혜금 금속노조 부양지부 사무국장 말은 추도식 자리에 모인 조문객의 가슴을 더욱더 후벼 팠다.

“대한민국에서 노동자로 산다는 것이 이렇게 외롭고 힘든 것 인줄 몰랐다. 가족의 생계와 생존권을 지킨다는 것이 왜 이렇게 고통스러워야 하나. 노동자도 인간이다. 기업과 국가가 최소한의 생존권은 책임져야 하지 않느냐”

울음을 참으며 말하는 정혜금 사무국장의 모습에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도 덩달아 눈시울을 붉혔다. 정혜금 국장은 “슬퍼만 할 수는 없다”며 “오늘 이 자리를 반드시 이기겠다는 결의의 자리로 만들자”고 다짐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를 잡은 이상진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사측은 1년 전 한 사람의 목숨과 바꿨던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않았다”며 “정리해고도 모자라 노조를 분열시키고 민주노조를 탄압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이제는 더 큰 분노로 싸울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추모행사를 마친 노조는 김 씨의 장례를 2일까지 ‘노동조합장’으로 치른다. 또한 사 측에 ‘명예회복’과 ‘재발방지대책’을 요구하는 투쟁을 함께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회사는 “휴업 중에도 통상임금이 나간다”며 “고인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회사 일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 최강서 열사 1주기를 직전에 두고 한진중공업 노사갈등의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장]“합의불이행, 한진중공업 자본이 또 노동자를 죽였다”

최강서 열사 1주기를 앞두고 정리해고에 내몰렸던 또 한 명의 한진중공업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일 오후 6시, 한 조문객이 고개를 떨군채 전국금속노조 부양지부, 한진중공업 지회 주최로 부산시 연제구 부산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열린 ‘정리해고(구조조정) 희생자 추모의 밤’ 행사에 참가하고 있다.ⓒ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현장]“합의불이행, 한진중공업 자본이 또 노동자를 죽였다”

최강서 열사 1주기를 앞두고 정리해고에 내몰렸던 또 한 명의 한진중공업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일 오후 6시, 전국금속노조 부양지부, 한진중공업 지회 주최로 부산시 연제구 부산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정리해고(구조조정) 희생자 추모의 밤’’ 행사가 열리고 있다. 노조는 이번 사태를 “한진 자본의 정리해고와 노조탄압에 의한 명백한 타살”로 규정했다.ⓒ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현장]“합의불이행, 한진중공업 자본이 또 노동자를 죽였다”

최강서 열사 1주기를 앞두고 정리해고에 내몰렸던 또 한 명의 한진중공업 노동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1일 오후 6시, 전국금속노조 부양지부, 한진중공업 지회 주최로 부산시 연제구 부산의료원 장례식장에서 ‘정리해고(구조조정) 희생자 추모의 밤’ 행사가 열리고 있다. 사진은 숨진 김아무개(53) 조합원의 주검이 안치된 부산의료원 장례식장 입구.ⓒ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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