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치욕의 국가보안법 65년

민중의소리
입력 2013-12-02 06:47:34l수정 2013-12-02 07:18:43
12월 1일은 국가보안법이 탄생한 지 65년이 되는 날이다. 일제하 독립운동을 탄압하는 도구였던 치안유지법을 모태로 만들어진 이 법은 전쟁 직전의 사회 분위기에서 만들어졌는데, 전쟁 이후 대한민국의 형법이 완성되었음에도 살아남았다.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이 “국가보안법 주요 내용 대부분이 새 형법에 담겼으므로 국보법은 폐지해도 된다”고 권고할 정도였으니 이 법의 무단(無斷)함이 어떤 것인지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된다.

전두환 정권 출범과 함께 반공법까지 흡수한 이 법은 30년 가까운 군사독재 시절 민주화운동과 통일운동을 탄압한 가장 강력한 도구였다. 군사독재를 물리친 1987년의 6월 항쟁 이후 26년이 흘렀는데도 아직 이 법은 없어지지 않았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공약했던 김영삼, 김대중씨가 대통령이 되었고, 노무현 정권 시절엔 대통령이 나서서 폐지를 호소했음에도 살아남은 것이다.

물론 2000년 6.15 공동선언 이후 국가보안법의 위세는 크게 줄어들었다. 실정법으로서의 의미가 크게 줄었다는 뜻이다. 형법이나 다른 법률로 국가보안법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도 물론이다. 예컨대 내란음모 사건은 형법에 의거한 것이고, 정당 해산 역시 헌법과 헌법재판소법에 기댄 것이지 국가보안법 사건이 아니다. 하지만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국가보안법의 특성상, 공안당국에 밉보인 인사들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는 현실은 여전하다. 당장 검찰은 강론 중에 ‘정권 퇴진’ 발언을 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의 박창신 신부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할 태세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가보안법의 진정한 위력은 이른바 ‘심리전’을 통해 되살아났다.

지금까지 드러난 것처럼 두 보수 정부의 심리전은 북한이 아니라 자국민을 상대로 한 ‘전쟁’이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심리전에서 가장 비열한 것은 자신에 반대하는 진보민주진영의 일부를 ‘종북’으로 몰아붙임으로써 야권의 분열, 진보진영의 분열을 유도했다는 점이다.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는 진보진영은 기득권을 수호하는 데 목적을 둔 보수진영과는 달리 다양한 견해들이 있게 마련이고, 이런 견해들 안에는 좌파적이거나 친북적인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심리전은 이들 주장의 일부를 ‘종북’으로 낙인찍고 이들을 축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여론을 조성해왔다. 결국 야권과 진보진영의 분열을 유도하는 공작이었던 셈이다. 이 심리전은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고 이에 따라 민주진보진영 내에서도 국가보안법적 사고나 검열이 심심치 않게 이루어지고 있다.

1980년대 이후 현재의 민주당을 포함한 진보민주진영에서는 국가보안법의 폐지에 대한 공감대가 이루어져 왔다. 하지만 이제 내놓고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요구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7,80년대를 살아온 양식 있는 사람들 중에서 이 법이 오늘까지 시퍼렇게 살아있으리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과연 있을까? 부끄럽고 슬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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