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어느새, “청춘? 이상한 말 하지 말아요”

김세운 기자 ksw@vop.co.kr
입력 2013-12-03 05:30:48l수정 2013-12-03 08:41:16
밴드 어느새

밴드 어느새가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연습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오른쪽 위에서 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진규, 정아랑, 이리라, 김정현, 김민수ⓒ양지웅 기자



현재 폐간된 GMV라는 음악잡지에 집착하고, 1990년대 영웅으로 거론됐던 메탈리카, 오아시스, 너바나에 환장하던 팬 층이 있었다. 잉베이 맘스틴의 속주기타를 흉내 내는 이들도 더러 있었다. 반면 밴드 음악이 서먹한 초보자들은 저들이 이해되지 않았다. 폄하 따위를 하려는 게 아니다. 영웅들의 선율은 분명 ‘필(feel)’을 충만하게 만들었지만 ‘필’에서 그쳐버렸다. 음악에 장벽이 없다지만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도통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전설적인 록밴드 들국화가 현대까지 사랑을 받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들은 공감 가는 이야기와 전설들에 버금가는 실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영화 친구2의 곽경택 감독이 들국화 음악을 처음 접했던 순간에 대해 “선율은 한국음악 같지 않았는데, 가사가 한국음악이어서 처음 듣는 순간 나를 ‘멘붕’에 빠뜨렸다”고 회고한 것은 이를 제대로 방증한다. 이 가운데 “들국화에 환장한다”며 이들의 정서적 뿌리를 표방하는 밴드 ‘어느새’의 등장은 반갑다.

사람들에게 어느 새 다가가는 밴드가 되고 싶다

보컬 김정현(dub), 베이스 김진규(단군), 멜로디 정아랑(아랑), 리듬 이리라(리라), 기타 김민수(민수)로 구성된 밴드 ‘어느새’는 이름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전혀 멋을 낸 것 같지 않아서 휘발성이 강해보이다가도, 폄하할 수 없는 묵직함이 느껴지는 이름이다.

“밴드 이름은 중의적인 것을 의도했다. 어느 새는 생각도 못하는 사이에 뭔가 만들어진 그런 시간을 의미한다. 사랑이 사람에게 다가오는 속도라고 봤다. 이처럼 듣는 사람들에게 어느 새 다가가는 밴드가 되고 싶어서다. 두 번째는 우리가 딴따라다 보니 자유롭고 싶어서 인데 거기에 부합하는 새의 이미지도 괜찮겠다 싶어서 이런 이름이 탄생했다”

음악적 장르로는 모던 록에 가깝다. 하지만 이들은 스스로 록 밴드라고 부르지 않는다. 어쿠스틱, 헤비메탈 밴드도 아니란다. 스토리텔링 밴드, 즉 이야기 하는 밴드라고 자신들을 소개한다. 지난 10월 17일 발매된 정규앨범 1집 ‘이상한 말 하지 말하요’는 이를 쉽게 짐작하게 한다. 총 10곡에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것인데, 한 때 열풍이었던 7080에서 8090을 관통하여 현대까지 이어지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타자에게 말할 때 숨기는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청춘들이 겪을 수 있는 이야기다. 대표적으로 청춘의 키워드를 누군가 이야기 했을 때, 나는 대뜸 ‘이상한 말 하지 말아요’라고 할 만큼 분노, 기쁨, 정신없음 등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뭔가 깔려 있는 느낌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심오한 듯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편하게 멜로디로 풀어내고자 했다”

1집 앨범은 ‘청춘’을 콘셉트로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툭툭 내뱉는 듯한 가사가 심중에 박히는 이유는 스토리를 중요시 여겼기 때문이다. 10곡의 수록곡 중 첫 번째 곡인 ‘이상한 말 하지 말아요’를 시작으로 마지막 곡인 ‘있나요’는 이야기가 의미심장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상한 말 하지 말라고 분노를 터뜨리고서는 내내 청춘의 어리숙함, 그리움, 외로움, 대담함 등을 이야기 한다. 심지어 마지막엔 당신도 이런 적이 있냐고 되묻는 듯한 이번 곡들은 듣는 이로 하여금 청춘여행을 다녀온 느낌을 받게 한다.

밴드 어느새

밴드 어느새가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남동 연습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에서 부터 김진규, 정아랑, 김정현, 이리라, 김민수ⓒ양지웅 기자



이야기와 음악적 스펙트럼이 공존하는 1집 앨범 ‘이상한 말 하지 말아요’

모던 록에 가까운 이들의 음악적 스펙트럼은 이번 앨범에서 확장됐다. 한 가지 주제인 청춘으로 다양하게 파생되는 음악적 스펙트럼에 놀랄 수밖에 없다. 타이틀 곡 ‘도롱뇽’에서 폭발적인 사운드에 맞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무작위로 쏟아낸다. 대담하고 겁도 없고 직설적이다. 반면 ‘보낸다’에서는 아픈 지점을 콕콕 찔러댄다. 흘러가는 피아노 선율 안에 어린 날의 미성숙과 반성, 푸념하는 듯한 태도가 녹아있다. 반항적이면서도 여린 감성이 담겨있는 이들의 명확한 상황과 구체적인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그것과 적확하게 맞아 떨어진다. 그래서 미워할 수가 없다. 친근하다. 옛 생각에 쑥스러워질 정도다. 아마도 이런 정서적 뿌리가 들국화나 유재하 등에 조준되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가 어릴 때 옛날 음악 8090에서 너를 너라고 잘 말하지 않고, 그대라고 이야기 한다.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음악에서 그대가 절대자 같은 느낌이다. 요새는 그렇게 느껴지는 정서가 굉장히 많이 전무하다시피 한 게 아닌가 싶다. 우리가 라디오에 듣는, 제도권 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공통적으로 좋아하는 가수는 유재하, 빛과 소금이 있고, 들국화는 환장한다. 그들이 창작 레퍼런스다”

이들은 오는 6일 홍대 벨로주에서 단독 공연을 갖는다. 2009년 여름, 극단 로드스토리 제작의 실험음악극 ‘발명왕’에서 처음 만난 이들이 본격적으로 밴드 활동의 포문을 여는 공연이다. 공연에서는 지난 10월 발표한 정규 1집 ‘이상한 말 하지 말아요’, 1월 발표한 미니앨범 ‘있나요?’에 수록된 전곡을 들을 수 있다. 지난 EP 앨범 때까지 어쿠스틱한 느낌으로 갔다면 이번에는 다양한 악기 구성의 묘미를 즐길 수 있다. 밴드 ‘어느새’의 공연을 봐왔던 사람들이라면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기대되면서 동시에 설렌다”고 했다.

“공연자체가 1집 발매 기념공연이다. 1집 이전에 EP앨범이 있었는데 우리는 EP를 만들면서 결성됐다. 음악극이나 연극무대에서 장르를 했기 때문에 이번에 정식으로 활동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정식, 첫 번째 데뷔 무대다. 우리 모두 좋아하는 음악, 다루는 악기 다 다르다. 그런데 통하는 공통분모가 같다. 그게 참 신기하다. 모두들 공연이 하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하다”

이들은 올해 한국콘텐츠 진흥원 신인육성프로젝트 ‘케이루키즈’ 지원팀으로 선발됐고 ‘2013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 KBS ‘이한철의 올댓뮤직’ 등에서 꾸준히 팬들을 만나왔다. 이미 라이브 공연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성격도 제각각이고 음악 취향도 다르지만 다섯 명이서 노는(음악 하는 것)이 제일 좋다는 이들에겐 아직 다하지 못한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 같다. 자꾸 만나고 싶고 궁금해지는 그룹이다. 밴드 ‘어느새’의 1집 앨범 ‘이상한 말 하지 말아요’의 10곡을 모두 듣고 나면 여행을 하고 온 느낌이다. 음악을 듣는 동안 밴드 ‘어느새’에 어느 새 빠져들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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