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미-일의 중국 견제 전략, 우리에게 실익있나

“사실상 한-일 FTA,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 상당”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입력 2013-12-04 05:51:34l수정 2013-12-04 22:11:22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의사를 밝힌 정부가 3일 기존 TPP 참여국들과 예비 양자협의를 시작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대표단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에 참석해 10일까지 12개 TPP 참여국들과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TPP 참여국들과의 예비 양자 협의는 TPP 참여 의사를 밝힌 우리 정부가 거쳐야 할 관문이다. 기존 TPP 참여국의 승인이 있어야 후발 국가의 TPP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TPP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은 기존 협상을 마무리한 뒤 신규 참여국의 합류 여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다는 태도다. 지난달 29일 마이클 프로먼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성명서를 통해 "TPP에 새롭게 참여하려는 어떤 나라도 기존 TPP 협상국과의 양자협의를 마무리해야 한다"면서 "TPP 신규 합류는 현 협상 당사국이 TPP 합의를 도출한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선을 그었다.

그동안 TPP 참여에 미온적이었던 정부와 달리 TPP 참여를 원했던 무역업계 등에서는 정부가 뒤늦게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때를 놓쳤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TPP 참여시의 실익, 국내 산업 및 농수산업 등에 미치는 영향과 이에 대한 대응책 등에 대한 연구, 국민적 공론화 작업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가 실기했다는 지적은 많이 이른감이 있다.

TPP,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이 뛰어든 배경

TPP는 쉽게 말하면 수준 높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원칙적으로 모든 품목의 관세를 예외없이 철폐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12개 나라가 하나의 FTA를 만들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당초 TPP는 싱가포르, 브루나이, 칠레, 뉴질랜드 등 4개국 사이의 작은 협정이었다. 여기에 미국, 호주, 페루, 말레이시아, 베트남, 캐나다, 멕시코 등 7개국 차례로 가세하면서 판이 커졌다. 지난 3월에는 일본까지 참여하면서 판이 더욱 커지고 협상이 복잡하게 됐다. 만약 TTP가 타결된다면 국내총생산(GDP) 합계를 기준으로 세계 경제의 38%를 차지하는 거대 자유무역권을 탄생시키게 된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이 TPP 전체 GDP의 80%, TPP 전체 교역규모의 58%를 차지하고 있어서 TPP는 사실상 '미-일 FTA 협상'으로 볼 수 있다.

오바마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미 의회에서 한 연두교서에서 미국의 수출증대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2013년 내에 TPP협상을 타결하겠다고 밝히고 있다.ⓒAP/뉴시스



미국과 일본의 TPP 참여는 경제적 고려 뿐만 아니라 '정치적 고려'도 작용했다. 미국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 중심의 경제협력체 실현을 통한 자국의 정치, 경제적 이익 확보 등의 목적으로 TPP 타결에 적극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TPP를 주도함으로써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효과도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즈(Financial Times)는 "TPP 추진의 암묵적 목적이 '중국 배제'의 자유무역협정체결"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은 아세안(ASEAN)이 주도하고 있는 '역내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RECP)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RECP는 16개국이 참가하는 FTA로서 2011년 11월 아세안이 처음 제안했다. RECP 협상은 참가국이 처한 특수하고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면서 추진하는 것을 기본원칙으로 하고 있어 중국으로서는 개방도가 높은 TPP보다 부담이 덜하다.

이에 따라 RECP, 한중일 FTA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적 통합 구상이 중국 중심으로 진행될 가능성을 TPP를 통해 견제하려는 게 미국의 주요한 목적 중 하나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더불어 TPP를 통해 자유무역시장을 확대해 미국의 수출 증대를 꾀하려는 목적도 있다.

일본은 자국 농업 부문의 피해 등을 우려해 TPP 협상 참여를 미뤄오다가 지난 2월 미일 정상회담 이후 기류가 바뀌었다. 당시 오바마 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미국에 민감한 자동차 부문과 일본에 민감한 농업 부문 등에 대한 관세 철폐 예외를 인정하기로 합의했다. 일본은 중장기적 성장전략의 주요 수단은 물론,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중국 견제 및 자국의 영향력 유지 차원에서 TPP를 활용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일본의 TPP 참여는 미일 양국간 동맹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한편, 아태지역에서의 중국의 경제적, 외교적, 군사적 부상을 견제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한국, 이미 TPP 국가 대다수와 FTA 체결 중...경제적 실익 크지 않을 수도
"사실상 한-일 FTA 성격, 단기적으로 부정적 영향 상당해"


미일의 정치적 고려도 TPP의 주요 추진 동력인 가운데 한국은 최근 TPP 참여를 선언했다. 정부가 TPP에 관심을 표명한 만큼 앞으로 TPP 참여국과 비공식 양자협의를 가진 뒤, 참여국의 동의를 얻어내면 TPP 참여국의 일원으로 공식 협상에 참여하게 된다. 그 전에 TPP가 우리에게 어떤 실익이 있는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

우리가 TPP에 참여해야 한다고 하는 쪽은 △미국이 주도하는 글로벌 통상규범에 참여하는 의미가 크고 △우리와 아직 FTA를 체결하지 않고 있는 국가들과 양자간 FTA를 체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TPP 참여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TPP 참여국 중 미국 등 7개국과 이미 FTA를 체결했고, 나머지 국가들과도 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만큼 경제적 실익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은 TPP 참여국 중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브루나이, 칠레, 미국, 페루 등 7개국과 FTA를 체결했다. 나머지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과는 FTA 협상을 진행중이다. 일본, 멕시코와는 입장차가 커서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이를 감안하면 우리에게 TPP는 '한-일 FTA' 성격이 짙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제품이 관세없이 본격적으로 수입될 경우, 자동차 산업, 농축수산업 등의 피해가 예상된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YTN '뉴스 정면승부'와 인터뷰에서 "우리 입장에서 보면 TPP는 사실 한일FTA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TPP를 하려면 한일FTA를 매듭지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한 마디 언급도 없고, 그러면서 TPP에 참여하겠다고 관심을 표명한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라며 "한일FTA는 물론 필요성도 있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우리 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내년에 쌀 관세문제가 걸려있고, 중국과의 FTA 협상에서는 농업시장 개방문제가 있다. 거기다가 TPP에 참여하게 되면 미국 측에서 쇠고기 시장 개방문제라든가 쌀시장 추가 개방 주장을 할 거다. TPP에 대한 연구와 대응책이 부족한데 섣불리 해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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