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수서발 KTX 민영화 막을 수 없다’ 법률자문 받아놓고 딴소리

자회사 설립방안 확정 발표 “민영화 종지부” 자평...대법원 판례보면 민영화 방지대책 무용지물

정웅재 기자 jmy94@vop.co.kr
입력 2013-12-05 17:45:47l수정 2013-12-05 20:16:41
코레일(KORAIL)이 5일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방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코레일은 향후 설립될 수서발 KTX 자회사에 "민간자본 참여를 원천적으로 봉쇄함으로써 민영화 논란을 완전 불식했다"고 자평했지만, 야당과 철도노조, 시민사회는 "철도 민영화로 가는 서곡"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9일 '철도 민영화 저지'를 위한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코레일,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방안 확정 발표
"공공기관에만 주식양도토록 정관에 명시"
"민영화 논란 완전 불식" 자평


지난 6월 국토교통부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을 통한 'KTX 경쟁체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철도산업발전방안'을 발표한 후, 코레일은 '수서발 KTX 운영준비단'을 발족해 국토교통부와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방안을 협의해 왔다.

이날 코레일이 밝힌 방안에 따르면, 수서발 KTX 자회사는 코레일이 41%, 공공자금이 59%의 지분을 갖는 주식회사로 설립될 예정이다. 오는 10일 열리는 코레일 임시 이사회에서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과 출자를 결의하고, 국토부에서 면허를 발급하면 수서발 KTX 운영사가 출범하게 된다.

철도노조는 3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서발 KTX 분할 민영화와 철도 민영화를 막기 위해 오는 9일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철도노조는 3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서발 KTX 분할 민영화와 철도 민영화를 막기 위해 오는 9일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김철수 기자



국토부는 KTX에 경쟁체제를 도입해 경영의 효율화를 꾀한다는 명목으로 수서발 KTX 운영을 코레일이 아닌 코레일의 자회사를 설립해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철도공사의 KTX와 자회사의 수서발 KTX가 철도노선을 80% 이상 공유하고 있고, 고속여객운송이라는 사업종류도 같기 때문에 경쟁체제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쉽게 생각하면 KTX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반철도에 비해 목적지까지 시간을 단축해서 갈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인데, 강남에서 부산에 가는 이용객이 강남에서 가까운 수서역을 놔두고 강북의 서울역까지 가서 KTX를 이용할리가 없다는 점만 생각해도 국토부의 KTX 경쟁체제 논리의 허점이 드러난다. 철도공사 KTX와 자회사의 수서발 KTX는 경쟁체제가 아닌, '지역독점체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수서발 KTX 분할은 철도 민영화의 서곡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를 의식한 국토부는 지난 7월 11일 일명 '민영화 방지안'을 발표했다. 민간매각 제한에 동의하는 공공부문 자금만을 유치하고, 정관에 민간매각 제한을 명시하여 공공부문의 지분을 매각할 경우 이사회의 특별결의(2/3 출석, 4/5 찬성)를 거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또 매각제한과 관련된 정관을 변경할 경우에는 주주총회에서 특별의결(2/3 출석, 4/5 찬성)토록 하는 등 정관을 개정한 후 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추가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밝혔었다.

코레일은 5일 자회사 설립 확정 방안을 발표하면서 "주식 양도·매매의 대상을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에 한정하고 이를 정관에 명시하여 민영화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고 다시한번 강조했다. 또 "코레일이 2016년부터 영업흑자를 달성하면 매년 10% 범위 내에서 지분을 매수하거나 총자본금의 10% 범위 내에서 출자 비율을 확대하기로 결정해, 향후 코레일이 흑자 전환시 100%까지 지분확보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례, "주식양도 전면 금지 규정 둘 수 없다"
코레일에서 의뢰한 법무법인 법률검토에서도 "민영화 막을 수 없다" 회신
법률적으로는 주신 민간 매각 정관 무효화 가능성 높아


그러나 당장 "코레일의 'KTX 민영화 종지부' 선언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토부의 수서발 KTX 지분 민간 매각 금지 방안은 법률적 실효성이 없어서, 언제든지 지분 민간 매각이 가능하다는 법률적 판단도 나온 바 있다.

상법 335조는 이사회 승인으로 주식의 양도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법원 판례는 "주식 양도를 제한하는 방법으로서 이사회의 승인을 요하도록 정관에 정할 수 있다는 취지이지 주식의 양도 그 자체를 금지할 수 있음을 정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기 때문에, 정관의 규정으로 주식의 양도를 제한하는 경우에도 주식양도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을 둘 수는 없다"고 하고 있다.(대법원 2000.9.26 선고 99다48429 판결)

다시 말하면, 공공부문 이외의 자에게 주식 양도를 금지하는 것은 상법이 허용하는 주식양도제한방법이 아니기 때문에, 수서발 KTX에 투자하는 공공자금이 향후 법률적 문제를 제기하면 정관 자체가 무효가 되면서 민간 매각의 길이 열릴 수 있는 것이다.

코레일은 지난 7월 국토부가 내놓은 수서발 KTX 자회사 민간 매각 방지 대책이 실효성이 있는지 법률 자문을 구한 바 있다. 당시 코레일의 요청으로 법률적 검토를 한 법무법인 대륙아주는 8월 말 "공공부문 이외의 자에 대한 양도를 금지하는 정관은 합리적이고 보편적인 기준에 따른 절차적 제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부류에 속하지 않는 자에 대한 양도 자체를 전면적으로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서 상법이 허용하는 주식양도 제한 방법의 범위를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는 회신을 했다.

코레일의 의뢰로 법률적 검토를 한 법무법인 세종도 같은 의견을 냈는데, 세종은 "(주식의 양도 금지 규정 등은) 공공투자자의 지분이 수서발 KTX 회사의 발행주식총수의 과반수인 이상 수서발 KTX 회사의 민영화를 막을 수 있는 완전한 방지책이 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회신했다.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민주당 박수현 의원실은 지난 10월 국토부 국정감사 당시 법률 자문 검토 보고서를 확보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코레일은 지난 7월 국토부가 '수서발 KTX 민간매각 방지대책'을 발표하자, 국토부 대책이 수서발 KTX 회사의 민간매각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무법인 세종과 대륙아주에 자문을 구했다.

코레일은 지난 7월 국토부가 '수서발 KTX 민간매각 방지대책'을 발표하자, 국토부 대책이 수서발 KTX 회사의 민간매각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무법인 세종과 대륙아주에 자문을 구했다.ⓒ민중의소리



"수서발 KTX 분할하면 코레일 운송수익 악화
적자노선 민간 매각 등으로 이어져
수서발 KTX 분할은 철도민영화 기폭제 될 것"


전문가들은 국토부와 코레일의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방안은 민영화 우려를 불식시키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철도의 공공성이 붕괴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KTX 노선은 현재 철도의 공공성 유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KTX는 운임 단가가 높고 수송량이 많아서 매년 수익이 향상되고 있다. 코레일의 경영성적보고서에 따르면, KTX 노선은 2011년 4,686억원의 흑자를 냈다. 그러나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의 일반열차와 화물열차 등은 같은해 5천~6천억원의 적자를 냈다. 현재 돈이 되지 않는 노선들은 KTX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적자노선에 지원하면서 유지되고 있다.

이영수 공공운수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서발 KTX 노선이 분할되면 (코레일의)고속철도 이용객이 금감하면서 운송수익을 악화시켜 (적자노선에 대한) 보조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 결국 코레일은 돈이 되는 고속철도만 운영하고 나머지 적자노선은 폐선하든지 요금을 대폭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수서발 KTX 노선을 분할하지 않고 철도공사가 통합·운영하게 되면 추가 매출을 얻어 (적자선에 대한) 보조를 확대할 수 있고 코레일도 우량 공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토부는 철도 네트워크를 붕괴시킬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흥수 사회공공연구소 객원연구위원도 "수서발 KTX 노선을 분할하면 지방 적자선에 대한 보조를 할 수 없게 되고, 결국 (돈이 안 되는) 지방선을 민간에 매각하게 될 것"이라며 "이 문제는 수서발 KTX 민영화냐 아니냐의 문제 보다는 수서발 KTX 노선 분할이 철도산업 민영화 촉진의 주요 기폭제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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