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안녕하지 못한 이유] 노조 만들기도 힘든 ‘알바’라서

박종만 알바노조 기획팀 활동가
입력 2013-12-29 14:24:19l수정 2013-12-30 07:22:26
메트릭스 설치 두고 소방관과 언쟁하는 알바연대

14일 오전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단체라고 밝힌 이들이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는 경총을 규탄하는 기습시위를 벌였다.ⓒ이승빈 기자



“밤에는 알바하고 낮에는 공부를 해요. 공부하다가 졸릴 때가 많은데 항상 졸음 쫓는 약을 먹으며 버텨요.”

“식비를 아끼려고 반찬을 안 먹어요. 흰 밥만 먹고 살아요.”

“지각을 했는데 사장님이 ‘늦은 만큼 맞을래, 임금 깎일래?’라고 물어봤어요. 돈이 필요했기 때문에 당연히 맞겠다고 했고, 결국 열여덟 대를 맞았어요.”


이상한 소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작년 대선 때 진행했던 알바 실태조사 심층면담에서 만난 알바 노동자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이들은 대부분 하루에 열 시간, 열두 시간씩 일하고 있었고 열다섯 시간을 넘게 일하는 경우도 있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알바 노동자들의 참혹한 삶을 바꾸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까? 마침 대선이 끝나고 알바연대가 만들어졌는데 나도 함께하기로 했다.

알바 노동자와 최저임금 1만원

우리는 알바 노동자가 당면한 문제부터 토의했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고용이 불안하며 근로기준법으로부터 보호받지도 못하는 문제 등이 지적됐다. 산적한 문제 중 최저임금 문제에 주목하기로 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알바 노동자의 삶이 분명 달라질 것이라고 믿었다.

최저임금 1만원은 어떤 수학적 도식에서 나온 결과는 아니다. 전체 노동자의 평균임금이 얼마인지, 노동소득분배율이 어떠한지는 참고사항일 뿐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우리 주머니에 얼마가 있어야 불안하지 않을까, 대중들이 잘 받아들이고 말하기 쉬운 것은 얼마인지가 더 중요했다. 우리는 알바 노동자의 입장에서 생각했다. 과연 알바 노동자가 바라는 최저임금은 5,910원일까, 1만원일까?

알바연대

알바연대는 지난 25일 한국경영자총협회 포럼 행사장에 찾아가 “최저임금 1만원”을 요구하며 피켓시위 등을 벌이다 경찰에 연행됐다.ⓒ민중의소리



알바 노동자 실태 고발 활동

최저임금 1만원을 달성하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해왔다. 주야를 막론한 수십 차례의 캠페인을 통해 알바 노동자와 시민들을 만나며 최저임금 1만원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상대로 ‘알바활빈당’을 조직해 타격투쟁을 벌이기도 했다. 경총포럼에서 기습시위를 벌여 “알바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위해 경총이 최저임금 1만원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6월 한 달 동안은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 농성하며 경총의 최저임금 동결안을 규탄했고 농성 중간에 경총회관이나 청와대 기습시위 등을 진행했는데, 기습시위로 연행자가 총 38명에 달하기도 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앞에서의 농성을 최저임금을 1만원의 성과로 만들지는 못했지만, 알바노동자들의 처절한 외침은 한국사회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문제와 이를 극복하기 위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얼마나 절실한 문제인지를 알려낼 수 있었다.

알바노조는 최저임금 인상운동만 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는 알바 노동자의 현실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수차례 ‘실태조사’를 벌였고, 알바 착취의 선두에 서 있는 프랜차이즈 대기업 4곳과 고용노동부를 ‘알바오적’으로 선정해 이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여름에는 ‘알바현장활동’을 진행하고, ‘보이는 라디오, 알바 증언대회’를 개최해 알바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시간을 가졌다. 이 외에도 ‘문경 알바노동자 사망사건’을 통해 위험에 노출된 알바노동자를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고, 국정감사에서는 영세상인과 알바 노동자를 위해 프랜차이즈 대기업들의 수익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알바 중개사이트에 불법 구인공고를 퇴출하라고 요구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기도 하다.

아르바이트 노동조합의 걸음마

알바연대의 활동을 하면서 노동조합의 필요성을 깨닫게 됐다. 알바노동자의 열악한 실태를 고발하고 제도개선을 주장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알바노동자들을 한데 묶어 단결하고, 사용자 측과 단체교섭을 통해 신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해 관철시키고, 노동자들의 단체행동을 통해 더욱 많은 일을 가능하게 하려면 노동조합이 필요했다.

노동조합 설립이 쉽지 않을 거라 예상했지만, 곧 추진했다. 담당자의 휴가를 이유로 노동조합 설립을 인정하지 않던 고용노동부는 ‘노동조합 출발 기자회견’ 이후 바로 설립신고증을 교부했다.

알바노조 출범 이후에 악세서리 전문점인 (주)레드아이에서 일하던 조합원이 부당해고를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매장 내에 쉴 수 있는 의자를 설치해달라거나 30분 휴식시간을 보장해 달라는 등 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는 것에, ‘당돌하다’는 이유로 해고가 발생했다. 이에 조합은 복직을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했고 (주)레드아이 측과 첫 번째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후 삼겹살 전문점인 (주)기업에프씨 구이가 역곡점과도 협약을 체결하는 등 앞으로 조합원이 소속된 사업장에서 알바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기본적인 협약 체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알바노조는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아 ‘알바인권선언’을 발표했다. 알바인권선언은 지금껏 ‘정당한 기준’으로 여겨진 근로기준법을 넘어서자는 취지에서 준비됐다. 알바 노동자와 시민 1,260명이 참가하여 직접 선택한 10가지 조항으로 ‘최저임금 1만원으로’, ‘교통비 지급’, ‘식대 지급’, ‘식사 시간 보장’ 등이다. 알바노조는 2014년에 알바인권선언이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제도 개선을 위한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다.

알바노조는 이제 막 걸음마를 떼었다. 몇몇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맺었지만 많은 알바노동자가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최저임금도 못 받을 것이다. 이 가운데 조합원도 늘려야 하고, 알바 노동자를 향한 부당함에 맞서 싸우기도 해야 한다. 곳곳에서 고통받는 알바들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다. 2013년 쉼 없이 달려왔지만 아직 갈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알바노조

세계인권선언일을 맞아 알바노조는 10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알바인권선언'을 발표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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