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값등록금 폐기, 정부의 거짓말

민중의소리
입력 2014-01-30 09:57:18l수정 2014-01-30 10:30:27
오늘부터 시작되는 설 명절이 지나면 대학마다 등록금 고지서가 발부된다. 고액의 등록금 고지서를 부모에게 내밀어야 하는 학생도, 고지서를 들고 한숨짓는 학부모도 대학 등록금 쥐꼬리 인하·동결 소식에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새 학기를 앞두고 전국 대학들은 마치 서로 짜기라도 한 것처럼 등록금 인하의 시늉을 냈다. 서울대는 0.25% 인하안을 확정했는데, 이는 한 학기에 6천원 인하한다는 소리다. 또한 전남대가 0.22% 인하하여 2만원을, 대전대가 0.01% 인하하여 8천원을 낮추기로 했다. 성신여대가 0.35%, 경북대가 0.5%, 공주대가 0.03%, 한림대가 0.1% 인하를 발표했는데, 예외 없이 0% 대의 쥐꼬리 인하다. 고액 등록금 부담 해소에 전혀 도움 안 되는 생색내기에 지나지 않는다.

1인당 1년 평균등록금이 856만원으로 서울에서 가장 고액의 등록금을 걷고 있는 연세대는 1%라도 인하해달라는 학생 측 등심위원들의 요구를 거절하고 등록금을 동결시켰다. 성균관대, 건국대, 경인여대, 인하대도 모두 동결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도 경희대는 등록금을 3.7% 인상한다는 2014년도 예산안을 발표하여 학생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렇게 전국에 있는 대학에서 등록금 소폭 인하·동결을 추진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교육부가 올해 등록금 인상률을 3.8%로 제시하면서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은 국가장학금 2유형과 국가 재정 지원 사업에서 불이익을 주는 한편, 등록금을 인하한 대학은 노력 정도에 따라 국가장학금 2유형 예산 5,000억 원을 차등 배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국가장학금과 국가지원금을 받기 위해 대학들이 어쩔 수 없이 몇 천원 내리는 꼼수를 쓴 것이다. 이는 몇 년째 반복되고 있는 꼴불견 진풍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후보시절 ‘국민행복 10대 공약’ 중 하나로 2014년까지 반값 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2014년부터 소득 7분위까지 등록금의 50%를 장학금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선 매년 7조원의 예산이 필요하지만 올해 정부와 각 대학이 마련한 장학금 총액은 5조 8,600억 원에 그쳐 반값등록금 공약(公約)은 그야말로 공약(空約)으로 그치고 말았다.

정부는 반값등록금 재원 마련이 어렵다고 핑계를 댄다. 정말 그런가? 지난 12일 외교부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지난해보다 5.8% 인상된 9,200억 원 지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방위비 분담금 미집행액이 7,100억 원이고 이로 인한 이자가 3,000억 원이나 되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27일 방위사업청은 1대당 1,708억 원에 이르는 차세대전투기 F-35A 40대 구매를 잠정적으로 확정했다. 결함 논란으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전투기 구입에 총 7조 4,000억 원을 쏟아 붓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가 재정이 없는 것이 아니라 재정을 어디에 우선 배정하는가다. 국방비와 토건 예산을 우선 배정하고 나면 복지 재원은 모자랄 수밖에 없다. 정부는 더 이상 재원이 없다는 말로 대학생과 학부모를 우롱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반값등록금은 지금도 능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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