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끝까지 싸우겠다”…더 격해진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들

주민들, 움막내 위험물질 추가로 비치... 종교단체 “송전탑 공사 중단” 촉구

구자환 기자 hanhit@vop.co.kr
입력 2014-03-24 19:24:19l수정 2014-03-24 21:39:09
밀양송전탑 주민 극한선택 우려...종교단체 엄호·지지 나서

129번 송전탑에서 농성하고 있는 평밭마을 주민들은 하루 전인 23일 농성장 구덩이에 가스통 2개를 더 준비해 놓았다.ⓒ구자환 기자


한국전력의 밀양송전탑 공사가 속도를 내면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저지하려는 주민들도 움막농성을 지속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24일 현재 밀양시 상동면 115번과 단장면 101번 부북면 127번, 128번, 129번 송전탑건설 예정지는 한전의 공사가 시작되지 않고 있다. 이 곳은 해당 마을 주민들이 움막을 설치하고 농성하고 있는 곳이다.

송전탑을 반대하고 있는 주민들은 밀양의 얼굴이라고 불렸던 산외면 보라마을이 한전과 합의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큰 허탈감과 무력감에 빠져있다. 더구나 다수의 마을 주민들이 한전과 보상합의를 한 것에 대한 고립감도 커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밀양송전탑 반대주민에 대한 종교단체의 지원도 시작됐다.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는 24일부터 40일간 릴레인 단식기도회를 시작했다. 천주교 단체도 밀양송전탑 건설현장에서의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

밀양송전탑 주민 극한선택 우려...종교단체 엄호·지지 나서

단장면 용회동 마을 일부 주민들이 101번 송전탑 공사예정지에 움막을 짓고 농성하고 있다.ⓒ구자환 기자


송전탑 반대주민들, 산속 공사현장에서 움막농성 지속

부북면 127번과 129번에서 농성하고 있는 주민들은 얼마 전부터 농성장에 설치한 구덩이 속에 휘발유 등 위험물질을 지참한 채 농성에 들어간 상태다. 상동면 115번 송전탑 경과지 주민들 역시 움막 내부에 구덩이를 파 놓고 있다. 마을합의가 이루어졌다는 단장면 용회동 마을 일부 주민도 101번 송전탑에 움막을 짓고 농성중이다.

용회동 마을 주민에 따르면 단장면에는 101번 송전탑 건설지만이 유일하게 공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멀리 마주한 산 능성에는 100번 송전탑에서 작업을 하는 한전 쪽 직원들의 움직임이 보인다. 이곳에서도 어김없이 공사자재를 나르는 헬리콥터의 모습을 볼 수 있다. 헬리콥터는 한전과 합의를 했다는 보라마을의 107번 송전탑을 오가고 있다. 2012년 1월 이치우 씨가 송전탑을 반대하며 분신했던 102번 송전탑은 포클레인을 동원한 공사가 예전과 달리 평온하게 진행되고 있다.

ㄱ 주민은 “여기는 위치가 높아 할머니들이 올라오기 어렵고 사실상 현장을 지키는 것이 힘들다”고 말했다. 또, “그 동안 송전탑에서 싸워보지 못했다”며, “한번을 싸워도 송전탑 부지에서 싸우고 싶어서 이곳에서 농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싸우다 힘에 부치고 밀려나더라도 절대로 합의를 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느 날 갑자기 잘못된 정책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을 하지도 못하고 송전탑에 얽매여서 생활하게 된 것이 더 억울하고 분하다”고 하소연 했다.

이 주민은 최근에는 경찰이 진입해서 싸우는 악몽을 계속 꾼다고 했다. 보라마을의 합의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도 했다. 합의를 한 마을에 대한 원망도 이어졌다. 싸울 힘이 없으면 안 싸워도 되는데도 합의를 왜 했느냐는 원망이다.

지난 2월 8일 농성장을 설치하고 철야농성에 들어간 주민들은 경찰이 두 차례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들렀다며 곧 경찰의 작전이 있을 거라고 예측했다. 용회동 마을 입구 농성장에는 팔순 노인 3명이 통행을 저지하며 지키고 있다.

밀양송전탑 주민 극한선택 우려...종교단체 엄호·지지 나서

127번 송전탑 반대주민들도 이날 움막 내 구덩이를 더 깊게 파고 토굴을 만들었다. 위양리 주민이 농성하고 있는 곳이다. 주민은 토굴에는 가스통과 쇠사슬, 휘발유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구자환 기자


부북 위양리 주민, 움막내 위험물질 추가로 비치... 진압대비

부북면 129번과 127번 송전탑 건설예정지의 주민들은 여전히 긴장한 상태로 농성장을 지키고 있다. 새벽에는 한 주민이 공사가 시작된 것으로 잘못 알고 비상벨을 누르는 바람에 소동이 나기도 했다.

129번 송전탑에서 농성하고 있는 평밭마을 주민들은 하루 전인 23일 농성장 구덩이에 가스통 2개를 더 준비해 놓았다. 하나로는 불안하다는 이야기다. 이 곳은 휘발유와 횃불 등의 위험물질도 함께 있다. 이 곳의 한 주민은 지팡이를 짚은 채 다리를 절며 걷고 있었다. 그 동안 송전탑 공사를 저지하면서 몸이 상할 대로 상했다는 하소연이다.

다른 주민은 공사가 하루라도 빨리 들어오면 좋겠다고 했다. 이제는 지칠 만큼 지쳐서 빨리 끝내고 싶다는 하소연이다.

127번 송전탑 반대주민들도 이날 움막 내 구덩이를 더 깊게 파고 토굴을 만들었다. 위양리 주민이 농성하고 있는 곳이다. 주민은 토굴에는 가스통과 쇠사슬, 휘발유를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송전탑 반대주민의 강경한 태도로 인해 주민들을 지원하고 있는 연대단체 회원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모 할머니를 모시고 목욕을 자주 하는 연대단체 회원은 할머니의 몸무게가 35kg이라며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고 여기를 떠날 수 없다고 했다. 이 회원은 "모 할머니의 아들이 어머니 걱정을 하며 모시고 내려와 달라는 부탁을 했다"며 그날은 많이 울었다고도 했다. 또, 경찰의 진압이 시작되면 어떻게든 이 분들을 안전하게 데리고 나갈 생각밖에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모 할머니는 보라마을의 소식에 절망스런 분노를 터트렸다. “자기 아비가 죽은 곳에 어떻게 송전탑을 세우느냐”는 성토다.

밀양송전탑 주민 극한선택 우려...종교단체 엄호·지지 나서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는 24일 밀양시 부북면 위양마을 농성장에서 ‘밀양765kv송전탑건설저지 그리스도인단식기도회 선포예배’을 하고 40일간의 릴레인 단식기도에 들어갔다.ⓒ구자환 기자


밀양 송전탑 주민 지원에 나서는 종교단체들

밀양 송전탑건설에 합의하지 않은 경과지 마을의 주민들의 극단적 선택의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종교단체들도 송전탑 반대주민을 지지하고 보호하기 위해 나섰다.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는 24일 밀양시 부북면 위양마을 농성장에서 ‘밀양765kv송전탑건설저지 그리스도인단식기도회 선포예배’을 하고 40일간의 릴레인 단식기도에 들어갔다.

단식기도회에서 김경태 목사는 기도문을 통해 “오늘 우리는 당신의 조화로운 계획을 거역한 만물 중에 심히 부패한 인간이 얼마나 타락하 도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는 지를 밀양에서 만난다”며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바벨의 문명을 향한 인간의 탐욕은 그치지 않고 재앙과도 같은 백발전소의 길을 오히려 확장해 가고 있다”고 용서를 구했다.

이어 “산천을 지켜 자손들이 평화롭게 살기 원하며 초고압 송전탑을 막아 나선 의로운 노인네들의 깊은 주름을 기억한다”며 “ 자본과 권력의 무자비한 폭력 앞에서도 굴하지 않는 의기로 맞선 이 힘없는 할매, 할매들에게 세상을 감당 못할 새 힘을 주옵소서”라고 기도했다.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는 이날 ‘밀양765kv송전탑건설저지 그리스도인단식기도회 선포문’ 통해 “주민들만의 양보를 종용하며 강압적 집행을 통해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송전탑 공사를 중단하고 한전과 정부는 주민과의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송전탑 공사로 고통을 받는 밀양주민들에게 치유와 평화를 위한기도, 핵발전소 확대건설을 기반으로 하는 에너지 정책 철회를 위한 기도, 수명을 다한 고리 1호기 등의 즉각적인 폐쇄와 신규 핵발전소 건설의 중단을 위한 기도, 인간과 생태계가 더불어 사는 미래를 위해 기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 소속 목사와 신자들은 이날부터 오는 4월 30일까지 1박2일의 릴레인 단식을 진행하게 된다.

한편, 서울 성가소비회 소속 수녀들도 4월 2일 밀양 부북면을 송전탑 현장을 찾아 기도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어 4월 중순께는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 소속 주교들도 밀양을 찾을 예정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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