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진정한 소통을 꿈꾸나요? 이영은 작가의 ‘분홍색 넥타이’전
이영은
이영은, 극장, 각112x162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14ⓒ갤러리도스 제공

아스팔트 위에 막 벗어놓은 것 같은 옷이 있다. 사무실 책상 위에도, 카페 의자에도, 영화관 관람석에도 덩그러니 옷만 놓여 있다. 사람 없이 흐느적거리는 옷들. 창백하고 ,흐릿하고, 침울하고, 처연한 느낌의 이미지다.

반면 분홍색 넥타이만 유독 튀어 보인다. 이영은 작가는 분홍색 넥타이에 대해 “수많은 타인들이 세상과의 소통을 위해 온몸에 걸치고 있을 어떤 것들을 대표하는 것으로, 어느 날 누군가가 매고 있는 분홍색 넥타이를 말한다”고 설명했다.

옷은 소통을 위해 필요한 도구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라면 매 순간 다른 옷을 입어야 한다. 알몸으로, 잠옷 바람으로 직장에 갈 수 없지 않나. 따라서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옷과 옷을 입는 행위 안에는 소통에 대한 간절한 욕구가 숨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대로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는 옷은 우리에게 강제성을 부여한다. 소속감은 동시에 구속을 동반한다. 군인과 경찰의 제복이, 회사원들이 획일적으로 매고 다니는 넥타이가 대표적이다.

이영은 작가는 옷으로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응시한다. 자신을 감추고 타인의 필요에 의한 이미지를 만드는 사람의 ‘외부’와 누구의 시선도 받지 않는 곳에서 자기에게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의 ‘내부’를 사람이 부재한 옷으로 은유한다.

그러면서 이 작가는 두 가지를 강조한다. 진정한 소통 없이 때와 장소에 맞춰 옷을 바꿔 입고 있는 현대인의 비애와 자신을 벗어 던지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 현대인의 자세다.

이영은
이영은, breaktime, 90x60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14ⓒ갤러리도스 제공

우리에게는 소통의 욕구가 있다. 어쩌면 모두들 누군가와는 완벽한 소통을 꿈꾸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진정으로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자신의 생각만 주장하거나, 타인의 생각을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과 대립하는 의견은 한 순간에 매도해버린다. 심한 경우에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상대는 모두 적으로 간주한다.

소통은 이해와 공감이 기본이어야 가능하다. 스스로 먼저 옷(껍데기)을 벗고 상대방의 내면과 마주해야한다. 거기에 사랑이나 가능성을 찾는 노력이 곁들여지면 더욱 큰 힘은 발휘된다. 그런 의미를 이 작가는 자신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로 소통과 관계의 의미를 풀어냈다. 관람객들과 예술적 소통을 시도하려는 이 작가의 의도겠다.

윤채원 큐레이터는 “소통을 위한 도구이자 동시에 자신을 감출 수 있는 방패가 되는 옷 안에는 이중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며 (그런 이미지들이) 만들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흥미롭게 다가온다”면서 “작가는 익명의 옷들을 통해 우리가 생활 속에서 어떠한 소통을 만들어 왔는지를 자각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윤 큐레이터는 “이영은의 작품 속에서 넥타이는 여러 장소에서의 각각의 모습으로 존재하는 외적인 모습 전부가 그 자신에게 소속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신호등과 같은 역할을 한다”며 “주인공이 없는 작품 앞에서 자신은 타인에게 어떤 형태로 비춰지기를 바라고 있는지, 또 그걸 위해 자신이 만들어낸 외면은 어떤 모습인지를 자문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이영의 작가의 이영은 ‘Pinktie’전은 오는 23일부터 갤러리 도스에서 열린다.

이영은
이영은, couple, 53x45.5cm, acrylic and oil on canvas, 2014ⓒ갤러리도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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