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언니 손이 차가워, 어떡해 너무 차가워”…슬픔에 잠긴 팽목항
세월호 희생자 현황판을 보는 가족
지난 16일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세월호가 침몰한지 6일째인 21일 오전 팽목항 가족대책위 천막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현황판을 실종자 가족이 바라보고 있다.ⓒ김철수 기자

진도에서 세월호 사고 현장과 가장 가까운 항구 팽목항. 이 곳은 진도체육관과 더불어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지금까지 87명의 실종자들이 차가운 주검으로 이 곳을 통해 들어왔다.

수색작업 중 사망자를 발견하면 범정부사고대책본부가 사망자 발견 숫자와 인상착의를 발표한다. 체육관에 있던 가족들도 팽목항에 있던 가족들도 귀를 기울인다. 항구에 주검이 들어오는 시간까지 가족들의 속은 타들어 간다. 항구로 들어온 주검을 닦고 나면 가족들이 신원을 확인하고 이후 병원으로 옮겨진다.

사고 6일째인 21일 하루에만 실종자 29명이 사망자로 바뀌었다. 범정부사고대책본부는 이날 오후 8시께 여성 17명, 남성 5명 등 22구의 주검이 한꺼번에 발견됐다고 밝혔다.

세월호 실종자 시신 운구
지난 16일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고교생 등이 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가운데 20일 오전 팽목항에서 세월호 실종자 시신을 해양경찰의 함정으로부터 119 구급대원들이 운구를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오후 9시께 팽목항 상황실 스피커에서 사망자 인상착의를 발표한다는 알림이 나왔다. 가족들이 모여들었다. “성별 여자. 152cm에 긴머리입니다. 왼쪽 귀 옆에 점이 있고 주황색 점퍼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습니다.”

“아악··· 우리 00이, 우리 00이”

실종자 현황판 옆에 서있던 한 어머니가 울음을 터뜨렸다. 시신의 특징이 발표되는 동안 상황판 곳곳에서 부모들의 절규가 이어졌다. 6일 동안 품어왔던 간절함이 절망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가족들은 주변 사람들의 부축을 받으며 시신이 들어오는 신원확인실로 이동했다.

발표 후 30분 뒤인 오후 9시 30분부터 11시 30분까지 차례로 주검이 들어왔다.

신원확인실 앞에서 기다리던 가족들은 멀리서부터 시신을 알아봤는지 눈물과 통곡을 쏟아냈다. 노란 담요에 싸인 주검이 신원확인실에 가까워 질수록 통곡은 커졌다.

“어떻게 언니 손이 너무 차가워. 너무 차가워. 언니 없이 이제 어떻게 살아. 언니 가면 나 어떻게…”

한 학생이 울음을 터트렸다. 움직이지 않는 언니의 손을 부여잡은 동생은 한 동안 손을 놓지 못했다. 두 딸의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고 신원확인실 구석에 서 있던 아버지가 겨우 발을 떼 딸의 곁으로 다가갔다. “이렇게라도 돌아와 줘서 고마워. 다시 우리 OO이 얼굴을 볼 수 있어서 정말 고마워.” 그렇게 아버지는 구급대원 옆에서 딸의 손을 붙잡고 한참을 흐느꼈다.

아버지가 신원확인을 마치고 딸의 주검이 구급차에 올랐다. 서있던 모든 이들이 묵념을 올렸다. 구급차가 팽목항을 떠난 후에도 아버지와 동생은 한참을 신원확인실 주변을 떠나지 못했다. 혹시나 우리 아이가 아닐까 기다리던 부모들도 함께 흐느꼈다.

살아 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라며 소리 내어 아이의 이름을 부르던 팽목항에 슬픔이 가득하다. 체육관에서 사망자 소식을 듣고 팽목항으로 달려온 가족들은 여러 감정이 뒤엉킨 한 숨을 내쉬며 숙소로 향했다. 팽목항의 밤은 어둡고 슬펐다.

세월호 침몰 7일 째를 맞는 22일에는 조류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돼 많은 수색작업이 더 진행될 것이라는 당국 발표가 있었다. 100여명이 탑승했던 것으로 보이는 선미부분에 대한 집중수색이 진행될 것이라는 계획도 발표됐다. 아직까지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215명 실종자의 가족들은 애타는 마음으로 22일의 수색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어둠이 짙게 깔린 팽목항
어둠이 짙게 깔린 팽목항ⓒ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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