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수 칼럼] 쏟아지는 개발공약, 이번에도 ‘반성’은 없나
주말 공동유세 나선 정몽준, 남경필, 유정복
새누리당 정몽준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지사,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가 31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얼마 전 차를 운전하면서 본 사거리의 플래카드. 70년대, 아니 90년대 초 어떤 후보의 아버지가 출마했던 대선에서, 아니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출마했던 18대 대선에서 나왔을 법한 공약이 담긴 플래카드였다. “몽주니가 경제는 잘할거야.” 정말 낯부끄러운 문구다. 경제를 말한 것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세월호 참사로 200명에 가까운 생명을 잃고 나서야 우리는 경제보다 더 시급한 것이 사람의 생명과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몽주니가 경제는 잘할거야”라니······.

용산참사 유족의 울부짖음을 다시 재개발 추진으로 답하겠다는 정몽준

정몽준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는 특히 지난 용산참사 때 돌아가신 분들의 죽음과 유족들의 울부짖음이 사라지지 않았는데도 그 용산개발을 재추진하겠다고 공약해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물론 용산의 택지가 누구에게는 재산이지만 누구에게는 삶의 터전이라는 것을 인식한다면, 사유재산권을 통한 부의 증대보다는 삶의 터전으로 살아가는 사람의 생존권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 인륜에 속하는 판단영역이다. “아흔아홉 섬 가진 자가 한 섬 가진 자의 것까지 가져다가 자기창고에 넣으려 한다”는 속담처럼 말이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정 후보의 ‘개발 헛공약’ 병이 다시 도졌기 때문이다. 그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을 재추진하는 등 서울시내 30개 지역에서 대형 개발 사업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한강르네상스’ 공약의 핵심인 서해뱃길사업도 사실상 다시 추진하겠다고 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개관식에 가서는 “오 전 시장이 해놨으니까 박원순 시장은 가서 테이프 커팅이라도 하고 폼을 잡는데, 나는 박 시장이 해놓은 것이 없어서 텃밭에서 일만 하게 생겼다”고 조롱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용산개발 사업의 핵심 기관은 땅주인인 코레일이다. 코레일은 용산사업 추진 등의 여파로 지난 6년간 부채가 7조원에서 18조원으로 2.5배나 늘었다. 코레일은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에서 부채 감축 압박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공기업 중 하나다. 이런 코레일이 어떻게 대규모 사업을 다시 추진한단 말인가. 무리하게 재추진한다면 코레일의 부채만 다시 잔뜩 늘어날 공산이 크다. 애초 이 사업은 계획이 수립된 2000년대 중반처럼 부동산가격이 폭등해주지 않으면 성립될 수 없는 사업이었다. 장밋빛 환상이 깨지면서 무산된 이 사업은 대규모 소송전이 진행 중이고, 주민들의 상처는 아물지도 않았다.

용산참사 5주기, 슬픔에 잠긴 유가족
18일 오후 서울 용산 남일당터에서 열린 '용산참사 5주기 범국민 추모대회'에서 용산참사 유가족인 전재숙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다.ⓒ양지웅 기자

오세훈 시절 20조원 부채, 다시 감소시킨 박원순에게 윽박지르는 정몽준

다른 사업들도 마찬가지다. 서해뱃길사업은 오 전 시장이 추진한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핵심이었다. 한강르네상스 사업에는 7000억원 넘는 예산이 투입됐다. 하지만 이후 감사원 감사에서 투입 비용 대비 발생하는 편익이 절반도 안 되는 낭비성 사업이라고 지적받았다. 애초 900억원 정도의 예산으로 시작했던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사업은 최종 사업비가 4800억원을 넘어서게 됐다. 오 전 시장 시절 구현하기 어려운 국적불명의 디자인을 채택한 결과 설계비와 공사비가 계속 늘어난 탓이다. ‘디자인 메카’를 만들겠다며 엄청난 혈세가 여기에 투입되는 동안 주변 동대문패션상가는 변변한 지원 없이 죽어가고 있었다.

이런 식으로 ‘오세훈 판타지’를 구현하느라 오 전 시장이 취임했던 2006년 8조5000억원 가량이었던 서울시와 산하기관의 부채는 임기 말에는 20조원에 이르렀다. 박 시장은 취임 이후 설거지를 실컷 했고, 부채를 3조2000억원 넘게 줄였다. 그런데 정 후보는 또다시 주민들의 욕망을 자극하며 낭비성 개발사업 공약을 무더기로 쏟아내고 있다. 그러면서 실컷 설거지한 사람에게 ‘한 게 없다’며 윽박지르고 있다. 사고 친 세력들이 반성은커녕 열심히 사고 수습한 사람 다그치는 게 도리인가.

정몽준의 개발 포퓰리즘에 현혹되면 안 된다

정 후보는 철 지난 개발 포퓰리즘으로 사람들을 현혹하지 말기 바란다. ‘오세훈식’ 낭비성 막개발의 재탕이요, 시민들의 빚 부담만 산더미처럼 부풀리는 악성 포퓰리즘이기 때문이다. 용산재개발 추진이 지지부진한 것은 용산택지의 대부분의 소유주인 코레일 측의 사업 부담때문인 것이지 그것이 박원순 후보의 재개발중단결정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다.

그리고 용산재개발 추진으로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주변의 아파트주민에게도 할 말이 있다. 사실 용산국제지구 추진으로 재개발이 추진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용산은 다른 개발지구처럼 공동화현상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본인 소유 부동산 가격이 오르게 되면 팔려고 내 놓을 것이고 그 부동산은 가격이 너무 비싸 결국 주거용에서 상업용 부동산 내지 사업용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용산에 살고 있는 실거주자는 용산을 떠나야할 것이고 그 과정에서 장기적으로 용산은 야간에는 공동화되는 현상을 가져올 것이다. 지금의 여의도를 생각해보라. 아직 여의도의 일부지역에는 거주민이 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점점 더 개발을 하게 되면 그 부지에서 거주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될 것이다. 결국은 그 부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다른 지역으로 떠나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용산재개발 추진으로 거주자들의 이주를 가져오게 되고 그것은 그 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Copyrights ⓒ 민중의소리 & vop.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를 금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