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수 칼럼] 최경환 후보자의 거꾸로 가는 경제학

최경환 경제부총리내정자의 경제정책과 관련한 첫 번째 화두가 DTI/LTV 완화였다. 이 말은 또 다른 상징성이 존재한다. 경제부총리로서 우리경제에 산적한 문제가 DTI/LTV 완화로 해결될 수 있다고 믿는 것인가? 아니면 부동산경기 활성화가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인가?

최근 소득격차 심화로 인한 불평등문제가 화두가 된 건 단지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 때문만은 아니다. 불평등 문제가 화두가 되고 현실에서 널리 퍼져있는 문제가 되어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이 나온 것이다. 이러한 큰 문제를 안고 있는 경제의 수장이 한 DTI/LTV 완화발언은 다소 뜬금없게 여겨지기까지 한다.

우리 경제에는 빈부격차의 심화를 가져오는 여러 가지 요인들이 존재한다. 정규직-비정규직 문제, 영세 자영업의 취약성, 서울권 대학과 지방대학의 취업률 차이 존재, 그리고 서울 일부 지역의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로 인한 소득을 통한 교육기회의 독점 등의 문제가 여러 가지 산적해 있다.

이러한 여러 현안 중에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경제정책과 관련해서 첫 번째 화두를 IMF 이후 자산 불평등의 원인으로 지적되어왔던 DTI/LTV 규제완화를 꺼낸다는 것은 불평등완화정책에 정확히 역행하는 발언이다. 여기에 대한 아쉬움은 세월호 이후 국가개조를 들고 나선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이후 이루어진 최초의 경제수장이기에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DTI/LTV 완화가 정책당국자가 펼 수 있는 순수한 정책수단에 불과하다면 그 정책을 펴기 전에 왈가왈부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DTI/LTV 규제가 미칠 국민들의 경제적 삶에 대한 영향, 그리고 그 정책이 이렇게 경제정책 당국 수장으로 내정된 사람의 구상으로만 취급하기에는 너무나 어려운 우리 경제 의사결정 과정의 비민주적 특성을 알기에 완화발언이 갖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 살펴본다.

모두발언 하는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제3차 상임전국위원회'에서 최경환 원내대표가 모두발언 하고 있다.ⓒ양지웅 기자

DTI/LTV 규제의 역사

2002년 9월 4일 김대중 정부는 치솟는 집값을 잡기 위해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하였다. 그 배경에는 주택가격이 2001년 하반기부터 급등세를 탔고, 급락했던 토지가격도 어느덧 외환위기 이전 수준까지 근접하였기에 당시 정부는 금융규제를 강화해 부동산 대출 축소를 유도하기로 한 것이다. 그 당시 처음으로 도입된 것이 LTV 규제이다. 이는 빚을 내서 집을 사서 그 집값 상승분을 취득하는 식의 레버리지 투기를 막는 게 목적으로 시행된 것이다. 이를 통해 시중은행이 투기과열지구 내 기존 주택에 대한 주택 담보비율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추도록 유도하였고, LTV 60% 초과액에 대해서는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상향 조정하여 금융기관의 부실화를 막도록 하였다.

총부채상환비율(Debt Service to Income:DTI) 규제는 2005년 참여정부 시절 투기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의 급등에 따른 경제 및 금융시장의 잠재적 불안요인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이다. 도입 당시 DTI의 규제는 주택투기지역 내에서 배우자가 주택담보대출을 기취급했거나, 30세 미만 차주만을 대상으로 하는 등 매우 제한적으로 주택시장에 적용되었다.

주택가격 안정화를 위한 방안으로 DTI 규제가 주택시장에 도입되었지만, 주택가격상승이 계속되자 참여정부는 주택담보대출 위험관리 강화를 위한 추가조치로 DTI 규제 대상과 지역을 확대하였다. 규제 대상은 투기지역 내 6억원 초과 아파트를 신규 취득하는 경우로 확대하였고, 규제지역은 기존의 투기지역에서 투기과열지구까지 포함하였다. 이러한 조치로 DTI 규제 적용대상 지역은 서울의 모든 지역이 DTI 규제대상 지역에 포함되었고, 경기도는 6개 시ㆍ군, 인천은 8개 구ㆍ군으로 확대되었다. DTI 규제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은 서서히 감소하면서 급등하던 주택가격도 하락국면으로 전환되게 되었다. 수도권의 주택매매가격은 안정적인 모습을 찾았지만 주택전세가격이 폭등하고 있는 문제가 새롭게 대두되었다.

이명박 정부에서 이러한 규제가 일부 완화되어 현재 LTV 규제는 서울 및 수도권에서는 50%, 기타지역 60%,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70%가 적용되고 있고, DTI규제는 서울지역 50%, 인천 및 경기 60%, 생애최초 주택 구매자는 DTI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6월 15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기자간담회에서 경기부양 드라이브를 예고하였다. 부동산 규제를 대표적 걸림돌로 제시하면서, "한여름에 한겨울 옷을 입고 있다"고 하며 LTV와 DTI 규제 완화 의지 드러낸 것이다. 그는 집값 급등기에 도입한 규제인 만큼 이제 유지할 명분이 사라졌다고 하고 있다.

심각한 전세난 속에 서울 강남구 대치동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시세표 앞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
심각한 전세난 속에 서울 강남구 대치동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시세표 앞을 한 여성이 지나가고 있다.ⓒ뉴시스

문제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의 천박한 인식이다

도입배경에는 DTI/LTV 규제가 집값의 급등을 막기 위해 도입된 것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그 규제가 가진 파급효과는 그와는 달리 나타나고 있다. 얼마 전 KDI의 ‘LTV규제가 거시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의 LTV 허용 기준을 50%에서 60%로 확대할 경우 국내총생산 대비 가계대출 비율은 2%p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이 경우 주택 가격은 0.7% 상승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주택가격 0.7% 상승에 비해 가계대출 2%p 증가로 가계부채의 심각성만 증가할 것이다. 물론 경제적 연구의 결과가 현실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고 믿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러한 방향성에 대해서는 신뢰할 수 있다. 주택가격 0.7% 올리자고 국민들의 부담을 증가시키는 행위는 그만 두어야 한다.

둘째, 이러한 상황에서라면 최경환 내정자의 DTI/LTV 완화주장은 부동산시장에 혼란을 줄 것이고 부동산가격의 혼란은 오히려 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는 서민들의 삶을 더 악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담보대출을 받을 여력이 있는 가계의 경우 또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약탈적 대출을 통해 가계부실을 더 심각하게 할 것이다. 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람 즉, 주택보유를 하지 못한 가구는 더 빈곤이 가속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국민은 부동산 경기가 언제 살아날지가 최대 관심사다. 세계 부동산이 거품을 우려할 정도로 활황을 보이는 것은 각국 중앙은행의 ‘울트라 금융완화 정책’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경제부총리 내정자가 “빚내서 집사라”고 독려할 만큼 한가하지 않다. 삼성경제연구소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현재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로 보고서가 분석한 각 주요국의 평균 82%를 웃돌고 있다. 보고서는 위기를 촉발하는 임계치 수준인 99%로 설정하고 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부채비율은 154.8%(2011년)로 신용위기 당시(2010년) 미국의 122.6%를 웃돌고 있다. 구매능력이 있는 이들조차도 임차시장에 머물러 있는데 LTV/DTI만 완화하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분석은 가계부채 1000조의 시대에 지나치게 순진한 분석으로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주택담보비율의 인정을 나타내는 LTV 규제의 완화는 가계대출의 증가를 의미하기보다는 주택가격상승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금융기관의 부실을 연기시키는 효과가 더 클 것이다. 우리는 IMF 이후 금융기관 부실화가 어떻게 정부자금, 더 정확히는 국민의 세금에서 투입된 공적자금을 통해 구제되었는가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렇게 LTV 규제 완화로 금융기관 부실의 시간을 연기한다면 결국 종국에는 대출을 받았든 받지 않았든 상관없이 모든 국민의 부담으로 금융기관 부실을 막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될 것이다. 그러한 상황에서는 대출을 받지 못한 자가 대출을 받은 자의 돈을 갚아주는 방식으로 경제의 허점이 메워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박근혜 정부가 약속한 '경제민주화'공약에 정확히 역행하는 것이다.

부동산 시장 과열과 이로 인한 경제파국을 경고하는 경제지 이코노미스트 표지 모음
부동산 시장 과열과 이로 인한 경제파국을 경고하는 경제지 이코노미스트 표지 모음ⓒ이코노미스트

가장 걱정되는 것은 경제정책 의사결정 방식의 문제다

얼마 전까지 DTI/LTV 규제완화에 대해 부정적이었던 관련 부처장관의 태도변화가 그 근거가 부족한 채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심히 우려스럽다. 실제로 이러한 정책과정에는 규제 완화의 파급효과에 대한 논의가 우선되어야 하지만 관련 부처 장관들의 태도변화는 이러한 논의가 선행되는 것을 막고 있다는 의사결정의 위계화가 우리 경제정책 결정 과정에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국토부의 서승환 장관은 규제를 풀면 부작용이 아닌 긍정적인 영향을 시장에 끼칠 것 이라고 하고 있다. 그는 "DTI·LTV를 완화하면 주택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게 사실"이라고 하면서, "최근 주택시장이 회복 초기 단계인데 어느 정도 안정적인 단계로 가면 LTV·DTI를 완화해도 큰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까지 한다. 또한, 금융당국 수장들도 규제 완화에 동참하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DTI·LTV는 금융 안정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금융위가 실무 지원을 할 게 있는지 관계부처와 검토하겠다"고 하고 있고,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합리적인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데 노력하겠다. 이들 규제는 그동안 가계부채를 억제하고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이바지했다"고 한다.

결국, 최경환 경제부총리 내정자의 LTV/DTI 규제완화는 노령연금폐기에 이은 '경제민주화'공약 폐기를 확인 사살하는 것이다. 이런 규제 완화가 또 다른 경제민주화호의 세월호 참사로 이어지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경제수장의 머리에서 나온 정책 결정보다는 신중한 그리고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경제정책시스템 구축을 하는 것이 우선되는 그런 체계가 구축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현 상황에서 LTV/DTI 규제완화가 금융기관의 부채 이연 효과가 더 클 것 같은 상황에서 이루어진 후에 금융기관의 부채 이연 후 부채부담이 커진다면 그 부채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진 후에 이 정책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현재 주택을 담보로 추가대출을 받지 못하는 국민이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국민에게 돈을 빌려주는 그러한 구조가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이제 이러한 소득역행적 정책은 무엇보다 국민의 충분한 논의 속에 이루어져야 한다. 상황은 그렇게 빚내서 집 사라고 할 만큼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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